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남한 국립묘지 ‘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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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최근 남한에서 노환으로 별세한 고 황장엽 비서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남한의 현충원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립묘지로 국가나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이 안장되는 곳입니다. 오늘은 남한의 국립묘지는 어떤 곳이 있으며 그곳에 안장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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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4일 국립 대전현충원 사회공헌자묘역에 안장됐다. 고인의 영정사진과 훈장이 고인의 시신 앞에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충원 하면 남한 사람들도 6.25 전쟁 전사자가 안장 돼 있는 곳으로 그분들을 추모하는 장소쯤으로 알고 자세한 내용은 모를 수 있습니다. 현충원이란 이름을 쓰는 곳은 현재 서울과 대전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국립서울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입니다.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는 대상자는 남한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법률’ 제11조에 지정돼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국립서울현충원 선양팀 황순용 씨에게 들어봅니다.

황순용: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 소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현직이든 전직이든 관계없습니다. 그리고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장례가 치러진 사람, 독립유공자 법률에 따라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지정된 사람으로 사망한 분, 현역군인, 예비군으로 훈련 중에 사망하신 분 …

이밖에 전투에 참가해 무공을 세운 군인에게 주는 무공훈장을 받고 사망한 사람, 20년 이상 군에서 복무 한 군간부, 전투에 참가해서 전사하거나 순직한 경찰관 그리고 향토 예비군 대원, 소방관, 사회 공헌이나 남을 돕다 사망한 의사자, 사상자 등이 현충원에 안장됩니다. 규정을 보면 황장엽 씨는 사망 전까지만 해도 현충원 안장 대상자가 아닌데요.

황순용: 이번에 황정엽 씨 관련해서는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헌을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 시행령을 보면 1등급 훈장을 받아야 하고 그러면 안장 심의 대상자가 됩니다.

황장엽 씨는 사망 후 남한정부로부터 1등급 국민훈장인 무궁화장을 받아 자격을 갖춘 뒤 심의를 거쳐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됐습니다. 국가사회자 묘역은 8평 규모로 고 김상협, 신현확 전 국무총리와 박충훈 전 대통령 권한대행, 일제강점기 때 마라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 아동 문학가 윤석중 선생,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등 25인이 안장돼 있는 곳이기도합니다. 김황식 남한 국무총리는 황 전 비서의 훈장 수훈과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여러 의견을 수렴해 내린 결정이라고 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김황식: 탈북자들의 어버이로서 탈북자들을 잘 품에 안고 지도해주신 우리 시대의 귀중하신 분입니다. (훈장 추서와 현충원 안장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그런 의견도 있는 것을 잘 압니다만 정부에서 여러 가지 여론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한 것입니다.

황 전 비서는 지난 1997년 최측근인 김덕홍 씨와 함께 남한에 망명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독재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과 회의로 망명을 결정했다고 밝혔었는데요. 황 전 비서가 남한으로 망명했을 때 남한 정부가 공개한 자필 진술서를 보면 ‘고민하고 고민 끝에 결국 우리 민족을 구원하기 위한 문제를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협의하고 싶은 심정에서 북한을 떠나 남한 인사들과 협의해 보기로 결심했다.’ 고 나와 있습니다.

황장엽: 북한 독재집단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의식을 말살하고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자기들의 독재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생존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방금 들으신 황 전 비서의 육성은 2005년 북한인권국제대회 때 말한 내용입니다. 이처럼 남한으로 망명한 후 지난 13년 동안 김정일 위원장의 독재와 세습체제를 비판하면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남한주민에게 알린 점이 무궁화장 추서의 배경이 됩니다.

남한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묘지가 8곳 있습니다. 현충원은 서울과 대전에 있으며 개개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만 안장될 수 있는 곳으로 419의거, 518 민주항쟁, 318 민주항쟁 관련 민주묘지와 6.25 참전 용사가 갈 수 있는 호국원이 3곳으로 경상북도 영천, 전라북도 임실, 경기도 이천에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묘지 중 서울 현충원은 국방부 산하이고 다른 곳은 보훈처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안장식이 있을 때 군인의 의장대 행사와 조포 등 군인이 행사에 동원되는 예식은 원칙적으로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서울 현충원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국립묘지에 안장되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서울 현충원 선양팀 황순용 씨의 말을 들어봅니다.

황순용: 특별한 혜택은 없습니다. 현충원에 안장됐다고 해서 물질적인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생전에 나라를 위해 공을 세웠다는 상징적 명예가 있잖습니까? 그런 것 때문에 나라에서 오십시요라고 하는 거죠. 하지만 유족이 오지 않겠다고 하면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통적으로 매장 장례를 많이 치러왔는데 매장을 하려면 부지가 있어야 하는 데 부지가 없는 가정도 있습니다. 그분들 중에서 여기 안장되실 수 있는 분들은 당연히 원하죠. 여기 오신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을 준다든지 그런 것은 없습니다.

서울 현충원은 대략 5만 평 부지에 매장 형태로 영현 수는 약 5만 4천 위입니다. 서울 현충원이 만장이 되면서 이후 안장은 대전 현충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고 황장엽 씨도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안장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대통령이나 장군 등은 시신 형태로 안장되고 나머지는 화장을 한 후 유골로 안장됩니다. 대전 현충원 선양팀 박선규 씨에게 안장식과 현충원 이용에 대해 들어봅니다.

박선규: 유골로 오시는 분들인 장교, 사병은 매일 오후 2시 합동 안장식을 하고 장군이나 애국지사는 개인 안장이라고 해서 시신으로 안장 되는 묘역에서 간단한 예식을 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합동 안장식이 없습니다. 현충원에 관련된 사람만 이용하는 줄 알고 혹시 입장료 있나 하고 묻는데 요즘 대전 현충원은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이란 제목을 세워서 국민 누구나 무료로 1년365일 방문할 수 있는 곳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황장엽 전 비서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북한의 실상을 외부 세계에 널리 알린 점을 높이 샀고 반대하는 쪽은 황 선생이 남한으로 망명해 남북관계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황 선생에 대한 사후 예우는 적절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우선 황장엽 선생이 한국에 온 것에 대해 북한의 역사이래 그만한 충격이 없었겠죠. 그동안 살아계실 때도 끊임없이 테러 위협을 가하고 저주에 가까운 온갖 험담을 퍼부었습니다. 북한 일반 주민은 사실 황 선생이 여기 오신 것을 다 알고 있고 황 선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시니까 한국 사회에서 의미 부여를 하고 예우를 하니까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에게 그것이 알려지는 게 꺼려지는 것이죠. 알려지게 되면 북한 주민도 비교적 잘됐다는 평가를 할 것 같습니다.

국립묘지에 안장된 영현은 전산처리 되고 국가 보훈처와 국방부가 관리하며 그 기간은 60년입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 오늘은 남한에서 운영하는 국립묘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