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함 감추려는 퍼포먼스
<기자>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전날인 9일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가 당 중앙위원회에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11~12일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번에(8/3~8/5) 이어 군수공장들을 또다시 시찰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최근 내부에서 들려오는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제가 느낀 바로는 지난 8월 9일에 열린 중앙군사위원회를 비롯해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보도한 김정은 총비서의 군수공장 시찰과 홍수 피해지 시찰에서는 김 총비서의 '퍼포먼스'(연출)가 과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또 김 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한반도 지도를 펼쳐 놓고 간부들에게 여러 지시를 내리는 듯한 모습의 사진이 실렸고, 그가 군수공장을 시찰했을 때는 장갑차에 스스로 탑승한 채 시찰한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또 김 총비서의 홍수피해지 시찰에 관한 보도에서는 김 총비서가 간부들을 강하게 비난했다는 얘기가 실렸습니다. 저는 이런 식의 보여주기가 최근 심해진 이유는 김 총비서의 지도에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가 군사위원회에서 했던 퍼포먼스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 견제하면서 북한 군사력을 강조하고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노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과도한 '퍼포먼스'라고 말씀하신 것은 김 총비서가 최근 들어 이른바 '보여주기식' 연출을 많이 하는 추세라는 지적이시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그러니까 말로서 계속 한국과 미국을 긴장시키려고 하는데, 일부러 지도도 제시하면서 '우리는 빈말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주장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최고지도자가 보통 장갑차에 탑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군의 장비에 대한 자세한 성능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원래 조선노동당 군수공업부 담당자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최고지도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 총비서는 홍수피해지 담당 간부도 비난한 바 있고요. 또 지난 6월 중앙위 전체회의에서는 위성 발사 실패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과거에도 화력발전소나 자라 사육공장 등을 시찰했을 때 간부들을 많이 비판하거나 또는 역으로 자기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면서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김 총비서의 지도력이나 존재감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을 숨기기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날 전승절 열병식과 관련 행사 때도 그렇고 최근 들어 굵직한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좀 이례적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말씀하신 대로 지난 6월에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나 7월 27일 열렸던 열병식에서 김 총비서는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조금 전 말씀드렸던 과도한 연출과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김 총비서는 2011년 12월에 권력을 계승한 뒤 지금까지 12년 가까이 최고지도자로 지냈는데요. 그 사이 그는 상당한 수의 퍼포먼스를 해왔습니다. 특정 문제를 들어 북한 간부들을 심하게 비판하는 것부터 시찰했던 일부 장소에서는 더워서 불이 난다며 옷을 벗거나, 심지어 애민정치를 의도해 러닝셔츠를 입은 사례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눈이나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거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특별한 행동을 해왔습니다. 아마 이것은 김 총비서를 둘러싼 측근들이 어떻게 해야 일반 주민들로부터 최고지도자로서 인정받고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행동 방식을) 조율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연출도 일반 시민의 지지나 이해를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과도한 연출을 되풀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김 총비서가 왜 지금까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북한에서 부족한 자원이나 자금 상황이 차지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그런 문제들은 지금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유엔 제재나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경봉쇄 조치는 물론, 자연재해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얼마나 연설하든 간에 (북한 지도부가 의도하는) 효과는 이룰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 김 총비서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연설을 열심히 하든 그에 맞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갈수록 김 총비서의 연설이 줄어들고, 연출식 행보가 많아지는 최근의 현상은 최고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 사회가 나아가지 못한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여주기식 정치에 부작용도 나타나
<기자> 그럼 그간 북한 매체에서 영상이나 사진들을 통해 보여지는 최고지도자로서의 김 총비서 모습은 과거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좀 다른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난주 RFA기사( 관련기사) 에 실린 김정은 총비서와 중국 대표단의 회견 다음에 찍힌 사진에 대해 잠시 말씀드렸으면 하는데요. 김여정 당부부장과 중국 대표단이 악수하는 장면인데, 그 사진 안에서 김여정 부부장 뒤쪽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나가는 상황이 담겼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과거 노동당의 간부를 지냈다 탈북한 지인분께 보여드리고 의견을 물었는데요. 이 사진을 본 전직 북한 간부는 여기에 담긴 장면이 너무 놀랍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기로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진이나 영상에서 중심부에 나오도록 촬영하는 것이 관례라는 겁니다. 즉 최고지도자가 수하에 둔 사람의 뒤쪽으로 지나가는 일은 북한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습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심지어 실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런 장면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공개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에도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가운데에 앉아 있고, 김 총비서와 북한군 간부들이 그 주변에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김정은 시대가 되고 나서 최고지도자가 가운데 앉아 있지 않는 사진이나 영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만약 북한이 독재 체제를 포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좋은일이겠지만, 실제 북한 내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 역시 퍼포먼스 중심의 정치를 추진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위해서 최고지도자가 종종 중심에 있지 않은 사진이나 영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북한이 추진하는 정치노선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을 증명하는 사안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북한 지도부 측에서 이렇게 보여주기식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한 가지는 김 총비서가 추진하는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김 총비서는 애초 경제 분야에서 포전담당제를 도입하거나 시장을 확대하는 등의 개방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외교 부분에서도 처음에는 중국과 험악한 관계가 되면서 김 총비서가 북한에서 중국 드라마 방영을 금지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서로 악수도 하면서 미국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미국을 심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인상을 북한 일반 주민에게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김 총비서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북한의 정치 체제가 한계에 다가오고 있다는 사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정책이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김 총비서도 자신감이 없고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많은 불안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정책을 강조하기보다는 '퍼포먼스'를 중요시하는 정치가 되어가고 있다고 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자>앞으로 북한이 펼쳐갈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북한도 현재의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퍼포먼스’ 위주의 정책이 과도하게 가시화하면서 북한에서 "위대한 령도자" "위대한 수령님"으로 불리는 김정은 총비서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지금도 계속해서 김 총비서의 우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10월까지만 해도 노동신문 논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수령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수령이라는 말이 김일성 주석에 한해서만 인정되는 말이었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어버이"라는 말도 가끔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결과적으로 김 총비서는 명목상의 지도자, 그러니까 하나의 얼굴마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고위층은 '조국 해방의 영웅'이었던 김일성 주석의 혈통을 추대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체제가 계속되는 한 김 총비서나 김여정 부부장이 추방되거나 세상을 뜨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 대신 고위층은 자기들 마음대로 정치를 쥐락펴락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최고지도자를 경계할 수도 있고, 현재의 이런 상황을 남용해 더 많은 권력 확보를 노릴 수도 있다고 예상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오는 18일이면 한미일 정상이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3자 회담을 갖습니다. 어떤 논의를 예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일단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미국, 일본 정부가 각자 원하는 바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일본이나 미국 정부는 우선 북한 전면에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중국에 대한 위협에 대해서 논의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세 나라가 공통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이 북한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미사일 체제의 강화나 한미일 군사훈련의 연례화와 같은 사안을 추진할 걸로 예상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