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겨울철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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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밤이면 기온이 무척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밤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배고픔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통 보면 밥을 든든하게 먹지 못해 속이 허하면 우리가 느끼는 추위는 배가 돼서 옵니다. 먼저 탈북자에게 북한의 간식거리에 대해 들어보고 남한에서는 요즘 같은 겨울철 즐겨 먹는 간식으로 어떤 음식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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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군고구마를 구입하며 온기를 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북한 언론 매체에서 평양의 군고구마와 군밤을 파는 매대에 손님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도하면서 겨울철 간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습니다. 평양 주민의 군것질 음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2007년까지 평양에 살다 탈북한 김영희 씨는 동생이 군고구마를 파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사서 먹곤 했다며 당시 기억을 들려줍니다.

김영희: 우리집 앞에 군밤 매대가 있었습니다. 내가 왜 항상 고구마만 사오고 밤은 안 사냐고 물어보니까 군밤은 사면 껍질 까보면 건질 것이 몇 알밖에 없다고 했는데 진짜 항상 보면 다 썩어 있더라고요.

김 씨가 기억하는 또 다른 간식은 퐁퐁이(강냉이) 였습니다.

이번에는 요즘 남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간식도 알아봅니다. 나이가 30대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영주 씨입니다.

이영주: 겨울이라고 하면 떡볶기, 오뎅, 호떡 많이 먹고요. 요즘에 타코야끼나 핫바 등 일본에서 들어 온 것도 있고요. 요즘 가격이 많이 비싸졌는데 보통 1만 원 안으로 사먹고 저는 떡뽑기나 타코야끼 많이 사서 먹습니다.

이 씨가 말하는 음식들은 전부 길거리에서 매대를 꾸며 파는 음식들입니다. 이런 음식은 거의 리어카 즉 손수레에 연탄이나 가스통을 싣게 만들어 그 위해 기계를 올려놓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겁니다. 이런 간식거리는 1만 원 미국 달러로 10달러 안으로 사서 먹을 수 있어 큰 부담없이 허기를 달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10달러면 엄청나게 큰돈이지만 남한의 물가로 보면 보통 담배 두갑정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런 길거리 음식은 노점 음식이라고도 합니다. 건물 즉 점포를 꾸미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게 손수레에 간단한 장치를 하거나 또는 승합차를 개조해 장사를 합니다. 하지만 겨울 간식 하면 뭐니뭐니해도 군고구마와 군밤이 빠질 수 없죠.

(노래: 군밤타령)

남한에 간 탈북자들은 북한에선 없어서 못 먹었는데 남한에서는 반대로 너무 많아서 간식을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탈북자 최청하 씨와 이순경 씨의 말을 연속으로 들어봅니다.

최청하: 군것질도 좀 속이 출출할 때 좋은 건데 든든하면 별로 생각이 없고 한데 가끔 군밤을 먹긴 먹습니다. 하지만 여긴 너무 흔하니까 우리 사람들도 관심을 돌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너무 많으니까 그래요.

이순경: 중국에서 살 때도 사과를 하루에 7알씩 먹었어요. 지금도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리 먹었던가 싶어요. 국광이란 사과가 싸고 하니까 5원씩 사 놓고 한참 먹었어요. 여기 오니까 고기도 싫고 군것질도 남이 먹으니까 먹지 먹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여기는 탈북자 한 가정이 북한의 도당 비서보다 나아요. 다 자가용 있지

남한 사람들이 먹는 겨울철 간식, 이것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평소에 잘 먹지 않지만 입맛을 달랠 수 있는 주식 사이에 먹는 군것질거리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회사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 퇴근길에 골목 어귀에서 아버지들은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집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한 봉지 사가는 것이 군밤이기도 합니다.

남한 사람들의 군것질 음식 40대 이장욱 씨와 20대 이경란 씨의 이야기를 연속해서 들어봅니다.

이장욱: 항상 딸아이가 붕어빵을 원하니까 퇴근길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사기도 하고 집에 들어갈 때는 항상 딸 생각에 붕어빵이나 군밤을 사서 들어갑니다.

이경란: 호떡 많이 먹어요. 요즘 기름에 튀겨주는 두꺼운 호떡이 있는데 견과류도 많이 들어가서 맛있습니다. 붕어빵이 예전에는 천 원에 4개였는데 요즘엔 천 원에 3개고 붕어빵, 잉어빵, 잉어빵은 좀 기름지고 국화빵도 맛있고.

참고로 남한의 길거리에서 파는 밤은 약단밤이라고 해서 달고 껍질이 잘 까지는 중국산입니다. 일명 천진율이거나 남한산은 조생종으로 ‘단택’이나 ‘옥광’이라고 불리는 품종이 대부분입니다.

군고구마 역시 겨울철 인기 간식거리인데 어른 주먹만 한 것 4개 한 봉지에 5달러 정도에 팔립니다. 물론 가게나 식당에서 팔리는 음식도 무수히 많지만 호떡과 어묵, 튀김 그리고 붕어 모양을 한 밀가루 빵에 단팥이 들어있는 일명 붕어빵 등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런 이동식 간식을 파는 점포를 노점상이라고 하는데 항상 구청 직원과는 불편한 관계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행인의 보행에 지장을 주기도 하고 위생상태도 장담할 수 없어 노점상은 수시로 단속을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으로 치면 평양 중심가쯤 되겠는데요. 서울의 종로를 담당하는 종로구청 가로정비팀 직원의 말입니다.

구청 직원: 노점 자체는 불법입니다. 허가란 것이 없습니다. 저희 경우는 종로 대로부터 해서 광화문, 청와대 등 큰길엔 원천적으로 노점상이 없습니다. 주변의 도시 미관을 해친다면 막아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면 도로에는 노점상이 있습니다. 서울만 해도 중구와 종로만 해도 3천에서 4천 개 노점상이 있습니다.

구청 직원이 말한 이면 도로란 큰길에서 들어가는 골목길 즉 작은 길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작은 길에는 불법이지만 장사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겨울이면 대학생이 방학을 이용해 용돈 벌이를 위해 장사를 하기도 하고 이런 간식을 만들어 파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참고로 남한에서 이런 장사는 전망이 어떤지 연세대학교 생활관 차장 김준성 씨의 말을 들어봅니다.

김준성: 길거리 창업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요. 겨울철에는 한국의 군고구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호떡이 좋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창업을 하면 주머닛돈으로 간단히 간식을 하는 식이기 때문에 자본금은 처음에 크게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겨울철 간식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찐빵입니다. 하얗고 도툼한 빵 안에 단팥이 가득 든 뜨거운 찐빵은 겨울에 호호 불면서 먹어야 제맛이죠. 남한에선 북한 출신이 남한에 가서 회사를 만들고 여름에는 냉면의 면을 만들고 겨울에는 느릅찐빵을 파는 백두식품이 있습니다.

심옥신: 찐빵에 느릅에 들어가서 소화가 잘되면서 구수하고, 많이 달지 않습니다. 맛이 고소하면서 쫄깃쫄깃합니다.

맵고 쫄깃한 떡볶이, 닭알을 풀어 넣어 고소한 계란빵, 밀가루에 검은 설탕을 넣어 넓적하게 찍어내는 호떡 그리고 군고구마와 군밤은 남한에서 인기 있는 거리 매대의 겨울철 간식입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 오늘은 남한 사람들이 겨울에 즐겨 먹는 간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