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상품을 구입할 때 제품의 우수성보다는 가격이 싼 것을 제일 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소비행태는 자칫 상품 구매 후에 불만족으로 나타날 수 있어 우려되는데요. 오늘은 남한에 사는 탈북자의 소비의식과 함께 남한에서는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최근 남한의 한국소비자원과 탈북자 지원 민간단체인 새조위(‘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는 탈북자 300여 명에 대한 소비자 의식구조와 소비행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탈북자 절반이 소비자 피해를 경험했지만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비율이 남한 사람의 두 배에 달해 소비생활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서 상품 구매 후 불만족에 대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이 탈북자가 많다는 얘깁니다. 먼저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해봅니다.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 박용석 연구원입니다.
박용석: 본인이 지불한 만큼의 충분한 보상과 효과를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인데 소비자의 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상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고 뭔가 잘 못 됐을 때 사후에 구제를 받는 방안까지 소비자가 아는 것 다음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사후 보상을 받거나 바로 잡을 수 있는권리.
여기서 말하는 소비자의 권리는 물건을 사거나 어떤 계약을 통해 봉사를 지속적으로 받는 쪽을 말합니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북자는 상품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정보는 텔레비전, 신문, 등에 난 기사이고 다음이 자신의 경험 그리고 인터넷과 해당 상품의 광고를 참고 한다고 했습니다. 남한 사람도 물건을 사기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마지막 물건을 구입하는 단계에서 다른 잣대가 사용됨을 알 수 있습니다. 새조위 신미녀 대표의 말입니다.
신미녀: 보통 남한 사람은 물품에 따라 다르지만 옷을 산다고 해도 집에 있는 옷의 색, 모양이 잘 어울리는가를 보죠. 가구를 살 때도 집에 있는 전체 가구를 염두에 두고 선택을 하고 나중에 보는 것이 가격인데 탈북자는 그것이 아니라 가격이 싸면 무조건 사고 보는 겁니다.
기자: 설문조사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해 주시죠.
신미녀: 상품 구매시 탈북자는 가격을 50.7%가 우선 보고 그다음 21% 품질을 보고 그 외 색상, 안정성 등은 5-6%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싼 것이 비지떡’이란 말이 있습니다. 값이 싼 것은 결국 내용물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싼 것에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는 말입니다. 물론 좋은 물건을 아주 싼 값에 산다면 그것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겠지만 대부분 싼 물건은 실망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탈북자들이 가격을 제일 우선으로 본다는 통계는 한 번 생각해볼 여지를 줍니다. 가격만 보고 충동구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남한에서 새 출발을 하는 탈북자는 사람들이 상점을 부를 때 쓰는 말이 다양하지만 마트라는 말을 많이 쓴다면서 물건을 파는 상점을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말합니다.
이정철: 마트라고 하면 북한에선 백화점이나 상점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내가 마트에 안가져 가도 마트에서 돈을 뽑아 쓸 수 있고 물건을 사면 영수증에 물건 산 내용이 나오고 물건을 다 사고 나서는 나올 때 돈을 내는 것을 보면 꼭 공산주의 사회 같습니다.
청취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이 탈북자는 상점에 설치된 현금 자동지급기를 통해 은행이나 집에 가지 않고도 상점에 있는 기계에서 돈을 인출 하고 자기가 고르고 싶은 상품을 마음껏 산 다음 상점을 나서기 직전 돈을 지급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북한의 백화점에서는 물건을 만질 수 없고 진열대의 상품에 돈을 지불해야 물건을 주지만 남한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물건을 샀는데 물건에 하자가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반품하려면 거의 불가능 하거나 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식이라고 탈북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한국 소비원 박 연구원의 말을 다시 들어봅니다.
박용석: 전 세계 보편적으로 모든 소비자가 물건을 샀을 때 잘못됐다고 하면 민사적으로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소비자 기본법에 따라서 소비자가 소비자원이나 단체에 청구하면 그에 대해 조치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에 따라 배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소위 말해 덩치가 크고 값이 나가는 물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보상의 길을 찾겠지만 정말 값이 얼마 나가지 않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상점을 찾아가 목소리를 높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걱정스럽기도 한데 이럴 땐 작은 피해에 대해 집단적으로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소비원에서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흔히 피해를 봤다고 말하는 일은 상품을 샀을 때 생기는 일 이외에도 어떤 제품을 이용하는 계약관계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휴대전화, 북한에서 말하는 손전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남한의 탈북자 친목단체인 숭의동지회 최청하 사무국장입니다.
최청하: 모르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 사람들이 다단계에 가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니까… 휴대폰 판매도 그렇습니다. 몇 명 끌어들이면 돈을 주고 하니까 탈북자가 대체로 탈북자와 친분이 있으니까 피해가 발생하고 그러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단계 판매란 사람들을 가입시켜 놓고 가입자가 물건을 샀을 때 일정 금액을 가입 회사로부터 받게 되어 있는 점조직 형태의 판매 형태를 말합니다.
손전화 하나를 놓고 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놓고 사용기간에 대해 어떤 조건의 계약을 어느 금액에 맺을 것인가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쓰지도 않은 기능을 넣어서 헛돈을 쓰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계약 당시 조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는 잘못 이해하고 서명을 했을 때는 시정을 요청하고 바로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소비자 의식 조사에서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보다 많은 수가 피해 보상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거기엔 몇 가지가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용석: 탈북해서 입국한 지 얼마 안된 분들은 기본적으로 소비자 권리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요. 또 남한에서 생활한 지 좀 된 분도 권리 구제에 대한 장벽이 있는 것이 이분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신분이 드러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참고 있습니다. 또 혹시 피해를 당하면 제3의 기관이나 남한 사람들에게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으로 인식될까 꺼리는 것도 있습니다.
남한의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소비자 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탈북자가 남한에서 사회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 또는 지역사회의 하나센터를 통해 소비자 교육을 받는 시기는 실제 남한사회에 대한 경험이 없는 때라 교육을 해도 현명한 소비의 의미를 탈북자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탈북자의 남한 정착을 돕는 일선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 오늘은 남한에 사는 탈북자의 소비자 의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