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아프리카 남부 내륙에 위치한 나라인 짐바브웨 주민들은 북한의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다음 달 자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려는 계획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0년대 북한이 개입된 짐바브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쓰라린 기억 때문입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간지인 ‘메일 앤 가디언’(Mail & Guardian)은 짐바브웨 시민단체들이 북한 축구대표팀의 전지훈련 계획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16일 전했습니다.
앞서 짐바브웨 당국은 북한 축구대표팀이 오는 6월 11일 시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에 앞서 다음달 25일부터 2주간 짐바브웨에서 전지훈련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짐바브웨 시민단체들이 북한 대표팀의 전지훈련에 반발하는 이유는 지난 1980년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정권이 남부지방인 ‘마타벨레랜드’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 사건에 북한이 개입됐기 때문입니다.
이 주간지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은 80년대 초 정적과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북한에 도움을 요청했고 북한 군사교관들이 교육한 무가베 대통령의 친위부대가 6년에 걸쳐 약 2만 여명의 짐바브웨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했습니다.
짐바브웨의 시민단체들은 짐바브웨 당국이 북한 축구팀의 전지훈련을 허락한 것은 민간인 학살 당시 희생자와 생존자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30개 이상의 짐바브웨 교회와 시민, 사회단체들이 북한 축구팀의 전지훈련을 막기 위해 세를 규합하고 있다면서 만일 짐바브웨 당국이 북한팀의 전지훈련 허락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북한팀이 짐바브웨에 머무는 동안은 물론 북한이 출전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12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발행하는 소식지(IRIN)도 짐바브웨 국민들이 1980년대 자행된 ‘마타벨레랜드 대학살’ (Matabeleland Massacres)에 대한 기억 때문에 북한 축구팀의 전지훈련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짐바브웨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전화통화에서 짐바브웨에서 시민, 사회단체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 짐바브웨 당국이 북한 축구팀의 전지훈련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마자 북한과 수교했고 1994년 한국과도 정식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