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3년 한 해의 북한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특집 ' 2013 RFA 10대 뉴스' 10번째 시간 "케네스 배를 살려 주세요"를 보내 드립니다.
오늘은 양희정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에 박정우입니다.
박정우 : 양 기자, 안녕하세요.
양희정 : 안녕하십니까? 2013년 한 해도 오늘로 저물어 가는데요. 지금 잠깐 들으셨듯이, 지난해부터 1년이 넘게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습니다.
박정우: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요. 흔히 우리가 새로운 변화를 원할 때 '젊은 피를 수혈한다' 고 하는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년 전 등장할 때 국제사회가 젊은 지도자에게 걸었던 기대가 물거품이 된 것 같습니다.
양희정: 북한이 주민을 위한 개혁도 하고 국제사회의 원칙도 준수하며 긍정적 변화를 보이길 기대했는데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할아버지나 아버지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박정우: 중국에서 북한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며 오랫동안 북한 고아원을 지원하던 미국 시민권자 케네스 배 씨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양희정: 케네스 배, 한국명 배준호 씨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2년 11월 3일 외국인 관광객을 인솔하고 함경북도 나진 선봉지역을 통해 입북했다가 체포됐습니다. 그가 지난해만도 5차례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놀라움이 더 컸습니다.
박정우: 북한은 수 개월 후인 지난 4월 말 케네스 배 씨를 '체제전복' 혐의로 최고재판소 재판에 회부했죠?
양희정: 당시는 북한이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이후 도발적인 언동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던 시기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27일 케네스 배 씨가 반공화국적대범죄행위를 책동한 범죄를 인정했고 증거물에 의해 죄가 입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4월 30일 재판이 진행됐고 배 씨에게15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한 것이죠.
박정우: 북한은 2009년 3월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서 취재 중이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비롯해 2010년 11월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 등 수차례 미국인을 억류한 후 미국 고위층 인사의 방북을 통해 석방하는 압박과 협상의 기회로 활용해 왔는데요. 케네스 배 씨의 경우 재판에 회부해 처음으로 형을 집행했죠?
양희정: 김일성대학에서 주체사상을 공부한 탈북자인 김현아 NK 지식인연대 부대표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배 씨가 꽃제비 사진을 찍었다든가 기독교를 전파했기 때문에 억류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아 부대표: 기독교전파는 북한에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걸 허용하면 많은 사람이 가서 그런 시도를 할 테니까 그걸 못하게 방지하려는 것도 있지만, 원래 그게 더 위험하다면 북한이 잡아들인걸 공개하지 않고 다 총살해 버리죠. 그러나 공개하고 사진을 내고 그런 것은 미국하고 협상용으로 잡아들인 것이라서…
박정우: 케네스 배 씨는 가장 오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그리고 실제로 형을 집행한 유일한 미국인이 된거죠? 노동교화형이란 어떤 것인가요?
양희정: 탄광 등의 주변에 설치된 노동교화소에 갇혀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신체형으로 살인, 강도, 절도,강간과 같은 일반 형사범과 사기, 횡령 등 경제범 가운데 형량 2년 이상의 중범죄자에게 선고되는 형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우: 2009년 북중국경지대에서 체포된 한국계와 중국계 미국인 여기자 두 명이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받은 것보다도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이네요.
양희정: 형도 무겁고 또 형 집행 사실을 곧바로 공개한 것은 김현아 부대표의 말처럼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발사와 지난 2월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은 인도적 문제이고,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없이는 핵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박정우: 따라서 미국 국무부는 배 씨에 대한 북한 형집행이 투명성과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측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양희정: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의 사법체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국제기준을 무시하고 있고, 케네스 배 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라며 그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박정우: 배 씨는 변호사도 없었고,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성명을 내놓았죠?
양희정: 국제앰네스티의 라지브 나라얀 동아시아담당 연구원은 케네스 배 씨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범죄행위로 기소되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법정에서 다시 재판을 받지 않는 한 케네스 배는 석방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나라얀 연구원: 북한 정부에 케네스 배 씨와 관련된 불공정한 재판과 악화된 건강 상태 등 여러가지 우려 사항을 수 차례 전달했습니다.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애 제한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과 북한 정부가 하루 속히 그의 석방에 합의하길 바랍니다.
박정우: 미국 정부는 스웨덴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을 추진하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북한과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양희정: 그렇습니다. 흔히 뉴욕채널이라고 하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서인데요.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길은 열려 있지만 이것은 북한이 국제의무를 준수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친구'라고 부르며 세 차례나 방북한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한 지난 19일 기자설명회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하프 부대변인: 우리는 전직 프로농구 선수가 북한에 간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북한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의 잔혹함, 국제사회의 의무를 계속해서 위반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박정우: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미국과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과 협의할 의향이 있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의무를 위반하고 도발적인 행동과 핵개발 야욕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국무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인데요.
양희정: 이와 같은 미국과 북한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여동생 테리 정 씨는 오빠 케네스 씨가 정치적인 영향으로 두 나라 사이에 끼어있다며 지도자들이 석방을 위해 힘써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테리 정: 가장 오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이자 실제로 형이 집행된 유일한 미국인입니다. 그저 오빠가 돌아오길 기도하며 건강을 염려하고 있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서로 알리며 지도자들에게 오빠의 석방에 개입해 주도록 탄원해 주길 바랍니다.
