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전세계 곳곳으로 주민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2016 연중 기획보도’ 북한 해외노동자 시리즈.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파견된 북한 의료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외화벌이를 위해서라면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 의료진의 실태를 소개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직접 탄자니아를 방문해 현지 북한 의료원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취재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북한 의사가 탄자니아 공식언어인 스와힐리어로 환자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 봅니다.
<액트: 스와힐리어 대화>
진료실이라고는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내부는 어둡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의사는 여느 병원의 의사처럼 환자의 혈압과 혈당 수치를 측정합니다.
의사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자 간호사도 진료실로 들어와 환자의 상태를 살핍니다.
<액트: 스와힐리어 대화>
진료를 마치고 나오자, 여자 접수원이 진료카드를 작성한 뒤 내 줍니다.
진료비는 현금으로만 낼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나 현금지급 카드는 아예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환자가 북한병원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저분한 오물이 병원건물 앞 길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액트: 병원 주변 소음>
각종 기계소리 등으로 시끄러워 도저히 환자가 드나드는 병원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입니다. 이곳은 탄자니아 최대 도시 다레살람에 있는 카리아쿠(Kariakoo) 지역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취재기자는 지난해 말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해 현지인이 직접 촬영한 북한병원의 동영상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2015년에 촬영한 이 동영상에는 다레살람에서 운영중인 북한 병원 네 곳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북한 병원의 내부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현지인이 탄자니아에 있는 북한병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마고메니(Magomeni) 지역의 병원에 들어갑니다.
병원 건물 밖에 있는 담벼락에 한글로 ‘내나라 제일 좋아’라고 적힌 큼지막한 구호가 눈에 들어 옵니다.
<액트: 북한병원 의료진의 인사말(스와힐리어)>
그 구호 밑에서는 접수를 받은 북한 여자가 남편이라고 소개한 남자 의사가 쉬고 있다가 환자를 맞습니다.
현지인이 잠깐 화장실로 갑니다. 병원의 화장실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몹시 불결합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구석에 놓여 있는 텔레비전에서 북한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 나옵니다.
진료실 옆에 있는 치료실 침대 바로 옆에는 지저분한 막대걸레가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습니다.
다른 환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최상의 위생상태를 유지해야 할 병원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섭씨 37도의 무더운 날씨에도 냉방장치가 제대로 안돼 있는지 연신 땀을 닦아내는 50대 중후반의 여자 간호사.

북한 간호사가 환자에게 줄 약을 꺼내는 곳은 다름아닌 옷장입니다.
청결한 곳에 있어야 할 환자용 약품을 땀으로 젖은 옷이 잔뜩 걸려 있는 옷장 속에서 꺼내 가져옵니다.
옷장과 책상 서랍에서 꺼낸 약을 간호사가 숫가락으로 여러개의 조그마한 종이봉투에 나눠 담습니다.
옆으로 떨어진 가루약을 버리지 않고 맨손으로 집어 다시 종이봉투에 담기도 합니다.
탄자니아 최대 규모라고 하는 테메케(Temeke) 지역의 북한병원은 그래도 낫습니다.

병원 건물 앞에는 환자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소파가 여러 개 놓여져 있고, 화장실도 비교적 깨끗합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선풍기나 에어컨은 환자대기장소에서 볼 수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후텁지근한 건물 밖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힘없이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20대 말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의사가 심장병에 좋은 거라며 180시간 지속되는 중국제 발기부전제를 처방해 줍니다.
북한과 오래 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탄자니아는 국립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병원이나 약국, 그리고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러한 현지 상황을 파악한 북한은 지난 1991년부터 탄자니아 전역에 12개의 병원을 세우고 100여명의 의사 및 간호사를 파견해 오고 있습니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다 은퇴한 현지인입니다.
<현지인: 본격적인 병원설립은 199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북한에서 온 주체라는 기관(회사)이 탄자니아의 집권당인 CCM(탄자니아 혁명당)과 협력관계를 맺고 추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다레살람 지역에 북한병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겁니다. >
문제는 비위생적인 북한병원의 오진과 약물 오남용 등으로 현지인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2015년 초부터 탄자니아 내 북한병원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는 현지 일간지 니파쉐(Nipashe)에 따르면, 북한 병원이 처방해준 의약품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다 엉터리 과잉진료를 하고 있어 탄자니아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자니아 법은 자국 내에서 판매, 유통, 처방되는 전통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약의 성분과 약효, 부작용, 그리고 유효기간 등을 표시해야 하지만 북한병원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입니다.
