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뉴스 ②] 지뢰도발과 남북 마라톤협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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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5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10대 뉴스'의 두 번째 시간, 오늘은 노재완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예진: 노재완 기자, 안녕하세요?

노재완: 네, 안녕하십니까.

이예진: 먼저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노재완: 네, 준비해온 자료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예진: 지뢰 폭발사고가 난 게 지난 8월이었죠?

노재완: 네, 정확히는 지난 8월 4일 오전입니다. 지뢰 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했습니다.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폭발지점은 경기도 파주시 인근 비무장지대로써 북한군 2군단 6사단과 한국군 1사단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당시 한국군 수색대원들이 정상적인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사고를 당한 건데요. 지뢰 폭발은 이날 오전 7시 35분과 40분경 2차례 일어났습니다. 당시 현장조사를 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 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안영호 국방부 합동조사단장: 북한군이 통문 북쪽까지 진입해 통문 남쪽으로 손을 내밀어 남쪽에 있는 지뢰를 먼저 매설하고, 북쪽 지뢰를 매설하고 철수했습니다.

이예진: 사고 당시 2명의 한국군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노재완: 네, 이번 사고로 부사관 2명이 크게 다쳤는데요. 한 명은 지뢰를 밟으면서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 다리가 절단됐고요. 또 다른 한 명은 오른쪽 발목이 절단됐습니다.

이예진: 사건 직후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노재완: 네,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 사고가 난 뒤 한 동안 매우 조용했습니다. 그러다가 8월 10일 남한 군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고 보복 조치의 하나로 군사 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심리방송을 하니까 북한은 다급한 나머지 8월 14일 입장을 밝혔습니다. 예상대로 북한은 지뢰 매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남한 당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예진: 8월 10일 남한의 합동참모본부가 대북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노재완: 사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명백히 정전협정을 위반한 겁니다. 남한의 군 당국도 이 부분을 지적했는데요. 합동참모본부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규탄했습니다. 또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성명 내용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구홍모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정상적인 군대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로써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명히 촉구한다.

이예진: 이후 북한이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또다시 도발을 했죠?

노재완: 네, 8월 20일 오후 4시쯤에 북한 군이 연천군 야산에 14.5㎜ 고사포 1발을 발사하고, 이어 76.2㎜ 평곡사포 3발을 추가로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연천 지역에 고사포를 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군사적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당시 북한은 군 총참모부 명의로 "48시간 내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맞서 남한도 군사분계선 북쪽 500m 지점에 155㎜ 자주포 29발로 대응 사격을 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렸습니다. 북한도 이날 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휘 아래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가 열리고,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예진: 그런데도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 진행했죠?

노재완: 네,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방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그때 한미연합은 이미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비해 연합작전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예진: 남한의 군사적 대비와 확성기 방송에 대해서 압박을 느꼈을까요. 결국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노재완: 그렇습니다. 8월 21일 오후 4시경,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의 명의로 남한 측에 통지문을 보내왔습니다. 북한은 당시 수신자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으로 했는데요. 사실상 북한이 고위급접촉을 제의했던 겁니다. 그러나 남한 측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대화 상대자로 해서 역제의를 합니다. 다음날 22일 오전 북한은 다시 통지문을 보내오는데요. 남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 비서가 북쪽 대표로 나서게 되고, 남쪽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오게 되는데요. 이들은 이날 오후 6시30분에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예진: 그러나 고위급접촉은 예상대로 난항을 이어갔고, 결국 8월 25일 새벽 1시에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죠?

노재완: 그렇습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은 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4일간 43시간 협상을 진행했는데요. 당시 고위급 접촉은 남한보다 북한 측이 더 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고위급접촉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존엄 훼손'이 대북 확성기를 통해 계속 나갈 수 있어서 북한 당국으로선 어떻게든 이를 저지하고 결론을 내야 했습니다.

이예진: 네, 이렇게 해서 결국 공동 보도문이 나왔는데, 합의 내용 잠깐 살펴볼까요?

노재완: '공동 보도문'은 6개항으로 이뤄졌는데요. 핵심은 북한이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하고 남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북한은 지뢰 도발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고, 남한은 이를 "사과"로 받아들인 겁니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 북한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대남협박과 무력시위를 접고 갑자기 대화를 요청한 것이나 지뢰도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회견 때 이를 부각시켰습니다. 김 실장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관진 안보실장: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협상의 핵심 사안이었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이외에도 남북 양측은 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합의를 도출했는데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이예진: 공동 보도문에는 이산가족 문제도 언급이 됐었죠?

노재완: 그렇습니다. 공동 보도문에는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열자고 했습니다.

이예진: 그러나 합의됐던 당국 회담은 계속 연기되지 않았습니까.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월 11일 회담이 열렸지만, 안타깝게도 회담은 이틀 만에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노재완: 말씀하신 대로 회담은 12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는데요. 이날도 마라톤협상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이 박혀있는 상황에서 합의를 끌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회담 시작 전부터 전문가들은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선결 조건으로 현안을 풀어나가려고 한 반면, 남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금강산관광 문제 등은 별개로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발끈하고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차기 회담의 일정도 잡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쨌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 재개는 어려울 것 같고요. 내년 초에 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이 다시 접촉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정말 모처럼 남북 당국회담이 열렸는데, 너무 쉽게 결렬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노재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노재완: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 10대 뉴스' 두번째 시간, '지뢰도발과 남북 마라톤협상, 합의'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멈추지 않는 무력시위' 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