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매년 한반도는 2개 이상의 태풍이 지나가며 피해를 봤습니다. 지난 3년간 태풍 피해에서 벗어난 듯 보인 한반도에 얼마 전 또 하나의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보통 장대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는 태풍 때문에 농작물의 피해가 커 한해 농사를 망치는 일도 있습니다. 오늘은 간단히 태풍에 대비한 남한의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어서 최근 급등하는 북한의 쌀 가격은 어떤 이유로 천정부지로 뛰는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면 기상청 예보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또는 장마철 뭐 이런 말이었습니다. 보통 한반도의 장마는 6월20일부터 7월 말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비가 계속 지루할 정도로 이어지는 기간이 특정 시기에 오는 것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집중호우가 오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장마철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남쪽의 곡창지대로 전체 쌀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전라도에선 태풍철을 맞아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지 들어봅니다.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박용철 씨입니다.
박용철: 현재 벼농사에 있어서는 바람 보다는 집중호우에 때문에 침수 피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집중 호우에 따라 물에 잠기는 그것을 대비해야 합니다. 밭작물은 대부분 밭 토양이 경사지에 있기 때문에 침수보다는 바람에 쓰러지는 피해를 대비해야 하는 겁니다. 예방적 차원에서 일단 논두렁, 하천 제방을 정비하고 비가 오더라도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게 정비하고 논이라고 해서 전부 잠기는 것은 아닙니다. 지형적으로 저지대에 있는 논은 침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논에 물을 빼서 물꼬를 낮춰주는 쪽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7월 말과 8월 초에 내린 집중호우로 곳곳에 침수 피해나 농경지 유실로 한창 복구작업에 힘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월 초부터 중순 날씨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남한 농촌진흥청 강성택 박사의 말을 들어봅니다.
강성택: 대체로 지금 시기는 비에는 강할 때라고 봐야 합니다. 파종기가 지나고 한참 생식 성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다른 시기보다는 피해가 덜할 것 같습니다. 벼는 물에 잠겨도 끝 부분이 나와 있으면 회복되는데 콩 같은 작물은 물에 잠기면 피해가 큽니다.
북한은 매년 소요량과 비교하면 100만 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집중호우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곡물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은 바로 쌀가격 폭등의 한 요인으로 이어져왔습니다. 먼저 북한의 지난 2년간의 곡물 생산량부터 살펴봅니다.
강성택: 2008년은 431만 톤으로 추정했고 2009년은 411만 톤으로 추정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쌀이 191만 톤, 옥수수가 130만 톤, 감자를 포함한 서류가 53만 톤, 밀 보리 등 밀류가 20만 톤, 콩 등 두류가 15만 톤, 메밀 등 잡곡이 2만톤 정도 됩니다.
남한의 농촌진흥청은 북한 전체 재배면적을 1,614(천ha)로 보고 곡물 생산량을 추정한 겁니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쌀이나 옥수수 작황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몇만 톤 내외로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북한 농업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하지만 외부 세계에서 걱정하는 북한의 식량사정은 북한주민이 장마당에서 사서 먹을 수 있는 곡물이 현재 충분히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금년은 수급이 잘 맞지 않는 상태거든요. 특히 최근에는 식량 부족이 심화된 상태입니다. 식량 가격도 화폐개혁 요인을 다 감안해도 꽤 놓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가을에 수확할 곡물이니까 직접적으로 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해도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일단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거든요.
북한 장마당 쌀값은 7월 말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쌀 1kg에 1,300원에서 1,500원으로 무산군에선 1,400원, 청진시에서는 1,500원으로 모두 천 원을 훌쩍 웃돌았습니다.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쌀 가격이 한 킬로에 1천 원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화폐개혁 이전과 비교해 보면 당시 2천 500원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2008년 국제곡물 파동으로 북한에서 식량 값이 잠깐 3,000원에서 4,000원까지 올라간 적은 있었지만 외부요인이 아닌 순전히 북한 국내 사정으로 이처럼 쌀값이 폭등한 것은 상당히 식량 사정이 아주 안 좋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권 박사는 말했습니다.
권태진: 지금으로선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5-6월까지 어떻게 버텨서 식량 가격이 안정 됐는지 북한 당국에서 좋아질 것이다 배급할 것이다며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좋은 말을 했는데 억지로 넘어가다 결국 7월에 가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죠. 더이상 대책이 없다는 것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고.
권 박사는 1kg당 1,000원을 웃도는 쌀값은 옥수수 수확이 가능한 9월 말까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함경북도 출신으로 농장 청년동맹비서 했던 김철(가명) 씨도 태풍이나 큰물 피해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걱정이지만 그 보다 북한 주민의 불안심리가 그렇잖아도 힘든 일반 주민의 생활을 더 악화시킬까 우려했습니다.
김철: 쌀의 양이 적은 것도 있지만 홍수가 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올겨울이나 내년이면 쌀값이 폭등할 것이란 생각에 돈 있는 사람이 사재기할 것 같습니다. 외부에선 금을 안전자산이라고 하는 것처럼 북한 사람들은 안전 자산이 쌀입니다. 그러니까 돈 있는 사람이 사재기하기 때문에 쌀값이 오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한에서 추정하는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30만 톤 내외. 북한 당국자는 2천200만 인구가 하루 1만 톤의 곡물이면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간단히 산술적으로는 1년365일이니 400만 톤이면 충분하지만 북한에서 생산된 곡물은 일부 ‘전시 비축미’로 저장되고 또 일부는 다음 해 종자로 그리고 일부는 자연손실로 인해 주민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남한 농촌경제연구원은 북한의 식량 소요량을 연간 520-530만 톤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주민 1인당 하루 소비량을 1,600kcal로 계산해 나온 것입니다. 북한의 한 해 곡물 생산량과 외부 수입량을 모두 합쳐도 외부인이 볼 때 북한의 식량 사정을 이해하긴 쉽지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출신은 그 비밀을 너무도 간단히 해석했습니다.
김철: 북한에는 국영 경지랑 국가에서 허락 안 되는 개인 경지가 있습니다. 산을 개간해서 산에서 옛날 화전민들이 화전을 일구듯 하는 소토지 생산량이 대단합니다. 소토지 작황이 국가에서 거두는 것 못지않게 양이 대단합니다. 개인이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집계가 안 나옵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식량 외에 절반 이상 되는 식량이 항상 있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의 최대 식량 수입국 중 하나는 중국입니다. 북한은 올해도 상당한 양의 곡물을 들여갔는데 눈에 띄는 것은 밀가루의 수입이 늘었다는 겁니다. 다시 권태진 박사의 말을 들어봅니다.
권태진: 금년 6월에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이 2만 9,300톤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에 3만 900톤입니다. 한 만 톤 정도 줄었는데 금년 6월까지 수입한 곡물은 14만 톤 정도 됩니다. 이것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6월까지 수입량으로는 20%, 수입액이 40% 정도 늘었습니다. 올해는 특징이 밀가루 수입이 많습니다. 특히 6월은 절반이 차지할 정도로 밀가루 수입이 많습니다.
북한 내부의 식량 공급 사정은 남한의 지원이 끊기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면서 지난해 보다 올해 크게 나빠졌음은 분명한 듯합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식량사정에 관련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