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뉴스 ①] 집권 4년 김정은의 ‘숙청정치’

0:00 / 0:00

앵커: 2015,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5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10대 뉴스'의 첫 번째 시간은 박성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박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박성우: 네, 준비해온 자료를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올해도 북한에선 굵직한 숙청 사건들이 있었네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2013년 12월에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죠. 바로 장성택 처형이었는데요. 그 정도의 강도는 아니었지만, 2014년과 2015년에도 숙청은 이어졌습니다. 올해 발생한 숙청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입니다. 이 사건은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5월 13일 국회에서 비공개 현안보고를 하면서 밝혀졌고요. 처형 날짜는 4월 30일께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인 김광림 의원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숙청의 방법은 총살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확인된 첩보 내용으로 보면 장교들 수백 명이 있는 가운데 공개 처형했다, 이런 첩보 내용인데, 거기에 무게를 상당히 두고 있네요.

앵커: 처형 이유도 관심을 끌었죠?

박성우: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4월 26일자 노동신문 사진에 나온 현영철의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요. 인민군 훈련일꾼대회에 참석한 현영철이 졸고 있는 모습이 실려 있었죠. 이건 북한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충으로 연결됩니다. 김광림 의원의 설명을 다시 한 번 들어보시죠.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첫째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 둘째 김정은 지시 수차례 불이행 그리고 태만과 함께 세 번째로 김정은이 주재한 훈련 일꾼 대회에서 조는 모습을 보인 불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고 반역죄로 처형됐다는 첩보도 입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현영철뿐 아니라 북한에서는 권력 서열 2위로 알려졌던 최룡해 비서도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걸로 알려졌잖아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지난 11월 초에 지방의 어느 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걸로 파악됐다고 국정원이 11월 24일에 국회에 보고했죠.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죠.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김정은과 청년중시 정책 추진 관련 의견 차이를 보이고, 청년동맹이 주도해 건설한 백두산 발전소 수로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박성우: 최룡해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권력의 '2인자'라는 소리를 들었던 인물인데요. 그랬던 그가 현재는 혁명화 대상이 됐습니다. 북한에서 권력 2인자 같은 건 없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가 된 거죠.

<<<프로모>>>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5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앵커: 박 기자가 지적한 대로 북한에서 권력 '2인자'는 정말 위험한 자리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지난 11월 26일 서울에서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학술회의를 하나 주최했는데요. 여기서도 같은 평가가 나왔습니다. 지난 4년간 "김정은 시대의 2인자나 실세는 예외 없이 숙청당했다"는 거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이날 열린 회의에서 "이영호, 장성택, 현영철 숙청에 이어 최근 최룡해마저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권력의 핵심층인 노동당과 군부 내 간부들을 숙청하면서 1인 유일지배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설명도 내놨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시대 와서 4년 동안 처형된 간부만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사실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100여명이 좀 넘습니다. 130여명에 이르는 정도까지 파악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북한 간부들에게 두려움이고 권력 엘리트를 옥죄는 통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북한에서 숙청은 예전에도 있었는데요. 김정은 시대 들어서 좀 달라진 것도 있나요?

박성우: 있습니다. 김일성은 남로당파, 연안파, 소련파 등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을 숙청했고, 김정일은 1997년 서관희 농업 담당 비서나 2009년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처형처럼 "정책적 실패에 따른 숙청"을 했다면, 김정은 시대의 숙청은 "개인적 감정"에 근거해 이뤄지는 것 같다는 겁니다. 다시 한 번 들어보시죠.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시대 와서는 개인적 감정에 근거한 숙청이 많았습니다. 김정은 시대 와서는 정치적 파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권력이 과다한 사람은 제거하고 권력이 자기에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는 사람은 강등과 복귀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4년간 통치해 왔죠.

앵커: 그럼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박성우: 첫 번째 이유로 이 수석연구위원은 "나이가 많은 간부들에 대한 불신"을 들었습니다. "연로한 간부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자기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둘째로 김정은은 "간부들 개개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김정은은 후계자 수업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간부들의 성향을 잘 모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불안감도 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셋째 원인은 김정은의 개인적 성격입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은 3대세습 후계자로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남들에게 쓴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을 것입니다. 김정일만 하더라도 1940년대 1950년대 자신의 아버지인 김일성 세대 사람들에게 쓴소리도 듣고 비판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한번도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안하무인적인 태도, 즉흥적인 성격에다 권력 유지에 대한 욕구가 합쳐져서 공포정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가장 중요한 건 '공포정치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라는 문제일 텐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박성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통된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요. 공포정치가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체제 확립에 기여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장기적으로도 공포정치가 효율적인 통치 방식이 될 수 있느냐는 거죠. 이수석 연구위원과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는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볼 땐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저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권위 확립과 일사불란한 충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체제를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왜냐면 단기적으로는 '죽인다'고 겁을 주니까 간부들이 말을 듣는 척 하고, 김정은이 말하는 대로 벽을 문이라고 하면 진짜로 벽으로 들어가는 시늉이라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게 간부들의 불만을 쌓게 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때문에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땐 겉으로는 충성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는 폭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이런 전문가들의 전망이 맞을 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석과 전망이, 그냥 나온 게 아니고, 합리적 추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새겨들을 측면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년 10대 뉴스 1편 '집권 4년 김정은의 숙청정치'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지뢰도발과 남북 마라톤 협상, 합의' 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