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2만 7천 여 명의 탈북자는 북한과 전혀 다른 남쪽 문화에 상당한 충격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하기도 한데요. 이런 점을 고려해 민간에서 탈북자를 대상으로 자신감을 얻게 하는 교육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 코칭 센터인데요. 오늘은 이 곳의 김광호 소장을 통해 탈북자의 남한정착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광호: 탈북자란 말이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당사자와 1:1 대화를 나눌 때는 이 단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저희 방송을 통해 남한에 간 북한주민을 탈북자라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북한이탈주민 또 어떤 때는 새터민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김광호 소장이 말하는 것처럼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새터민은 다 같은 말입니다. 이렇게 같은 의미를 놓고 서로 다르게 부르는 것은 바로 탈북자 당사자가 들었을 때 불편해 하거나 자칫 단어가 담을 수 있는 부정적 의미를 피하고자 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녹아 있는 겁니다.
탈북자 정착을 돕는 민간단체 새조위 안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코칭센터의 김광호 소장은 2년째 탈북자 사회문화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탈북자 정착교육과 관련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탈북자 대상 코칭 교육은 어떤 것을 말합니까?
김광호: 코칭 교육은 자아계발 또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내용은 어떤 것 인가요?
김광호: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깨달지 못하고 위축되고 불안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기 안에 있는 잠재력을 스스로 깨워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자: 북한 분들이 남한에서 많이 말하는 것이 문화적 충격인데 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인지 예를 들어주십시오.
김광호: 문화적 충격 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언어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는 1시간도 대화가 힘들 정도이고 또 한자 용어들도 자주 사용하는데,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부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탈북자가 많이 사용하는 ‘일 없습니다.’ 이 말은 괜찮다는 말이지만 뜻을 모르면 이 말을 듣고 상당히 당황하게 됩니다. 비근한 예로 음식점에 가면 물을 주는 데, 요즘 많은 음식점들이 물은 종업원이 가져다주지 않고 대신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상황을 흔히 '물은 셀프'라고 써서 붙여 놓습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은 물을 다 먹고 있는 데 왜 나는 물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나만 차별하나? 라는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기자: 굳이 외래어를 예로 들지 않아도 몸에 밴 습관이나 굳어진 사고방식 차이 때문에 남한사람과의 오해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김광호: 제가 교육 중 경험한 바로는 탈북자들이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수용을 잘 하지 못하는 점과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비판하는 점 같습니다.
코칭 수업시간에 어떤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하게 유도하는 데, 어떤 사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다른 사람을 쉽게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그러다 보면 금세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런 비판과 지적의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대응을 하십니까?
김광호: 네, 상황을 봐서 대화로 서로 풀어나갈 수 있으면 그냥 놔두지만 흥분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하면 제가 중간에 개입해서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정답은 없다 스스로 자기 의견을 생각해 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기자: 남한 사람들이 탈북자를 차별한다 또는 상대적 빈곤감을 경험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하시는 말씀은 어떤 것인가요?
김광호: 사실 그 부분이 괴장히 중요합니다. 남한에서도 세대간, 계층간에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다문화가정이 많아지고 외국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한 말이 어눌한 사람들에 대해 약간 이질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북한사투리가 심하고 아직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하지 못한 북한이탈주민들은 상대적인 빈곤감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남한사람들이 탈북자를 특별히 더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요청합니다.
오히려 남한 말, 남한의 경제체제, 남한의 사회문화를 더 빨리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립니다.
기자: 남한정부가 하는 지원이나 민간에서 도움을 준다 해도 당사자인 탈북자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면 별 도움이 되지 못할 텐데 언제쯤 탈북자는 남한사회를 받아들이게 되는지 대략 통계가 나왔는지요?
김광호: 사실 사람마다 편차가 심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북한이탈주민코칭센터에서 코칭 교육을 하다 보면 교육을 열심히 받고 남한에 와서 잘 적응한 북한이탈주민들과 교류를 하는 사람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연다고 합니다.
반대로 정신없이 일하느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남한에 잘 적응한 북한이탈주민들과 교류를 하지 못하는 분들은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 즉 남한에 와서 잘 적응 하는 사람과 교류하고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교육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유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김광호: 자신의 마음, 특히 감정 조절부분에 신경을 쓰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남한에 적응하려고 할 때 몸도 아프고 여러 가지 환경들이 생소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나고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오히려 적응하는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북한이탈주민코칭센터에서는 명상과 코칭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 생각 등을 잘 다스려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의외로 기회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도록 하는 데 저희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서 다루고 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이탈주민코칭센터 김광호 소장을 통해 탈북자의 남한정착을 돕는 자아계발 교육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