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대학엔 꿈과 낭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아리(소조) 활동을 통해 젊은 남녀가 함께 어울려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탈북민으로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필주 씨를 통해서 그 생활을 알아봅니다.
기자: 보통 같은 4년제 대학이라도 많은 사람이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또는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을 선호하는데 대학 간 차이를 느끼십니까?
김필주: 우선 한국 사회는 학벌위주의 체제이다 보니 지방대와 명문대학 졸업 이후 진로와 취업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조금 변하고 있죠. 대학간판 보다는 사람의 인성, 열정, 사고의식 이런 것들을 명문대, 지방대 상관없이 기업들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기자: 남한학생과 비교해 탈북민의 대학입학이 유리하지만 입학 후에는 같은 조건인데 공부하는 비결은 어떤 것인지요.
김필주: 세상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면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근래에 오는 고향 친구들을 보면 고향에서 탈북하는 동기가 예전의 저 때와는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고 그 차이가 뭐냐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알고 뚜렸한 목적을 가지고 대학진학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중국에서 4년을 살았다는 이유로, 중국어를 조금 할줄 안다는 이유로 한국 외국어 대학에 갔다면 지금 오는 친구들은 한국 외국어 대학교를 진학했지만 중국어를 하지 않습니다.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아도 중국어 학과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경영학을 하겠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남한사회에서 경영은 기본이고 그래야 살아남는다. 나름 남한사회에 대해 인지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학과선택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저와의 차이이고 실제 그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다는 겁니다.
대학은 봄에 1학기를 시작해 여름이 시작되면 방학을 맞습니다. 그리고 9월 초에 2학기가 시작되고 겨울방학을 맞습니다. 전공 과목을 정하고 졸업을 위한 학점관리를 해야하는데요.
김필주: 우선 학교에 진학하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시간표를 본인이 알아서 짜야합니다. 즉 한학기를 농사에 비유하자면 파종을 하고 김을 메고 가을걷이까지 알아서 해야합니다. 학교에 규칙을 정해놓는데 졸업까지 총 8학기를 하는데 그 가운데 전공과 교양 이수 학점을 다 취득해야하니까 그것에 맞춰 시간표를 짜야 합니다. 그리고 강의 교실은 북한은 제가 알기로는 교수님이 찾아 다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남한은 본인이 교실을 찾아가서 해야하고. 학교에서 학식(학교식당)을 먹을 수 있고 중앙 도서관이라고 해서 학생증만 있으면 언제든 공부할 수 있고 대부분 제일 꼭대기 층은 24시간 개방합니다. 그래서 마음 놓고 공부하고 졸리면 자도 되고 배가 고프면 학교 근처에서 밥을 사먹고요. 평상시에는 소조 즉 동아리방에 가서 공부 해도 되고요. 학교 안에서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기자: 탈북대학생은 공부 뿐만 아니라 용돈도 있어야 해서 이중고를 겪지 않나 싶은데 어떤가요?
김필주: 한국에 산 11년 경험을 공유하자면 우선 여기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로 내가 움직이면 돈이 나옵니다. 내가 움직이면 돈이 나가기도 하지만 내가 움직이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 제도가 있어서 특히 탈북자는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을 주는 재단이 있습니다. 그 재단에 자기 소개서와 성적증을 보내면 많게는 200만원 적게는 10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학교 내에서 근로장학을 신청할 수 있고 방학에는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시간제 일을 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움직이면 돈을 벌 수 있는 체제이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돈을 벌면서 공부할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4년이란 시간은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자칫 아무것도 이룬 것없는 데 빠르게 지나가기도 합니다.
김필주: 우선 남한에 공등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고등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다가 대학이라는 넓은 곳에 와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느라고 한 학기를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쯤이면 선배들이 말해줍니다. 너무 놀다가는 학점 관리가 안돼서 고생하니까 그만 놀아라 하고요. 그러면 공부를 하는데 졸업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있는데 고학년에 가서 학점을 많이 안들어도 되게 저학년 때 학점을 채웁니다. 그리고 졸업하기 전에 인턴으로 일시적으로 체험삼아 적은 돈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 어떤 일을 할지 정해서 졸업하는 겁니다.
기자: 대학을 가는 것과 안가는 것 어떤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김필주: 북한에도 이런 말이 있어요. 무르익은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그리고 빈깡통 굴러가는 소리가 더 요란하다 이 속담을 많이 쓰는데요. 한국에서는 특히 많이 알아야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대학을 가고 안가고의 차이는 엄청 큽니다. 예를 들어 대학을 안가고 바로 현장에서 일한다 하면 우선 월급을 받는 것에서 차이가 납니다. 왜냐하면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과 적게 알고 있는 사람은 일의 효율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운 사람을 대우 해주는 것이 당연하고요. 그런 것을 다 떠나서도 많이 배워두는 것이 도움이 되죠. 단 본인이 배우고 싶은 부분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 경쟁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 대학생활에 대해 탈북민 대학생 김필주 씨의 경험담을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