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북한 사람들은 같은 한글을 사용하지만 말은 같은데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분단된 세월만큼이나 매일 쓰는 언어에서조차 좁혀지지 않는 뭔가를 느끼게 되는데요. 북한주민이 탈북해 남한에 가서는 일상생활에서 느끼게 되는 놀라움 그리고 그로인한 당황스러움에 대해 알아봅니다.
“닭이 먼저인가 닭알이 먼저인가?” 이 명제는 선후관계를 따지기 어렵다는 이야기에 주로 사용되는 예문입니다. 앞의 예가 탈북민이 남한에서 경험하는 혼란스런 상황들을 설명하기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알면서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겁니다.
노우주: 중국에서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따로 있는줄 알았어요. 저희는 북한에서 금방 중국에 왔을 때는 남조선이라고 하잖아요. 중국 친척이 너희 남조선이 얼마나 잘사는줄 아는가 묻어라고요. 아주버니가 잘나가는 중국 공산당원으로 남한에도 왔다갔다하고 북한도 가고 했는데 아주버님이 말씀하시면서 남조선이 얼마나 잘사는 줄 아는가 하면서 진짜 대한민국 잘살아 이랬어요. 그래서 제가 남조선은 뭐가 대한민국은 뭐예요? 하니까 북한에서는 남조선이라고 하지? 너네가 살고 있는 조선인민주의공화국을 여기선 북조선이라고 하지만 남조선의 공식명칭은 대한민국이라고 국호를 쓴다고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와 남조선이 한 나라구나.
탈북민 노우주 씨가 남한생활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새집을 배정받아 자신이 살게될 집청소를 하려는데 세제 즉 비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북한 표현으로 하면 상점에 해당하는 마트란 곳에 가서 비누를 사야했죠.
노우주: 물어봤어요. 마트 점원에게 가루비누 사러 왔는데 어디에 있어요 하니까 세탁할 때 쓰는 가루비누하고 주방에서 쓰는 세제가 다르더라고요. 그것을 알려줘서 사와선 청소를 했던 기억이 있고요.
물비누 또는 가루비누라고 써있었더라면 그나마 좀 알았을텐데 보통은 물비누에 해당하는 제품은 ‘퐁퐁’
가루비누는 ‘하이타이’ 이렇게 상품의 이름이 물건에 표기돼 있습니다. 물론 작은 글씨로 제품에 적혀있는 설명서를 읽어보면 어떤 곳에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 것인지 알 수 있지만 노 씨는 설명서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청소를 시작합니다.
노우주: 가루비누를 막 타서 썼어요. 그런데 통장 언니가 와서 뭐하려고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에 기름때를 닦으려고 한다고 했더니 하이타이는 세탁할 때 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가루비루를 쓰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해서 어떻게 하냐니까 기름때를 벗기는 것은 퐁퐁을 쓴다고 해서 돈을 줘서 사달라고 하니까 사왔더라고요. 그것을 칙칙 뿌리니까 조금있다가 물이 흐르면서 깨끗해지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일주일 동안은 언니가 저만 보면 웃고 그랬어요.
가루비누, 물비누, 딱딱한 사각형의 비누 등 모양도 다양하고 그 성분도 특성화 돼있습니다.
노우주: 여기는 그렇게 쓰는 곳에 따라 다 구별이 돼있더라고요. 가루비누, 물 세제를 사고 욕실에 쓰는 것이 또 따로 있다고 해서 언니가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걸로 쓰니까 진짜 떼가 더 잘 벗겨지더라고요.
분명 옷을 빨 때 쓰는 세탁비누와 얼굴을 씻을 때 쓰는 세숫비누는 다른데 겉모양만 보고 또는 냄새가 향긋하다고 그 쓰임이나 용도를 무시하면 같은 비누라고 해도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노우주: 처음에는 세탁비누로 머리를 감았는데 꾸덕꾸덕 해지더라고요. 하나원 시설에 샴퓨와 린스가 있어서 거기서 썼기 때문에 머리 감는데 쓰는 것이라는 것을 다 아는데 처음에 집배정을 받아 오다보니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 가루비누를 사다가 머릴 감았는데 막 떡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트에 가서 샴푸를 사다가 쓴 적도 있고요.
같은 듯 하면서 서로 다른 용도로 쓰이는 비누에 대한 예였는데요. 이번에는 같은 말인 듯 하면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쓰이는 남한 상점 간판에 대한 오해를 들어보시죠.
노우주: 제가 처음에 중고 컴퓨터를 집에 놨어요. 그런데 자꾸 고장이 나고 마우스도 잘 안되고 그랬어요. 그러던 참에 ‘컴퓨터 세탁소’를 보고 들어갔더니 빨래가 쫙 걸려있는 거예요. 그 사장님이 어떻게 오셨어요? 이렇게 물어봐서 컴퓨터도 세탁을 해줘요 이렇게 물어보니까…
집에 중고 컴퓨터를 설치 했는데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참에 길을 가다가 동네에 있던 컴퓨터 세탁소 간판을 본 겁니다. 노우주 씨는 이름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컴퓨터를 고쳐 쓰기 위해 가게에 들어갔던 겁니다. 그런데 그 가게 주인이 우주 씨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노우주: 북한에서 온지 얼마 안됐는데 중고 컴퓨터를 기증 받아서 쓰는데 여기 보니까 ‘컴퓨터 세탁소’라고 돼있어서 컴퓨터도 수리를 하고 세탁을 해주는가 해서 들어왔어요. 그러니까 사장님이 눈이 둥그래서 보다가 한참 웃더라고요. 그러면서 얘기하는 것이 여기는 컴퓨터 세탁소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 손세탁이 아니고 컴퓨터 기능을 이용해서 하는 곳이라고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손빨래가 아닌 컴퓨터를 이용해 정밀하게 세탁을 하는 곳이란 의미로 ‘컴퓨터 세탁소’란 간판을 달로 영업을 하던 빨래업소가 남한에는 많다는 것을 노주씨는 알게됩니다.
남한에는 현금 보다 카드 예를 들어 현금카드,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현금을 대신하는 명한 크기의 표 즉 카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김필주: 시내버스는 교통카드가 되는데 나는 분명 현금 내고 탔는데 그 카드를 내고 타는 사람들이 신기했던 거예요. 카드에서 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승차 승인이 되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나도 갖고 싶은데 나는 안 되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교통카드가 따로 있었던 거예요.
김필주 씨는 버스를 탈 때 현금을 내고 탔는데 다른 사람들은 명함 크기의 표인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김필주: 처음에 몰랐을 때는 일일히 현금을 내고 동전을 돌려받고 해서 불편했어요. 그래서 카드 쓰는 사람이 너무 부러웠고 그것은 남한 사람들만 쓰는줄 알았었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것이 아니고 교통카드라고 따로 나온 것이 있는데 그 카트를 사서 돈을 충전을 해놓고 버스에 오르게 되면 버스에 삑삑하고 소리가 나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대면 승차 승인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것을 알고 난 이후에는 너무 편했죠.
같은듯 완전히 다른 또는 알면 아무것도 아닌 어려움을 대부분 탈북민들은 남한정착 초기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