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남한의 농사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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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봄이 되면서 농촌에선 일손이 바빠졌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농번기는 아니지만 한 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남쪽에서는 농부들이 농자재 준비와 새로운 영농법 교육에 참가하면서 올 농사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집단농장 체제로 진행되는 농사와 달리 개인 농사를 하는 남쪽의 농사준비가 3월 중순을 맞아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에서 알아봤습니다.


(소 밭가는 음향)

지금 여러분이 듣는 소리는 농부가 소를 앞세우고 밭 가는 소리입니다. 남한에서 태어나 지금 마흔 살이 넘은 분들은 보통 농사하면 소를 연상하고 논에 못 줄을 놓고 밀짚모자를 쓴 농부들이 한 줄로 늘어서 모심는 모습을 쉽게 연상하실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려운 옛모습이라고 해서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남한 연합뉴스가 농사준비에 한창인 농부를 찾아 회견한 내용 잠깐 들어봅니다.

농부: 시방 그렇게 트랙터로 못하고 소로 갈고 하니까 좀 힘든 점도 있는데 그런대로 괜찮아요. 곡식도 잘되고 고추, 가지 많이 심고 … 소로 이 동네는 많이 옛날 방식으로 합니다….

북한에서 뜨락또르라고 하는 트랙터를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선 이렇게 소가 농사일을 돕기도 하지만 방송에 나올 정도로 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먼저 남한의 농사 기계화에 대해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의 말을 들어봅니다.

권태진: 한국에는 벼농사 기계화율이 거의 100%, 밭농사는 80% 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남북한 농기계를 비교하다 보면 농기계의 종류나 작업의 효율, 작업의 정도에 남북한 사이엔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남한의 3월은 농부에겐 올해에 쓸 농자재를 준비하고 농기계를 수리하면서 보수하는 1년 농사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북한보다 기온이 좀 높은 남쪽에서는 주로 4월이면 볍씨 파종을 하고 5월에 이양을 합니다.

남한에서 벼농사를 제일 많이 짓는 곳은 한반도 서해 남단에 있는 전라남북도입니다. 특히 전라남도만 보더라도 논의 면적만 21만 4천 헥타르로 여름 벼와 겨울 보리를 합하면 곡물 생산량이 약 115만 2천 톤에 이릅니다. 곡창지대로 소문난 전라남도의 농업기술원 기술지원팀 박원기 계장을 전화로 연결해 전라남도 농사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어봅니다.

박원기: 이제 봄이니까 유기물 넣고 퇴비 넣고 또 규산질 비료 뿌리고 규산질 비료는 공급됐는데 규산질 비료도 200Kg 내외로 뿌려줍니다. 또 4월에 못자리를 하는데 상토를 준비합니다. 상토에 산도를 맞춰줘야 하는데 유황 가루를 뿌려서 PH산도를 4.5에서 5.8 정도 맞춰서 알맞은 상토로 만들어 주는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보통 모내기 전에 두 번정도 논을 갑니다. 요즘은 트랙터로 해버리니까 모내기 전에 금방 마무리를 하면 되겠습니다. 지금 논갈이 시기가 됐습니다.

남한 정부는 전라남도 뿐만 아니라 남한 전체 농가에 무상으로 규산질 비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농토가 산성화되는 것을 피하고 땅심을 좋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이전에는 화학비료를 쓰고 농약을 많이 쳤지만 이제는 소나 돼지, 닭 등의 축산분뇨를 주 원료로 하는 유기질 비료를 쓰도록 농가에 권장하며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곳에서 나는 농작물을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부릅니다. 농약을 쓰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은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게 거래됩니다. 전라남도 영일군 망호정 마을 이경호 이장의 말입니다.

이경호: 저희 마을은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정부에서 1헥타르에 100만 원을 지원해 주고, 논농업 직불제를 받고, 친환경 직불제를 받고, 쌀은 군에 학교 급식용으로 계약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조금 더 비싸게 팔고 해서 농사짓는 것은 저희 마을은 걱정 없이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하면 1정보 즉 1헥타르에 100만 원 씩 미국 돈으로 하면 900달러 정도를 나라에서 지원해준다는 말입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은 친환경농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생소할지 몰라 설명을 마을 이장에게 부탁했습니다.

이경호: 자연에서 얻는 재료만 쓰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은행나무 잎을 채취해서 숙성 시킨 다음 그 물로 살포하면 병충해를 방지한다. 그러니까 무농약이라고 해서 약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무농약으로 약제가 따로 나옵니다. 우리가 약도 병원에서 항생제 주사인 양약을 쓰는 것이 아니고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달여 먹는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 마을의 농가는 140호 되는데 105헥타르를 경작합니다. 보통 1헥타르 정도를 노인들이 짓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수확은 200평 한 마지기에서 440kg 거의 한 마지기당 넉 섬지기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마을도 다른 농촌 마을과 마찬가지로 이미 고령화에 접어들어 마을 주민 나이가 평균 70-80세 정도로 모심기와 벼 베고, 운반, 건조일 등을 전부 기계로 하고 있었습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의 농촌 마을 중 하나가 경기도 파주입니다. 휴전선과 시 경계를 맞대고 있는 파주는 평야가 넓어 대부분 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파주에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구역에는 3개면이 있는데 인구는 700여 명입니다. 파주의 못자리 시기는 4월15일 정도로 4월과 5월이 제일 바쁘다고 파주농업기술센터 송현수 실장은 말합니다.

송현수: 다 기계로 하기 때문에 보통 몇만평 씩 농사를 짓는 대농들입니다. 모내기 할 때와 볍씨 파종 그리고 벼 베기 할 때만 사람이 필요하고 이양만 해놓으면 사람이 많이 안 필요합니다.

파주 농촌에선 3월 농자재 준비 등 농사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는4월 중순이 돼야 논갈이를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기계가 없으면 농사가 어려워 보이는 남한 농가에서 1천 200평 즉 한 필지 농사를 짓는 데 논 갈고 써레질 하고 모내고 수확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돈이 들까?

송현수: 기름 값이 올라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논 가는 것이 평당 100원 정도 하고 콤바인으로 벼 베는 것이 평당 150원 정도 합니다. 한 필지로 하면 곱하기 1천2백 원으로 계산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하는 것이 아니고 논 갈아야 하고 썰어야 하고 하면 곱하기 4나 5 정도 듭니다.

땅이 있어도 이제 돈이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남한 정부는 본격적 농사철을 맞아 ‘농업종합자금’ 지원 사업도 꾸준히 알리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농업금융부 김종일 씨입니다.

김종일: 99년에 처음 생긴 자금입니다. 농민에게 시설자금, 개보수 자금, 운전자금 등을 하나로 묶어서 농가가 전체 시설 자금을 농협에 신청하고 농협에서 일괄 지급을 하는 겁니다.

남한의 농사준비는 우수 종자 선택과 농자재 정비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농사꾼은 끊임없이 새로운 농업 방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었고 정부도 규산질 비료를 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농자금을 값싼 이자로 지원하는 등 개인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져 한 해 농사가 풍년을 기약하고 있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의 농사준비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