박정우: 미국의 CNN방송은 지난 5월 과거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당할 때마다 유명한 전직 정부인사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북한을 방문하면 해결되곤 했다고 지적했는데요.
양희정: 배 씨의 경우 지난 1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이끈 미국 대표단이 북한을 찾았음에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구요. 지난 7월에는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 고위급 방북으로 케네스 배 씨가 석방될 수 없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배 씨 문제가 미국 고위급 인사의 보여주기식 방북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통해서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인데요.
박정우: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2010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억류 미국인을 데리고 나온 것을 언급하는 내용이군요.
양희정: NK지식인연대 김현아 부대표는 현재 장성택 처형 등으로 미국이 북한 정권의 잔혹함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하는 시점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배 씨의 억류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아 부대표: 일반사람과 같이 수감하면 비용이 안 들텐데 그렇게 되면 북한의 인권상황이 세상에 다 폭로될거구. 그러니까 따로 수감하니까 (음식 등) 부담스럽구요. 협상용으로 (억류하고 있으니)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때까지 그냥 붙들어 두겠죠.
박정우: 조선신보는 이에 앞서 북한 특별교화소에서 복역 중인 케네스 배씨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보도하면서 북한이 조선신보에 배 씨의 인터뷰를 허용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는데요. 협상 시기를 놓친 것인가요?
양희정: 사실 가장 석방 가능성이 높았던 것은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방북하려던 지난 8월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북한이 킹 특사의 방북 초청을 취소했는데요.
박정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희정: 북한이 과거 억류된 미국인 석방 교섭 때처럼 '법집행 비용' 등의 명목으로 일정액을 미국에 요구했는데 미국 백악관과 재무부가 강력히 반대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국무부가 관행대로 일정액을 지부하려던 것을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대북제재 때문에 반대한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박정우: 유엔 대북제제 2094호를 우회해 북한에 송금을 하는 전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었다죠?
양희정: 또 다른 분석은 킹 특사의 방문이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이며 6자회담 재개 등 핵협상과 무관하다고 못박은 미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해 취소했다는 관측인데요.
박정우: 북한이 내놓은 이유는 한국과 미국 간의 을지프리덤가디언스 군사훈련 기간 중 전략폭격기 B-52를 사용한 것 때문인데요.
양희정: 하지만, 괌에 배치된 B-52기는 항상 한반도로 오가며 훈련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의 이와같은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양희정: 북한이 지난 10월 11일 전격적으로 케네스 배 씨 모자 상봉을 허용하면서 케네스 배 씨 억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됐습니다. 케네스 배 씨는 지병인 당뇨병 등 건강이 악화돼 평양병원에 입원중이었는데요.
박정우: 전문가들은 북한이 억류자 가족이 방북해 세 차례나 면담하도록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의 의도를 두고 '대미 압박용' 또는 '대미 유화 제스처' 등 여러 해석을 내놓았죠.
양희정: 어머니 배명희 씨는 평양에 5일 간 체류하면서 11개월 째 억류 중이던 아들과 평양병원에서 만나 건강이 좋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두 달 여가 지나도 아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데 대해 68세의 노모는 하루 속히 아들이 돌아오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어머니 배 씨: 국무부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하루 빨리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올해 내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못나오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일하러 갈 만큼 좋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도…
박정우: 지난해 11월 억류된 후 그의 건강상태는 당뇨병과 심장비대증, 허리와 등의 통증 등 수감생활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악화돼 외국인 수용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는데요.
양희정: 어머니 배 씨는 아직도 노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진 않은 것 같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배 씨의 어머니와 여동생, 아들 조너선 씨 등은 철야기도회와 인터넷 서명운동 등을 통해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특별사면을 위해 아들 조너선 씨가 인터넷 상에서 벌이고 있는 청원운동에 지난 12월 중순 현재 7만 9천 여명이 서명했습니다.
박정우: 한국 속담에 '긴 병에 효자없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배 씨의 억류가 장기화 되면서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좀 사그러드는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최근 한국전에 참전했던 85세의 메릴 뉴먼 씨가 억류되면서 고령에 심장병까지 앓고 있는 뉴먼 씨와 함께 배 씨의 석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양희정: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국전 당시 미국의 첩보장교로 활동하며 자신이 직접 양성해 북한으로 파견했던 이들의 생사도 확인하고 한국의 가족들에게 연락처도 알려주겠다며 북한을 찾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출신의 뉴먼 씨는 억류 40여 일 만에 전격적으로 석방돼 성탄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양희정: 북한 김정은 정권 들어 처음으로 억류된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석방에 대한 간절함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국제사회가 그에게 걸었던 기대에 부응해 외국인 억류를 통한 인질외교가 아닌 국제사회의 원칙에 부응하는 대외정책을 펼쳐 주길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박정우: 올 한해를 마감하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특집 ' 2013 RFA 10대 뉴스' 그 마지막 시간으로"케네스 배를 살려 주세요"를 보내드렸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박정우, 양희정: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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