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북한 해외노동자] ⑨ 천혜의 휴양지 몰타서 노예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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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전 세계 곳곳으로 주민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예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2016 연중 기획보도’ 북한 해외노동자 시리즈 오늘은 그 아홉 번째 순서로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공화국에서 자취를 감춘 북한 노동자에 관해 알아 봅니다.

양희정 기자가 몰타공화국의 수도 발레타가 자리잡은 몰타섬을 직접 찾아가 몰타 내 북한 노동자 현황을 취재했습니다.

(효과음)

지난 9월 중순, 기자는 몰타의 수도 발레타 북쪽 번화가인 슬리에마 인근 그지라 지역 북한식당 ‘더 가든 라운지’가 있던 주소를 찾아 갔습니다. 번화한 해변가에 즐비한 가게들 사이에 멕시코 거리 음식을 파는 식당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분주하게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 놓는 주인에게 북한식당이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문 닫은 지 오래라고 답합니다.

멕시코 음식점 주인: 북한식당요? 제가 한 1년쯤 전에 이탈리아 음식점을 인수했으니까 그 이전에 문 닫았어요. 북한식당이 문닫으면 다른 곳에 열고 하니까 또 있을 수도 있지만요.

지난해 중년 남성 1명과 20대 초반 여성 1명이 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몰타를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당 내부에 들어가 보니 작은 유리 진열대와 탁자가 몇 개 있고 그 옆으로 통과해서 들어가면 또 몇 개의 탁자가 있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안 쪽으로 야외에 텐트를 쳐 놓은 또 다른 공간에 몇 개의 탁자가 더 있습니다. 식사와 함께 춤과 노래 등의 공연을 제공한다는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의 대규모 북한식당과는 사뭇 다른 초라한 모습입니다.

몰타의 노동자 고용과 훈련을 담당하는 잡스플러스(Jobsplus) 건물. RFA PHOTO/ 양희정
몰타의 노동자 고용과 훈련을 담당하는 잡스플러스(Jobsplus) 건물. RFA PHOTO/ 양희정

기자는 두 명의 종업원 탈출 후 폐업에 들어간 이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또 있었는지 그렇다면 그들이 다른 곳에 취직해 일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몰타 노동자의 고용과 훈련을 담당하는 기관인 잡스플러스(Jobsplus)의 도리아나 베찌나(Doriana Bezzina) 노동시장분석과 고용서비스 담당국장을 찾았습니다.

베찌나 국장: 가장 최근의 통계인 지난 7월에 몰타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3명에 불과했습니다. 고용주들이 계약관련 서류를 추가로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변할 수 있지만요.

자유아시아방송이 잡스플러스로부터 단독 입수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2월에 6명, 2009년 말에 1명, 2010년 5명, 2011년에는 16명 등의 북한 노동자가 몰타에서 일하고 있었고 2012년에는 25명, 2013년에는 42명, 2014년에는 50명, 2015년에는 44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1월과 2월의 공식 통계에 33명과 30명이던 몰타 내 북한 노동자 수가 7월 잠정 통계에 3명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잡스플러스는 몰타섬 남단의 할파(Hal Far) 인근 비제부자(Birżebbuġa) 지역에 단정하고 웅장한 2층 석조 건물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인근에는 돌로 지은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마치 폐허가 된 것처럼 줄지어 있습니다. 기자를 안내한 현지인은 바로 인근에 중국계 의류업체 레저클로딩 직원들의 숙소가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안내인: 레저클로딩은 불레벨(Bulebel)의 산업지구에 있지만 차이나 하우스로 알려진 이 회사 직원들의 숙소는 잡스플러스 인근인 이 곳 비제부자에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영국 등의 유명의류업체들의 하청을 받아 의류를 생산하는 레저클로딩은 2014년 북한을 포함한 중국과 베트남 즉 윁남등 아시아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신매매한 혐의로 언론의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이어 몰타 현지 언론(in-Nazzjon, Times of Malta) 등은 할파 지역의 저급한 숙소에서 새벽부터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 회사로 출퇴근하는 아시아계 노동자들의 인권유린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이 곳에서 일하기 위한 노동허가증을 받기 위해 6천 유로를 지급해야 했고, 약속된 월급 600유로 대신 실제로는 수 십 유로만 지급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노동자는 일주일에 6일을 하루 14시간씩 일하고 70유로를 받았던 반면, 이 회사의 중국인 관리책임자인 한 빈(Bin Han) 씨는 성과급으로 연간 3만 유로를 받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한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회사가 고용한 북한 노동자들은 6개월 전 이미 다 북한으로 돌려 보냈고 그들은 유럽연합과 몰타의 근로기준에 적합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씨: 몰타의 노동 규정에 따라 노동자를 처우했고, 몇 차례 현장 감사에도 불법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하청을 주는 유럽의 유명 브랜드 회사들이 국제 언론의 압박 때문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말라고 주문했습니다. 저희 고객 회사는 이름에 해가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당연한 이유이긴 하죠.

