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서 2월과 3월은 졸업과 입학이 있어 학생들에겐 설레는 달입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진출을 결심한 청년들은 좁은 취업 시장의 문을 뚫고자 비장한 각오마저 하게 됩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탈북 청년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남쪽의 학교, 특히 탈북자 대안학교에 대해 알아봅니다.

남한 통일부가 발표한 탈북자 입국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남한입국 탈북자 중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3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남한 간 탈북자 10명 중 4명 정도가 중등교육 또는 대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연령대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 또는 젊은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권 내의 학교에 입학하거나 또는 민간이 운영하는 비인가 학교 즉 탈북자 대안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남한에는 국가가 학력을 인정하는 정규학교이면서 탈북자만 다니는 특수 학교가 한 곳 있습니다. 이름이 ‘한겨레중고등학교’인데요. 곽종문 교장에게 일반 남한 학교와 이 학교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들어봅니다.
곽종문: 탈북 학생이 남한 학교에 들어가기 전 집중적으로 학력 증진, 사회적응, 신체치료, 질병치료, 정신적 안정 등을 집중 교육을 받아 대한민국 정부가 주는 정상적인 학적을 취득해 가는 학교입니다.
곽 교장의 말에 따르면 예를 들어 탈북해 17세 학생이 남한에 왔는데 학력 수준이 남한의 초등학교 수준이라고 하면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집중 교육을 받은 후 일반 정규 학교로 전학시킨다고 했습니다.
남한의 교육 편재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남한은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을 합해 모두 9년을 의무교육으로 정하고 무상 교육을 시행 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에서 소위 탈북자만 가는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이 때문입니다. 이는 한겨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자의 나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곽종문: 연령대는 13세에서 23세까지의 연령의 학생이 있고 대부분 17세에서 22세에 해당하는 학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여학생이 67% 정도 됩니다.
탈북에 이어 제 3국의 체류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던 탈북자들은 제 나이에 비해 학력 수준이 남한 사람보다 떨어집니다. 한겨레 학교에선 20세 이상 탈북자만 대학을 보내고 20세 이하는 적응 능력이 생기면 졸업이 아닌 일반 학교로 전학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곽종문: 여기서 다 마치는 방법도 있지만 이 학생들만 따로 격리시켜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고 일반 학생과 동등하게 동화돼 수업을 받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보는 겁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년 내에 일반 학교로 전학시키고 있습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탈북자 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수업 내용을 보면 남한 일반 학교에서 하는 교과 과정이 40%, 그 외에 사회적응, 문화적응, 치료안정 교육 등이 있습니다. 물론 학비는 전액 무료로 먹고 자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교복과 학용품은 모두 국가에서 지원합니다.
한겨레학교는 탈북자만 가는 학교이지만 대안학교는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별도의 자격시험을 거치지 않고 학력을 인정받는 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제도권의 일반 학교도 한겨레 학교도 아닌 탈북자 대안학교를 찾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탈북자 김수향 씨는 탈북자가 대안학교를 찾게 되는 이유가 편히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김수향: 선생님이 자기 자식들처럼 걱정해주고 하나하나 다 챙겨주고 항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를 찾아서 주려고 하거든요.
교육문제는 탈북자 부모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자녀가 남한 아이들과 섞이지 않고 북한 출신 아이들만 모여 공부하는 시설에서 공부하길 원한다면 탈북자 부모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학부모의 말도 들어봤습니다.
학부모: 탈북자만 다니니까 학교에서 너무 잘 알고 대학에 갈 수 있게 수업을 잘 짜서 개별 수업도 해주고 하더라고요. 남한 아이들과 있었다면 그런 것을 다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거기 맞는 교수안을 짜서 가르쳐 주더라고요.
같은 처지에 있는 탈북 학생만 전문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교사도 전문화돼 있고 학생도 마음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탈북자 대안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학력인정이 되지 않는 비인가 학교인 탈북자 대안학교는 현재 남한에5 곳이 있습니다. 3곳은 서울, 2곳은 의정부와 천안으로 역시 수도권 인근 지역에 있습니다.
보통 탈북자 대안학교의 규모는 일반 학교의 10분의 1 이하입니다. 보통 전체 학생 수가 30-50명 정도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제일 먼저 탈북자 대안학교로 시작한 곳은 서울 도심에 있는 ‘셋넷학교입니다.’ 이곳은 연평균 25명 내외의 탈북자가 수업을 받고 있는데 여학생 비율이 70% 정도입니다.
대안학교 출신은 일 년에 2차례 국가에서 시행하는 학력인정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만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의 강도는 일반 학교에 비해 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셋넷학교 박상영 대표의 말입니다.
박상영: 4월에 첫 국가고시가 있어서 지금 아이들이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꼬박 12시간을 공부하고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워낙 수업 시간은 10시에 해서 5시에 끝납니다. 그것이 주간 학교고 야간 학교는 저녁 먹고 6시 20분부터 저녁 8시까지는 선택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어를 도저히 못하겠어요’ 라고 하는 학생은 기초 수업을 해줍니다. 개별학습을 시키는 시간이 야간 학습입니다.
대안학교 역시 학생이 부담하는 교육비는 없습니다. 남한 정부는 탈북자에 한해 대학 과정까지 만 35세 이전에 입학하면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고등교육 과정인 대학은 외국인 특별전형 형식으로 남한 학생과 달리 시험을 보지 않고 입학할 수 있는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탈북 학생에게 주어지는 이러한 정부의 배려에 대해 탈북자들은 반기고 있지만 학생을 지도하는 일부 교사는 특례 입학의 문제점도 크다고 지적합니다. 왜냐하면 대학에 간 탈북자의 절반 이상이 중도에 포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상영: 검정고시는 어떻게 하든 합격하게 해주지만 다음 선택인 대학은 남한 아이들이 12년 공부하면서 잠 몇 시간 못 자고 피골이 상접해 공부해도 들어가기 힘든 학교를 가선 경쟁에 쳐지게 되는 겁니다.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문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 못 따라가는 겁니다. 검정고시 자체는 대학 입시와는 다릅니다. 탈북 학생을 교육해 보지만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었다고 하는 아이들의 실력은 많이 떨어집니다. 제도권 학교의 시험 문제를 가져와 풀라고 해보면 주요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이 20-30점밖에는 안 나옵니다. 대부분 입학해서 잘할게요 하고 말하지만 안 됩니다. 두만강 건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탈북 학생의 입장에선 빨리 대학생이 돼서 소속감을 갖고 싶고 또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남한 학생과 똑같은 수업을 받으면서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탈북자 대안학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는 저 이진서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