현지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병원에서는 환자가 돈이 많이 있다고 판단되면 북한산 영양제 등 환자치료와 관련이 없는 것도 추가로 구매할 것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탄자니아의 스와힐리어 일간지 므와난치(Mwanachi)는 지난 해 2월 27일 보도를 통해 북한병원측은 처방해 주는 생약이 탄자니아에 자생하고 있지 않아 영어 또는 스와힐러어 이름이 아예 없다고 변명한다면서, 탄자니아에 들여오기 전에 반드시 독성검사를 실시하고 구체적인 성분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니파쉐지는 자국의 신장 전문의 대니 캬우카 박사를 인용해 “북한병원에서 판매하는 생약으로는 절대 신장병을 치료할 수 없고, 오히려 북한의사에게 돈만 뜯길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환자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북한 의사들은 아무런 검사 없이 환자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머리에,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에,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 가슴에 저주파치료기 패드를 붙여 전기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학적인 검사 없이 환자의 말만 듣고 증상에 관계없이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셈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병원의 실상을 잘 알지 못하는 환자들은 ‘코리아’에서 온 병원이니까 자국의 병원보다 낫겠거니 하고 비싼 돈을 내고 북한병원을 찾게 되는 겁니다. 북한 의료진의 오진으로 결핵인줄도 모르고 오랫동안 북한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목숨을 잃을뻔했던 현지 피해자입니다.
<피해자: 6개월동안 결핵에 걸린 아들을 매일같이 북한병원에 데리고 다니는게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진작에 좋은 병원에 데리고 갔었으면 그렇게까지 증세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북한병원은 빨리 문을 닫고,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합니다. >
북한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난 뒤 내는 돈은 적게는 미화 10달러에서 많게는 100달러 정도.
환자가 돈이 많아 보이면 마른 인삼 등 생약을 보여주며 빠른 치유를 위해 먹어야 한다면서 200달러가 넘는 비싼 금액을 제시하고 반강제로 구입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진료 시간이 끝난 뒤에도 추가로 외화를 벌기 위해 환자를 받고 또다시 고가의 약을 판매합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1년에 130만 달러 정도인데, 이 가운데 90 퍼센트 정도는 북한 당국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탄자니아에서는 야간 진료 등으로 적발된 불법 사례가 없지만, 아프리카 내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행위로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료인 150여명이 파견된 모잠비크의 경우에는 지난 해 중순쯤 국제의료시민단체인 퐁가(FONGA)가 모잠비크의 나지라 압둘라(Nazira Abdula) 보건장관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전창호를 비롯한 북한의사들의 잘못된 의료행의를 고발, 추방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탄원서에 따르면 모잠비크 내 북한 의사들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등 금품을 갈취했으며, 병원이 아닌 비인가 시설인 의료진의 자택에서 진료 및 시술을 하는가 하면, 시간 단축을 위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을 시술에 참여시키기도 했습니다.
전 씨는 수술을 다른 환자보다 일찍 해 주겠다며 소위 ‘급행료’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와 함께 탄자니아의 북한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은 뒤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탈세의혹이 짙지만 세무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탄자니아 국세청은 ‘주재국 내 모든 병원에서는 환자 진료 후 무조건 영수증을 발부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는다’고 명시해 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북한병원이 탄자니아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면서 엉터리 진료와 불법 행위를 일삼을 수 있게 된걸까.
현지사정에 밝은 소식통과 현지 언론인은 북한병원을 대상으로 한 정부기관의 단속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탄자니아 보건당국 공무원들이 불시에 북한병원에 들이 닥쳐 단속을 하려 했지만, 북한 의료진의 완강한 방해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북한병원을 취재했던 현지 언론의 취재기자입니다.
<기자: 보건당국도 북한병원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평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역 담당 공무원을 시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병원과 지역 공무원과의 유착이 있다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탄자니아 있는 북한병원의 소유자가 집권당인 탄자니아 혁명당(CCM)으로 되어 있으며 북한이 이를 이용해 보건 당국의 단속을 우습게 여긴다는 겁니다.
이것이 당국의 관계자나 기자가 병원을 찾아 진상을 알아 내려고 해도 완강히 거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한 개 정당 체제로 이뤄진 탄자니아에서 집권당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집권당과 연계된 조직을 당국이 쉽사리 건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현지인: 다레살람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탄자니아의 집권당인 CCM 본부와 가까이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게 북한과 탄자니아 집권당이 손을 맞잡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
이렇듯 북한병원에 대해 현재 탄자니아 정부가 취하고 있는 미온적인 태도는 옳지 않다는 국민의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병원의 엉터리 진료와 치료, 변칙적인 운영, 불법행태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탄자니아 현지 소식통은 지난 2월 초 다레살람에 있는 탄자니아 주재 북한대사관 인근 아프리카나(Africana) 지역에 새로운 북한병원이 들어섰으며 북한 의료진 2명이 ‘전통의료방식으로 모든 질병을 치료해 준다’고 광고를 하면서 진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홍알벗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