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중국소설 ‘압록강’ 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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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출간된 6.25전쟁 관련 도서가 전자소설(ebook) 형태로 북한에 유입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당국이 뒤늦게 단속에 나섰으나 얼마나 확산됐는지조차 알 수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이 6.25 전쟁을 놓고 뜨거운 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유입된 6.25전쟁 실화소설 한편이 논란을 촉발했는데 때늦게 당국이 단속에 나섰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대학생 소식통은 “중국의 장편실화 ‘압록강’을 회수할 데 대한 지시문이 각 대학 초급당위원회들에 내려왔다”며 “컴퓨터 외부기록장치(USB)들에 대한 등록제를 더욱 강화할 데 대한 지시도 함께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명의로 된 지시문에서는 “중국의 반동 작가가 제국주의자들과 기회주의자들의 편에 서서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 날조한 것”이라고 장편실화 ‘압록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또 ‘압록강’은 중국작가 여위명이 한국의 6.25전쟁을 소재로 쓴 장편실화이며 6.25전쟁은 김일성이 도발했고 중국인민해방군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상대로 한국에서 치룬 전쟁이라고 결론을 내린 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이 장편실화가 지난해 가을부터 김일성종합대학과 김형직사범대학을 중심으로 전자도서 형태로 급속히 퍼졌다며 지금은 지방의 대학생들이나 지식인들의 외부기록 장치들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대학생 소식통은 “장편실화 ‘압록강’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이미 지난해 말에 단속지시가 있었는데 ‘광명성 3호’ 성공소식에 묻혀버리고 말았다”며 “새로 내려 왔다는 지시문은 그때 지시문의 연속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런 책이 전자도서로 돌고 있다는 소문을 많이 들어보았는데 정작 구할 수는 없었다며 불법도서로 지정된 책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쉽게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평양시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속에서는 ‘압록강’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압록강을 읽고 난 평양시 대학생들이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역사에 무슨 진실이 있느냐”고 가슴을 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들은 “대학, 전문학교들에서 ‘불법도서 ‘압록강’을 본 사람들은 스스로 초급당 위원회에 찾아와 자수하라‘고 한다”며 “그러나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은 이상 누가 제 발로 찾아가 자수하겠느냐”고 잘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