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전 세계 곳곳으로 주민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예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2016 연중 기획보도’ 북한 해외노동자 시리즈. 오늘은 그 여덟 번째 순서로 몽골 캐시미어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들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현장을 방문해 취재했습니다. 보도에 노재완 기자입니다.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 가까운 곳에 봉제공장이 모여 있는 공업지구가 있습니다. 공업지구에는 북한 여성들도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캐시미어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캐시미어(cashmere)는 산양에서 채취한 연한 털로 만든 고급 모직물입니다. 양털에서 실을 만들고 그것으로 여러 옷감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자: 이게 바로 양털에서 뽑은 실이군요.
몽골 안내원: 네, 양털 실입니다. 실 만드는 공장에서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봉제공장에서는 일하지 않고 여기서는 오로지 캐시미어 일만 한다고 합니다.
기자: 몽골 회사는 봉급을 북한 당국에 현금으로 주지 않고 캐시미어로 대신한다는 말씀인가요?
몽골 안내원: 네, 그렇죠. 그러면 북한 당국은 본국에서 근로자 가족들에게 북한식으로 봉급을 주는 거죠.
기자는 지난 5월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캐시미어 공장에 가봤습니다. 그러나 공장 앞 정문에서 경비원이 나와 우리 일행을 제지했습니다. “이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느냐”고 묻자 경비원은 “북한에서 온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자: 지금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죠?
몽골 안내원: 네.
기자: 지금 공장에서는 몇 명이 일한다고 합니까?
몽골 안내원: 지금 40명 정도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원래는 100명 정도 있었는데 30명은 본국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30명은 얼마 전 저쪽 공장으로 옮겨 갔다고 합니다.

수소문 끝에 북한 여성들이 일하는 또 다른 공장을 찾아냈습니다. 그 공장은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인데 이곳 역시 캐시미어 공장이었습니다. 정문 앞에서 공장 경비원이 수상적인 눈빛으로 우리 일행을 바라봤습니다. 몽골 안내원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며 “공장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경비원은 공장 내부와 연결된 전화로 잠시 통화하더니 그를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20분 후 몽골 안내원이 다시 나왔습니다. 몽골 안내원은 공장 안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20명 정도가 식당으로 가는 모습을 봤는데 키가 작아 마치 어린아이처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 공장 안에는 밥 먹으러 간 20명 말고 또 있을 수도 있잖아요?
몽골 안내원: 물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들이 전부 인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거기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통역하는 사람도 함께 있었는데 나머지는 다 몽골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자: 북한 근로자들은 모두 여성이었나요?
몽골 안내원: 네, 다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나이는 25~35세 사이로 보였습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고비(GOBI) 캐시미어 본사입니다. 울란바토르 시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본사 근처에는 큰 공장이 있었습니다. 촉감이 매우 부드럽고 보온성이 좋아 이곳 고비 캐시미어 제품은 전 세계로 수출됩니다.
몽골 한인회 관계자: 몽골에 나와 있는 북한 근로자들은 제대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나와 일하는 게 아니어서 봉급도 대부분 본국에서 가져갑니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북한 당국이 좀 더 유연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융합해서 근로자들이 몽골뿐만 아니라 더 나은 선진국에 가서 더 높은 처우를 받으면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런 정치적 환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공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양털을 세척하는 것부터 완제품까지 많은 공정을 기계가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기계가 하기 어려운 공정도 많아 사람들의 손은 여전히 많이 필요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대략 1천300명 정도. 이 중 북한 근로자들은 150명입니다. 이들은 3년 계약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장 현장음)
몽골 안내원: 2년 전부터 북한 근로자 150명이 일했다고 하고요. 그 전에는 전부 몽골 사람뿐이었다고 합니다.
기자도 공장 안을 둘러보면서 재봉틀로 옷을 만들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공장은 북한 노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습니다. 공장 직원은 북한 근로자에 대해서 “대부분 성실하며 기술 숙련도 잘 돼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몽골 안내원: 북한 여성들이 처음 공장에 오면 3개월은 교육을 받고, 3개월 이후부터 정식으로 일하게 된다고 하네요.
북한 근로자들에게 직접 노임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장 직원은 “계약 관계를 잘 모른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몽골 안내원: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 잘 모른다고 했고요. 그냥 나라에서 북한을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위의 사람들이나 알지 자기들은 모른다고 하더군요.
다른 공장과 마찬가지로 이 공장도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북한 근로자들은 쉬는 날에도 공장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몽골 한인회 관계자: 저도 북한 근로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몽골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남북을 구분해서 보지 않습니다. 그냥 통칭해서 '설렁거스'라고 부르는데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북한 사람들을 몽골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니까 같은 민족으로서 솔직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고요.
인구 300만 명의 빈국인 몽골. 최근 한국과 중국 등 외국으로 돈벌이에 나선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그 빈자리를 인건비가 싼 북한 근로자들로 채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북한 여성들은 몽골인이 운영하는 낡은 캐시미어 공장에서 북한 감독관들의 눈치를 보며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이 외화벌이 차원에서 해외에 파견된 수만 명의 노동력 가운데 일부라는 것입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