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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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추운 겨울이 돌아왔습니다. 뚝 떨어진 기온을 피부로 느끼면서 월동준비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요. 남한에서는 겨울을 따뜻하게 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겨울상품 구매가 벌써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남한 사람들에게 이제는 추억의 존재가 되어버린 연탄을 중심으로 가정난방에 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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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한 연탄공장에서 중.소매인들이 연탄을 차량에 싣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날이 추워지면서 남한에서는 겨울 상품 판매가 부쩍 늘었습니다. 남한의 전자상거래 유통업체인 나이스 큐의 김도훈 대표입니다.

김도훈: 날씨가 일찍 추워지면서 이미 겨울 상품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겨울의류나 난방용품 보습제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생활용품으로는 가습기, 난방용품으로는 전기난로 주머니 난로, 털장갑, 털모자 등도 고객들이 벌써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리털 잠바와 양모 이불, 전기를 꼽아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온풍기와 전기장판은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겨울 용품들입니다. 개인 월동 준비는 각자 필요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가정에서 하는 월동준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파에 수도 파이프가 터지지 않도록 보온재를 감고 창틀을 정비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난방 보일러 시설을 점검하는 일입니다.

북한에서는 겨울철 땔감으로 나무나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한다고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남한도 요즘처럼 전기나 가스, 등유 등 겨울철 난방 연료가 다양하지 않았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가정에서 겨울이면 연탄을 썼습니다. 어머니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겨우내 먹을 김치를 돌아가며 담고 아버지는 연탄 가게에 연탄 배달을 주문하는 것으로 겨울 준비는 시작됐습니다.

정선순: 겨울 되면 김장이 먼저 생각나고 옛날에는 연탄을 많이 들여놨습니다. 그때는 어려웠으니까 한 달 쓸 것을 100장 정도 드려놓고 옛날에는 아껴서 연탄을 오래 쓰려고 아궁이도 막고 그 위에 물 올려놓고 그랬습니다. 지금 생활과는 비교도 안 되죠. 그때는 가스사고나 교통사고는 별로 없었고 연탄가스로 죽는 일이 많았습니다.

올해 환갑을 바라보는 남한의 가두여성(가정주부) 정선순 씨는 연탄은 참 어렵고 못 살던 시절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원망스런 땔감이였다면서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기억의 끈을 풀어놓습니다.

정선순: 연탄 아끼려고 조금 남았을 때까지 놔뒀죠. 그러다 보면 꺼져 버렸죠. 연탄 하나를 태우는 것도 어려웠어요. 신문지 쑤셔 넣고 장작을 조금 올려놓고 불을 붙였죠. 번개탄 쓴 것은 80년대 후반쯤으로 생각되고 나무 쪼개서 연탄불 붙이고 그랬죠. 그때는 불도 많이 이웃에서 빌렸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략 남한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전후로 해서 연탄아궁이가 연탄보일러로 그리고 다시 연탄보일러에서 기름보일러로 주택난방 시설이 변합니다. 집마다 구둘장과 굴뚝이 사라지고 방바닥에 보일러 배관을 이용한 난방시설이 등장하면서 겨울이면 늘 발생하던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인명피해 소식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등유는 연탄을 대체하는 겨울 난방 연료로 자리매김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남한에서 등유는 곧 더 값싸고 사용이 편리한 가스로 대체됩니다. 한국석유공사 국내 조사팀 정진규 팀장입니다.

정진규: 과거에는 등유가 난방용으로 대변이 됐지만 최근 들어 도시가스의 공급이 늘고 전기로도 많이 대체됐습니다. 2000년에는 등유 소비가 연간 7,000만 배럴이었는데 2009년에는 2,600만 배럴밖에는 안 됩니다.

남한에서 등유 소비는 매년 줄어서 2009년에는 그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감소했습니다. 겨울은 돈이 있는 집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모든 사람이 따뜻하고 건강하게 겨울을 보내는 일은 한 나라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남한 정부도 새로 건설하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중난방 시설 보급에 힘쓰고 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영업부 신현국 차장의 말입니다.

신현국 : 배관을 통해 공급하는 온도는 겨울철에는 120도까지 올려보냅니다. 가정집과 본부 사이에는 기계실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열교환기에서 온도를 난방수는 55도에서 60도로 보내고 급탕 온도는 40도 정도로 맞춰 보냅니다. 이중 보온관이라고 해서 밖에 동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을 폴리에스텔로 감싸서 보온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땅에 매설해 보내고 있기 때문에 열 손실은 크지 않습니다.

현재 아파트 단지에 일괄 공급하는 난방은 보통 한 지역 10만 세대 이상으로 남한 전체로 놓고 보면 지역난방공사에서 겨울철 난방과 뜨거운 온수를 공급하는 세대는 110만 세대가 조금 넘는다고 신현국 차장은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한겨울에도 각 가정에서 마음대로 뜨거운 물과 난방을 같이 쓰면서 지급하는 비용은 대충 32평 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겨울철 20만 원 선입니다. 미국 돈으로 하면 180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남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8년 서울시민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조사됐으니까 겨울철 난방비 월 20만 원이면 소득의 10분이 1이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요즘 연탄의 수요는 예전과 같지 않아서 관상용 꽃을 재배하는 화원이나 특용작물을 위한 비닐하우스 그리고 고기를 굽는 식당과 같은 곳에 상업용으로 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연탄 배달업자는 깜짝 대목을 맞기도 합니다.

연탄 배달: 요즘 무지하게 바쁩니다. 1톤, 1.4톤은 은 1천 개 내지 1,200개 싣고 2.5톤, 3.5톤은 2천 개 싣고 바쁘니까 전화 오래 붙들고 있으면 안 됩니다.

쉴 새 없이 주문이 들어오기 때문에 영업용 전화로는 3분 이상 얘기할 수 없다고 전화를 급히 끊어버리는 배달업자. 이런 경기는 겨울의 끝자락인 2월 말까지는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활 수준의 향상과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대도시 연탄 소비량이 감소했고 생산량도 당연히 줄었습니다. 강원도와 경기도 일부 지역에 연탄을 공급하는 육림연탄 공장은 최고 10만 장을 생산할 수 있지만 가장 바빠야 할 요즘에도 기계 가동률은 100%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심병석: 하루에 한 7만 장 생산합니다. 지금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탄이 조금 더 나갑니다. 보통 연탄을 저장하는 시기가 시월인데 갑자기 추워지니까 배달하는 분들이 마음이 급해져서 빨리 갖다 달라고 하는거죠.

남한의 표준연탄은 공기구멍이 22개인 22공탄입니다. 지난해 생산량은 2천380여만 장으로 호황기였던 1980년대 1억 5천 만장과 비교하면 7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제 남한 가정에서는 잘 쓰지 않는 연탄이지만 북한에서는 아직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월동 준비와 겨울철 난방에 대해 남북한을 비교하면 가장 틀린점이 무엇이냐는 탈북자에게 질문했을 때 청진이 고향인 탈북자 이광석 씨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광석: 비교가 안 되죠. 그쪽은 솔직히 오늘 벌어서 땔 것도 사서 떼고 먹을 것도 하루치 사 먹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쪽은 지금쯤 엄청 추울 겁니다. 연탄도 없으니까 벼, 옥수숫대를 다 때는 것이죠. 산에도 나무 없고 하니까 그렇다고 석탄이 흔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석탄 때면 정말 잘사는 집이고 밥만 딱 해먹고 집에서 박막 쓰고, 동복 입은채로 자고…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 오늘은 월동준비에 대해 이모저모를 알아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