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RFA 10대 뉴스 ⑧] 일상화된 숙청과 권력지형의 변화

0:00 / 0:00

앵커: 2017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7년 한 해의 북한관련 뉴스를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은 '10대 뉴스'의 여덟 번째 시간으로 문성휘 기자와 함께합니다.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네, 오늘은 북한에서 일상화된 고위급 간부들의 숙청, 그리고 고위간부들의 숙청에 따른 북한 핵심권력의 변화에 대해서 정리해보죠.

기자: 네, 먼저 오늘의 주제와 관련해 미리 준비한 녹음을 한번 들어보시죠.

앵커: 네, 올 한해 북한에서 굵직굵직한 인사의 숙청이 참 많았는데요? 올해 초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건 국가보위성 사건이었죠?

기자: 네, 새해 초부터 북한은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동원해 국가보위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려왔습니다. 국가보위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국가보위상이었던 김원홍의 운명을 놓고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비상하게 높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통일부는 올해 2월 3일 브리핑을 통해 김원홍 국가보위상의 해임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숙청 또는 강도 높은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이런 설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제기되지 않았던가요?

기자: 네, 지난해 12월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당국이 국가보위성에 대한 검열을 진행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실은 그때부터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구속되거나 어떤 처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당시 국가보위성은 산하 '6.12 상무를 내세워 지방의 당 간부들까지 마구 검열을 하고 처벌을 했습니다. 원래 국가보위성은 당 간부들을 처벌하거나 검열할 권한이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국가보위성의 검열이 지나쳤다는 그런 얘기죠?

기자: 네, 북한 노동당은 국가보위성을 지도하는 최고기관입니다. 그런 노동당 간부들을 국가보위성이 제 마음대로 처벌했다는 건 노동당에 대한 도전행위, 월권행위로 절대 용납이 안 되는 행위입니다. 그때부터 김원홍의 거취에 관심이 높았는데 예상외로 올해 1월 1일 김정은과 함께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북한 고위간부들 사진 속에 김원홍이 있었습니다. 아직 김원홍이 숙청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였죠.

하지만 새해에 들어서 국가보위성에 대한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계속 되면서 김원홍의 거취에 대한 의문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2월 3일 한국의 통일부가 김원홍의 해임 사실을 밝혔고요. 또 사망한 김정일 생일 75돌 기념행사들에서 김원홍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김원홍의 숙청 설에 힘이 실렸던 거죠.

앵커: 그렇군요. 그랬던 김원홍이 김일성의 생일 105돌 행사 주석단에 다시 얼굴을 드러내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던 거죠?

기자: 네, 국가보위성 사건으로 부상들 여러 명이 처형됐고 지방 보위부의 간부들까지 대대적으로 물갈이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원홍은 비록 좌천이라고 하지만 인민군총정치국 제1부국장이라는 요직에 조동돼 숙청을 면했습니다.

앵커: 네, 그렇게 숙청을 면하고 인민군총정치국 제1부국장이라는 고위직에 복귀했던 김원홍이 다시 총정치국 사건에 휘말게 됐다면서요?

기자: 네, 올해 4월말까지 국가보위성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한가 싶었는데 지난 11월 20일이였죠? 한국의 국회정보위가 북한 노동당이 인민군총정치국을 검열한 사실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최룡해의 지휘아래 인민군총정치국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진행되었고 "검열 결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이 처벌을 받았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인민군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의 시작은 인민무력부 산하 외화벌이기관들을 장악한 총정치국이 자금을 횡령하고 병사들의 월동준비를 게을리 한데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검열과정에서 김정은의 지시에 대해 태만했다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추가되어 사건이 커지게 되었다는 거죠.

앵커: 네, 그런데 황병서는 인민군총정치국장으로 근무한 연한이 좀 있어서 결함이 많았다고 해도 김원홍은 국가보위상에서 총정치국 제1부국장으로 발령된 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그 사이 김원홍이 무슨 처벌을 받을만한 잘못을 저질렀던 건가요?

기자: 이런 경우를 북한의 공식적인 표현으로 "맹종맹동"이라고 합니다. 본인의 잘못이 크다는 게 아니라 인민군총정치국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부패 사건을 뻔히 알면서도 제때에 김정은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거죠.

앵커: 그렇군요. 그래도 자기 잘못이 아닌데 수수방관했다는 것만으로 숙청의 대상이 됐다, 본인으로서는 상당히 억울하겠는데요?

기자: 네, 물론 본인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보위성 사건에 휘말렸던 과거도 있어 앞으로 김원홍에겐 재기할 기회가 없다는 거죠. 더 나아가 이번엔 김원홍과 황병서였다. 그렇다면 다음엔 과연 누구 차례 겠냐? 북한의 고위간부들도 분명히 그런 두려움을 안고 있을 거라는 겁니다.

앵커: 다음은 과연 누구 차례냐? 이게 사실 무서운 거죠. 김정은 정권에서 고위간부들에 대한 숙청은 일상화된 권력유지 수법이고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가 됐다면서요?

기자: 네, 김정은이 이렇게 간부들에 대한 숙청에 열을 올리는 건 이러한 숙청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재기할 수 없게 완전 숙청을 단행한다면 후환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앵커: 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황병서나 김원홍을 숙청하면서 북한의 권력지형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문 기자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문성휘: 네, 그동안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를 관찰하는데 가장 큰 몫을 담당했던 것이 김정은이 대동하고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간부들의 사진이었는데요. 올해는 김정은이 혼자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기 때문에 당장 북한 권력지형 변화를 읽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앵커: 김원홍과 황병서가 숙청되었으니 이젠 명실상부한 북한의 제2인자로 최룡해가 떠올랐죠? 그런데 최근 김정은의 현지시찰에서 최룡해의 얼굴은 보이지 않더군요.

기자: 네, 원래 북한은 권력의 막후 실세들의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동안 김정은의 얼굴마담 역할을 해온 최룡해가 정말 북한 정권의 막후 실세로 자리를 굳혔느냐, 아니면 김정은 곁에서 완전히 멀어졌느냐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북한의 후임자로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김정은과 함께 활발히 움직이던 노동당 군수공업부 이병철 제1부부장이 최근 김정은의 주변은 물론 군수공업부문 열성자 대회에서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권력변화는 자연히 드러나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 판단해 보면 당과 군, 사법기관들에서 상당한 물갈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내년도 권력지형 변화를 한번 지켜봐야 하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고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7년 10대 뉴스 제8편 "일상화된 숙청과 권력지형의 변화"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북, 리용호 유엔에서 외교전" 편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청취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