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춥고 또 눈도 많이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날이 추우면 바깥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하고 와서도 난방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몸 씻는 것도 예삿일이 아닙니다. 겨울철 위생사업 중 목욕. 남한 사람들은 어디서 또 얼마나 자주 목욕을 하는지 남한의 목욕문화에 관해 알아봅니다.
남한에 간 탈북여성들이 하는 말 중에 남한 생활 중 가장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것이 언제나 집에 들어가면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와 설거지 하는데 찬물에 손을 담그지 않아도 되고 목욕을 매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요즘처럼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던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남한의 주택가에는 높다란 굴뚝이 보였고 겨울철이면 그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났습니다. 그건 공장 굴뚝이 아니고 목욕탕 굴뚝입니다. 요즘은 집집마다 온난방 시설이 잘돼 있어서 굳이 대중목욕탕을 갈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면 몸을 씻기 위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던 곳이 대중목욕탕입니다. 미국 생활 40년이 되는 박승후 씨가 기억하는 남한의 목욕탕입니다.
박승후: 공중목욕탕을 자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년에 두 번 정도 여름에는 냇가에서도 닦고, 우물가에서 닦고, 비가 오면 자동적으로 닦고 하지만 쌀쌀해지는 추석 때와 겨울, 추석 때 한번 공중목욕탕에 가고 구정 때 한 번 가는데 가면 사람이 꽉 차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풍경은 목욕탕을 가족끼리 간다는 것. 그러면 아들은 아버지와 같이 가고 형제와 가고 또 남녀구별이 엄격해서 자매들은 엄마나 자매끼리 가서 목욕을 해서 한국 사람은 가족이 목욕탕을 가지 때문에 가족의 추억 중 목욕탕을 같이 다닌 추억이 구시대 사람들에겐 남아 있어요.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공중목욕탕. 하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공중목욕탕이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물론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때에 한해서 말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지방 도시에서는 연료 사정으로 목욕탕 운영이 잘 안 되고 평양에서조차 공중목욕탕을 마음껏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평양 출신의 탈북여성 정은아(가명) 씨의 말입니다.
정은아: 평양은 물과 전기가 긴장하다 보니까 항상 큰 대중목욕탕 문수원이나 창광원은 국가에서 배려해서 인민에게 지어준 큰 건물인데 거기에도 물이 부족해서 항상 사람들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새벽 6시에 가도 12시쯤 돼야 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들어가서도 물이 부족해서 욕조에 받아놨던 물을 쓰고…
북한 청취자 여러분이 더 잘 아시겠지만 1980년대 초반 각 군과 구역에 ‘창광원’ 또는 ‘은덕원’이라고 이름 붙인 현대적인 목욕탕이 건설됐고 각 마을에도 목욕탕이 만들어졌지만 요즘은 밥 해먹을 연료도 없는데, 어떻게 목욕탕 더운물 끓이겠는가 하는 겁니다.
남한에선 공중목욕탕 또는 대중탕이란 말이 70년대 말까지 쓰이다 80년대 이후에는 한증탕인 사우나로 그리고 90년대 이후엔 다시 찜질방으로 거듭납니다. 목욕탕 그 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목욕탕을 일컫는 용어가 바뀐 겁니다. 다시 말해서 좀 더 최신 시설과 편리함을 갖춘 개인 영업장이 생겨났다는 말입니다. 요즘 남한 사람들은 목욕하러 찜질방에 간다는 말을 보통 합니다. 20대 남한 여성의 말을 들어보시죠.
차은지: 저는 목욕을 하러 간다기보다는 같이 찜질방 가는 친구들과 놀고 수다 떨려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하룻밤을 자고 옵니다. 거기서 파는 가장 일반적인 음식은 허기졌을 때 미역국이나 삶은 계란을 가장 간편하게 먹지만 찜질방에서 자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일반 식사를 팔기도 합니다.
찜질방은 보통 한 번에 수 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건물로 대형화됐는데 예를 들어서 건물 구조를 보면 1층은 여성 전용탕, 2층은 다양한 한증탕과 식당 그리고 휴게실이 있고 3층은 남성 전용탕 이런 식입니다.
이 남한 여성이 말한 찜질방의 사용료는 보통 1만 원, 미국 돈으로 10달러 정도로 시간제한 없이 목욕도 하고 땀도 내고 그 안에서 음식도 사서 먹고 잠도 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욕탕 안에는 돈을 받고 손님의 때를 밀어주거나 안마를 해주는 등 목욕을 도와주는 욕실 종사원과 머리를 깎아주는 이용사 그리고 구두를 닦아 주는 이도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목욕하는 것을 샤워한다고 보통 말합니다.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하는 목욕이 아니라 서서 몸에 비누칠을 하고 씻어내는 쉽게 말해 약식 목욕인데 공중목욕탕을 찾은 세대와는 머릿속에 떠올리는 모습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몸이 델 정도의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때를 불려서 수건으로 박박 문지르는 그런 목욕을 연상하지만 그런 수요가 예전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요즘 남한은 찜질방이 공중목욕탕을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탈북여성 김은금(가명) 씨는 남한에서 1년간 찜질방에서 일한 경험을 이렇게 말합니다.
김은금: 목욕탕 시설이 너무 좋았습니다. 청소도 매일 아침에 새 물을 넣고 들어가면 다 서류함이 있고 신발 서류함도 있고 해서 잃어버리는 것이 없고 사람들이 마음대로 들어가서 시간을 쓰고 하니까 세상에 이런 곳도 있네 했었죠.
탈북여성 김씨가 말하는 것처럼 남한에선 사람들이 언제든 가서 목욕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물비누와 수건 등 비품을 받아 찜질방에서 몸을 씻고 피로를 풀 수 있습니다. 남한에는 또 일반인이 아닌 장애인을 위한 목욕탕도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시는 현대자동차 등 현대 그룹이 있는 울산광역시에선 시의 지원으로 5개의 장애인 전용 목욕탕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설운영은 민간에서 하고 지역주민이 봉사자로 장애인의 목욕을 돕고 있습니다. 울산광역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 서종근 팀장입니다.
서종근: 사람 살을 맞대고 하는 봉사이기 때문에 힘든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위생이란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집이 어렵지만 또 봉사를 자원하는 분도 있습니다. 봉사자는 등도 밀어주시고 안전요원 역할도 하시고 이동에 도움도 주시고 .
장애인 전용 목욕탕 중 한 곳인 울산 북구 지역에 있는 화봉탕 주인 김후강 씨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자신이 장애인 전용목욕탕을 하게 된 동기와 목욕탕 실내 구조를 어떻게 바꿨는지 들려줬습니다.
김후강: 제가 목욕협회 북구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 22개 목욕 업체를 불러서 의논을 했는데 일반인과 장애인이 함께 목욕하니까 일반 손님이 다 떨어진다면서 안 하겠다고 해서 제가 쉬는 날 해보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입구에 장애인 휠체어가 올라올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고 안에 장애인이 쓸 수 있는 손잡이를 전부 설치했습니다.
남한에서 공중목욕탕은 옛날처럼 때를 벗기러 가는 곳에서 몸을 뜨겁게 해서 땀을 빼는 한증탕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더 나아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피로를 푸는 장소인 찜질방 형태로 변해 추운 겨울철 사람들이 큰 부담 없이 즐겨 찾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의 공중목욕탕과 관련해서 이모저모를 알아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