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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 당국이 화폐교환을 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물가가 폭등해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이번 화폐교환은 북한 당국의 실책이라고 말하는 남한의 북한 전문가들에게 북한이 현재를 처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남한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폐교환을 화폐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북한 당국의 극단적 조치였다는 말입니다. 지난해 11월 30일 화폐교환이 있은 후 북한의 물가는 두달만에 30배 이상 올랐으며 당국의 시장 통제로 주민들은 식량과 공산품 구매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준비돼지 않은 화폐교환이란 방법을 동원해야만 했던 사정을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김광인: 화폐개혁 이전에 통화량 전체의 70%가 민간에 나가 있었다는 것이죠. 중앙 당국이 통화를 쥐고 운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시장원리에 따라서 금리를 올린다든가 해서 통화를 회수할 수 있는데 사회주의 국가는 그것이 안 된다는 것이죠.
북한 당국은 구화폐를 무력화시킨 다음 이미 의미가 없어진 국정가격을 강요했지만 물가가 올라 주민들만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심각한 것은 신권과 구권의 교환에서 부작용이 계속 있다는 점입니다. 남한에서 북한의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하는 탈북자들은 현재 북한에는 얼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비싼 곡물 가격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 시절을 보내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실제로 화폐교환 직후 쌀 1kg에 20원 정도 하던 것이 1월 말에는 1천 500원 선을 넘어섰고 당국의 관여로 240원까지 가격이 내렸다가 현재는 500원 지역에 따라 600원 이상 하기에 이릅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북한농업담당 권태진 박사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전곡 단위로 380만 톤에서 400만 톤까지 추정했습니다. 이는 그 전년도 작황과 비교해 볼 때 30-40만 톤이 정도가 적은 수량입니다.
권태진: 설령 400만 톤이 생산됐다 해도 최소 소요량이 523만 톤이라고 할 때 못해도 120만 톤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부족분은 수입 또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통상 북한은 중국에서 식량 수입을 하는데 지난해 밀가루와 콩을 포함해 20만 톤 정도 수입을 했습니다. 2008년 대비 30% 수입이 늘어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00만 톤이 부족합니다.
소득을 통해 시장에서 충분한 물건을 구입할 수 없고 식량은 공급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식량 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중국이 매년 평균 20-30만 톤의 곡물을 북한에 지원한다고 볼 때 나머지 부족분인 70-80만 톤의 식량은 외부 지원이 있어야만 북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최소곡물 소요량에 근접합니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화폐 개혁이라는 초강수를 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 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중앙개혁 당국이 쌀이나 물자, 에너지 , 원료를 생산 단위에 줄 수 없는 상황으로 각 공장 기업소와 기관 단체가 알아서 자력갱생 하는 단계였습니다. 15%-20%였지만 자체로 생산해서 그나마 공장의 역할을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공장 기업이 약간의 부를 축적했습니다.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것을 빼앗기 위해서 이런 조쳐를 했는데 돈이 다 무력화되다 보니까 지방의 공장 기업소도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에 따른 물가상승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주민들이 겪게 될 어려움을 알면서도 쉽게 극복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이번 화폐개혁은 국가 차원의 재원 확보를 위한 당국의 결단으로 체제 유지를 위한 것 이외에는 크게 고려되지 않은 조치였다고 말합니다.
조봉현: 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이 되는데 공급은 안 되고 수요는 계속 생기니까 물가는 폭등하는 겁니다. 만약에 북한이 화폐개혁을 성공하려고 했으면 국가가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국가가 처리할 능력을 갖추고 화폐개혁을 했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북한의 서민은 더 잘했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못해서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죠.
세종연구소 오경섭 연구원도 북한의 화폐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지도자의 대담한 결단이 없이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오경섭: 돈은 자꾸 풀리는데 시장에 물건은 없고 국영상점이나 기업은 안 돌아가고 그러니까 국가 경제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었다는 말입니다. 이런 것을 한 번에 타결하는 방안으로 화폐개혁을 시도했는데 화폐개혁에서 돈 교환 비율을 일정한 금액으로 제한했다는 것은 상당히 풀렸던 통화를 국가가 흡수하겠다 그리고 흡수된 자금으로 통화 발권을 하고 국가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종합적으로 실패한 원인은 북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생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생산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다 보니까 화폐개혁 이전의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는 겁니다.
이처럼 남한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폐개혁에 따른 부작용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화폐개혁을 하면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잡을 수 있지만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면서 주민의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 즉 식량과 공산품 등 물자를 필요로 하는 요구와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경제 능력을 북한 당국이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북한 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은 현재의 북한 상황과 관련 북한 지도부의 유연성과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는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이 할 일은 사태 수습이 급선무이겠지만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김광인: 해결책은 쌀과 물자를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지만 지금 북한 당국에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북한이 작년에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적인 제재를 받는 상황으로 국제 국제사회가 등을 돌린 상태입니다. 한국이 마지막 카드인데 한국도 국제사회와 기본적 입장이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지원을 받는 것도 어고 유일하게 희망이 있다면 중국인데요. 지난 연말에 원자바오 총리가 가서 상당한 지원을 북한에 약속한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으로 부터 지원을 못 받는 것 같습니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조봉현 박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앞으로도 개혁개방이라고 표현은 안 하겠지만 결국 북한이 국제 사회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조봉현: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에서 볼 수 없었던 실패에 대한 인정이 두 번 있었습니다. 경제문제를 해결 못했다는 것을 노동신문을 통해 두 번이나 밝혔습니다. 일단은 지금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일차적으로 주민의 불만을 무마시킨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인데요. 스스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 외부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조치가 나올 것이다.
세종연구소 오경섭 연구원도 북한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오경섭: 북한이 시장을 도입하고 개혁개방을 실행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말하는 것도 북한이 일단 핵을 포기해야 우리 정부도 북한을 지원할 수 있고 국제사회도 북한을 지원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
그러나 체제유지를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로 삼는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외부 세계에 유화정책을 표명하며 개혁개방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화폐개혁은 북한이 의도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복원하는 것으로 진정 이를 원한다면 외부지원을 위해 핵 포기가 있어야 합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며 앞으로도 북한의 전향적인 변화보다는 체제단속에 더 애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호열: 선택은 두 가지다. 정치적으로 비핵화를 하고 외부지원으로 나가는 방법. 아니면 시장 경제를 통해 유통을 정상화시키고 물가와 식량 공급을 유지하는 방법.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방법을 취할 것으로 보이면 그러자면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책이 소재 부분을 정리해야할 겁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화폐개혁과 전망에 대해 남한의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해 드렸습니다. 진행에는 저 이진서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