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탈북과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자신도 탈북자인 이혜경 씨는 탈북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전문 단체를 최근 발족했는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이번에 ‘새삶’이란 단체를 발족한 탈북여성 이혜경 씨는 북한에서 약사로 근무하다 2002년 탈북해서 지난해 남한에서 ‘북한의 보건일꾼 양성 정책 연구’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씨는 남한정착 탈북자들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많은 수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혜경: 여기 온 탈북민들은 북송 경험이 있는 사람이 과반수예요. 그것 때문에 치료가 절실하다는 거예요. 또 한국사회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이 더해지거든요. 한국에서는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 여객선 때문에 트라우마 센터가 필요하다고 난리인데 대량탈북 사태 이후 남한입국 탈북자 유입이 10여년이 지났는데 정부나 민간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질 않았어요.
이혜경 씨가 말하는 트라우마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만든 단체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알아봅니다.
기자: 일반인들은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 있을 텐데요 어떤 겁니까?
이혜경: 여기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북한식으로 말하면 흔히 말하는 심장신경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 30대에서 40대 여성이 누구나 가진 일반적 증상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병원에 가서 증세를 설명할 때 불안하다, 짜증밖에 안 난다 하면 의사는 심장신경증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일반적인 증상에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이 대부분 노출됐다는 겁니다.
기자: 그 말씀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정신적 외상을 가지고 산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이혜경: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온갖 못 볼 것 그러니까 그런 험한 것에 일반 노출이 돼있는데 익숙해 있다가 한국에서는 자유롭고 풍요롭고 한 것만 보니까 상대적 빈곤감이나 혼란을 느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기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는 말이죠.
이혜경: 네, 또 거기다 북한에서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왔는데 여기서는 편히 산다는 죄책감 그러니까 북한의 가족은 먹을 꺼리가 없고 땔감이 없어서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죄책감을 갖게 되거든요.
기자: 살면서 걱정꺼리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란 말을 하는데 북한 주민은 끼니 걱정도 하고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일상에서 보지 않아야 될 것들을 많이 봤는데 박사님 말에 따르면 북한주민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 거네요?
이혜경: 그런데 항시 트라우마에 노출돼 있지만 그분들은 인식을 못하는 거죠.
기자: 인식을 못하면 그냥 지나게 되는 건가요?
이혜경: 그렇죠, 방치되는 거죠.
기자: 질문을 바꿔하자면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의 문제도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겁니까?
이혜경: 그런데 남한입국 탈북자들은 방치되려야 될 수가 없거든요. 지난 과거에 힘들게 살았는데 지금은 먹을 걱정 없이 잘산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 친지들은 추운 겨울에 방에서 돌돌돌 떠는데 나는 속옷만 입고도 추운지 모른다. 이런 것들이 죄책감이 되는 거예요. 또 몇 번의 북송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잠재적 불안감 속에 사는 거예요. 잠결에 문밖에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자길 잡으러 오는 위기의식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기자: 정신적 외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언젠가는 문제가 된다 이런 말이군요. 그렇다면 정신병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혜경: 그러니까 좀 심하게 되면 정신병이 되는 거예요. 트라우마는 1기 진행형 병증을 말하는 거죠. 의학적 치료와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 극복될 수 있고 이런 것이 없으면 악화돼서 2기 3기로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1기에 극복을 해야 되는 거죠.
기자: 정신적 외상을 치료하는 ‘새삶’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됩니까?
이혜경: 저는 첫 번째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고 싶고 두 번째는 북한에서 고문에 노출됐던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자 합니다. 인권과 역사교육이 필요하고 그 다음 문화사업으로 합창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자주 만나면서 정보를 공유 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기자: 탈북자 정신적 외상 치료 전문 단체가 병원의 역할을 하는 것보다는 탈북자 사랑방의 역할을 할 것 같은데요.
이혜경: 그렇죠. 사회적 관심사와 사회동질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이혜경: 합창단을 모집하고 있고 지금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에 대한 영향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가 토요일 마다 이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또 탈북자 정착 문제에 있어 정신적 충격에 대해 사회적 공론을 일으켰다 문제의식을 제기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입국 탈북자의 정신적 외상 치료를 위해 발족한 단체 ‘새삶’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전화 회견에는 이 단체 대표 이혜경 씨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