앵커: 12월 25일 성탄절을 전후로 남한의 경기도 김포시에 있던 애기봉 자리에 9미터짜리 성탄 트리, 즉 성탄 나무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국방부는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기독교측의 요청을 허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즉 ‘한기총’이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성탄 트리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과거 북측은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과 관련해 포격 위협까지 가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강도 높은 비난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탄 트리는 12월 25일 성탄절을 맞아 여러 가지 장식으로 꾸미는 나무를 뜻합니다. 9미터 높이로 세울 예정인 성탄 트리는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2주간 불을 밝히게 됩니다.
한기총은 지난달 20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을 허용해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국방부가 이를 받아들인 이유는 “종교 활동 보장 차원”이라고 설명합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국방부는 평화를 기원하는 점등 행사를 하는 취지와 종교 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요청을 수용하였습니다.
애기봉 등탑이 있던 자리는 북한과 3km 떨어진 곳이어서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점등식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북측은 등탑이 불을 밝히면 개성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북 선전시설이라며 철거를 요구해왔고, 2010년에는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한기총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성탄 트리를 세우는 것은 북녘 동포에게 성탄의 의미를 알리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성탄 트리 점등 계획은 남한 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거나 ‘북측의 도발 가능성 때문에 애기봉 인근 주민들이 위협을 느낀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성탄 트리 점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은 추후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기총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철거된 애기봉 등탑을 대신할 새로운 등탑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남측 국방부 시설단은 지난 10월 해발 165미터 애기봉 전망대에 세워져 있던 18미터 높이의 등탑을 철거했습니다. 지난 1971년에 세운 등탑을 없앤 이유는 안전진단 결과 낡은 철골 구조물의 무게 때문에 강풍이 불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관련 부처 장관들도 모르는 사이 등탑이 철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거 이유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달 3일 “갑작스레 철거해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포시는 2017년 3월까지 애기봉 일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중앙 정부의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심사를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애기봉 일대에는 54미터 높이의 전망대가 들어서며, 이 구조물에는 대북 전광판이 설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