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탈북과 강제북송. 일부 북한 주민은 먼저 탈북 해 남한에 사는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큰돈을 브로커에게 지불하고 탈북 합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중국에서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을 당하고 고향에 가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초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남한에서는 중국 내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오늘은 탈북과 강제북송의 악순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얼마 전 탈북한 북한주민 9명이 중국에서 공안에 체포돼 북송 됐다는 보도가 남한 언론에서 나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후 국경 단속이 강화되고 탈북자에 대한 처벌 강도가 예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중국 내 탈북자 강제북송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한의 탈북난민인권연합 황만유(가명)씨입니다.
황만유: 언제든 한번은 터져야 할 일입니다. 오늘 터지는가? 내일 터지는가? 하는 문제였지, 언제든지 한번은 대한민국에서 한번 들끓어서 중국 정부도 좀 가책을 받아서 북송 안 시키는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할 시기가 됐다고 봐요.
남한에 사는 탈북여성 김경화(가명) 씨는 북한 당국의 탈북자 단속이나 또는 중국 당국이 불법 월경자를 자기 나라로 돌려보낸다는 명목하에 탈북자를 강제북송 하는 일이 어제 오늘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일단 탈북의 결심을 굳힌 사람은 주변 상황이 좀 달라졌다 해도 그것 때문에 마음을 바꾸지는 않는 다는 겁니다.
김경화: 어제도 6명이 넘어왔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남한에 있는 가족과는 연락도 없이 갑자기 넘어 온 겁니다. 그러니까 남한 가족은 돈을 준비해야 되니까 또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죠. 북한에도 탈출은 그냥하고 있고 뭐 그렇게 단속을 하고 잡히면서도 북한사람들의 삶을 찾는 도전은 계속 되고 있는 겁니다.
일단 탈북은 당사자에겐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기에 두만강을 야밤에 넘는 다는 것이 사선을 넘는 일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이들을 돕는 관련자들 특히 남한에 먼저가 탈북비용을 대주는 가족들 역시 마음을 졸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 씨가 말한 것처럼 갑자기 북한에 있는 형제의 탈북 소식을 접한 남한 가족은 브로커에게 줄 돈을 구하느라 사방으로 전화를 하고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그 탈북비용이란 것이 갑자기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황만유 씨입니다.
황만유: 지금 북한 무산에서 중국 연길까지 가는 것이 한 사람당 400만원입니다. 혜산에서 연길 가는 것은 350만원 그리고 함경북도 청진에서 가는 것은 100만원 추가됩니다. 450만원 500만원 그리고 황해도에서 중국 가는 것은 600만원 들어요. 요즘 환율로 남한 돈 100만원이면 달러로 900달러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계산을 해봐도 남한에 있는 가족이 600백만 원을 탈북비용으로 북한 내부에 있는 브로커에게 보낸다면 미화 5천3백 달러가 되는데 그것도 탈북 하는 사람이 한명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면 그 큰돈을 남한에 있는 가족이 마련하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지금 황 씨가 말한 탈북 비용은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해진 금액은 없고 현재 북한 내부에서 떠도는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탈북비용 마련에 남한에 있는 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의 안전인데 이마저 보장이 안 되니 탈북소식을 접한 남한 가족의 마음은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몇 번씩 오가게 됩니다.
정은화: 형제가 여럿이 와서 돈을 모아 보내주면 좋겠지만 그런 여건이 안 되는 사람도 많잖아요. 한 명이 우연히 탈북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몇 년을 진짜 힘들게 일해서 한 푼도 안 쓰고 그렇게 보내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중국에서 잡혀 북송된다면 얼마나 억울합니까? 이미 브로커에게 돈을 줬는데 동생이 오다가 잡혔으니 돈을 달라고 하면 누가 줍니까? 돈을 주면서 흘렸던 눈물보다 몇 백배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가슴 아프게 살아가는 거죠.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럽니다. 차라리 여기서 내가 힘들게 일해서 북한에서 굶어죽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생활비를 보내주는 것이 낫겠다.
1990년 중반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탈북, 강제북송 그리고 탈북 중개인. 이 세 단어는 항상 맞물려 돌아가는 끊기 어려운 고리입니다.
정은화: 쉽게 말하면 브로커라면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사람장사잖아요. 인신매매꾼. 하지만 그 사람도 죄책감을 안 느끼고 여기서도 반감은 있겠지만 없어져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그 사람들이 그만큼 목숨을 내걸고 하고 또 혼자 돈을 다 먹는 것이 아니고 국경경비대나 또 국경 경비대가 들통이 났을 때 막아주는 사람이나 정말 고리가 한 두 개가 아니거든요. 한 사람을 피신시킬 때 동원되는 모두가 먹는 돈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지금은 단속이 너무 심해 한두 사람의 힘을 빌려서만은 일을 할 수 없다고 말을 합니다. 저희도 직접 격은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 비싸 못하겠다. 이렇게 말을 못하는 겁니다.
남한에 사는 많은 수의 탈북자는 상황이 허락될 때마다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에 어렵게 하는 전화통화인데 형제의 목소리를 듣고 나면 좀 안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걱정스런 마음에 더 답답해진다고 했습니다.
정은화: 한 번 통화를 할 때 길게는 30분 정도 했는데 참 재미있는 것이 30분을 해도 끝나고 돌이켜 보면 한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 매번 거기 소식만 물어봤지 거기서 여기 소식을 물어보진 않는 거예요. 거기선 뭐든 달라는 얘기밖에는 없는 거예요. 일단은 경제적 도움을 원한다 이거죠.
기자: 가장 최근에 전화통화를 한 건은 언제인가요?
정은희: 정말 짧게 어제도 통화를 했는데 평남 평성에 가려면 얼마나 걸리는가 물어봤는데 혜산 쪽인데 기차가 잘 다니지 않아서 15일 정도 걸린다. 그러면 제가 15년 전에 집을 떠나서 국경 쪽으로 가던 상황과 똑같거든요. 저는 13일은 왔는데 저보다 안쪽이라서 좀 더 시간이 걸린다고 할 때 15일 걸린다면 그때 상황이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거예요.
남한 내 탈북자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 중반 경에는 중국에서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북송 당하는 탈북자의 수가 한해 많게는 6천 명까지 됐다면서 이는 매달 평균 400여 명이 넘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그 수가 좀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수는 중국이나 북한에서 발표하지 않는 한 알 수 없습니다. 황만유 씨는 선배 탈북자로서 이런 말을 들려줍니다.
황만유: 중국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면서 중국말 하나도 못하고 한국말 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 옆에 사람이 좀 의심스럽게 보는 사람도 있는데 옷도 중국 오자마자 아무거나 사 입으니까 옷 입은 것 자체가 어설프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남들 보기에 저 사람들이 조선족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니고 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가면서 말을 주의해야하고 행동도 주의해야 하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탈북과 강제북송 끊어지지 않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와 관련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