한 씨는 그러면서 4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여성이었고, 재봉기계를 다루는 일을 했으며, 상당한 숙련공으로 몰타에서 아주 행복하게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숙소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도록 탁구, 가라오케, 운동시설과 텔레비전 등 모든 여가시설과 주방시설, 조리사까지 갖추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주말 등 쉬는 날에는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인근 슬리에마나 발레타 심지어 몰타섬에서 고조섬까지 쇼핑이나 관광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몰타 언론은 한 씨가 잡스플러스의 전신인 고용훈련회사(Employment and Training Corporation)의 현장 조사에 대비해 노동자들이 매달 680유로를 수령한다는 위장 계약서 사본을 갖고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던 또 다른 몰타 회사 ‘라이트 믹스’는 현재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 기자의 질문에 “더 이상 없다”고 짜증 섞인 말투로 답했습니다.

…간주…

몰타섬 북부 세인트 폴스 베이 휴양지 부지바의 첫 북한식당 자리가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RFA PHOTO/ 양희정
몰타섬 북부 세인트 폴스 베이 휴양지 부지바의 첫 북한식당 자리가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RFA PHOTO/ 양희정

기자는 ‘더 가든 라운지’에 앞서 몰타섬 북부 세인트 폴스 베이 지역 부지바에 있던 북한식당도 찾아가 봤습니다. 이 곳도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인근 중국식당 주인은 ‘고려식당’이라는 이름으로 개점했던 식당은 운영이 어려웠는지 수 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지바 중국식당 주인: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처음에는 홍보를 위해 할인행사를 하기도 했지만 다시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어요. 여름 성수기가 지나고 겨울이 되자 식당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1년도 못 돼 문 닫았죠. 한 서 너 명 있었나요? 서로 이야기를 잘 안 해서 모르죠. 한 남자분과 세 명의 여성이 식당 위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식당 입구에 그 들이 남긴 돌로 만든 장식이 있어요.

세인트 폴스 베이 식당 입구에 남겨진 북한식당의 돌장식. RFA PHOTO/ 양희정
세인트 폴스 베이 식당 입구에 남겨진 북한식당의 돌장식. RFA PHOTO/ 양희정

부지바 식당을 세 번째 방문해서야 식사를 했다는 어느 한국 유학생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식당이 항상 열려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값도 비싸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한국 유학생이 식당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종업원 중 영어로 주문도 받던 20대 초반의 여성과 중년 남성이 기억 나는데 특히 식당 밖에서 담배를 피던 중년 남성에게 일행 중 한 명이 북한 상황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다 그렇지”라는 답을 해 그가 혹시 고발당하는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그런 질문을 하지 말아야 했던 것 아닌가라는 후회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유학생들 사이에서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몰타에서 영어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런 인연으로 북한이 몰타에 식당을 열게 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습니다.

몰타 정부는 몰타와의 수교 후 처음으로 지난 7월 몰타를 방문한 윤병세 한국 외무장관에게 몰타 내 북한 노동자의 체류연장을 거부하거나 신규 비자 발급을 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을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한 자금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경종의 의미로 해석되었지만 몰타 외무부의 폴 산트(Paul Sant) 한국담당은 이와 관련한 기자의 논평 요청을 즉각 거부했습니다.

산트 한국 담당: 저는 언론에 할 말이 없습니다.

몰타의 입국비자를 관할하는 법무부도 북한 노동자의 노동 비자 발급 최신 현황에 관한 수 차례의 인터뷰 요청에도 전자우편으로 답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한 달 가까이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 고용 허가를 신청했다는 빌롬 그룹. RFA PHOTO/ 양희정
북한 노동자 고용 허가를 신청했다는 빌롬 그룹. RFA PHOTO/ 양희정

레저 클로딩과 라이트 믹스 등의 회사가 북한 노동자를 귀국 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몰타의 또 다른 건설회사인 빌롬 그룹(Bilom Group)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확인에 나섰습니다.

길버트 구제야(Gilbert Gujeya): 우리가 북한 노동자 고용을 위한 노동 허가와 비자 신청을 했습니다. 두 세 명 정도 신청했는데 한 명은 거부 당했습니다. 뭘 알고 싶은 겁니까? 아직 노동 허가도 아무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디펜던트지 등 몰타 현지언론은 9월 초 미국 국무부가 의회에 지난 8월 말 제출한 북한인권 개선 전략보고서에서 몰타가 북한 노예노역을 사용하는 전 세계 23개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불명예를 얻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전자우편을 통한 수 차례의 인터뷰 요청에 묵묵부답이던 몰타 법무부는 지난 12일 오후 청사를 직접 찾아가 북한 노동자에 대한 몰타의 비자 발급 실태에 관한 심층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문의하라고만 답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양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