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나 1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평양의 명문대학을 다니던 탈북자 박기명(가명) 씨가 미국 중부지역에서 핵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박씨는 3년 전 미국 대학으로부터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 허가를 받았고 현재까지 순조롭게 핵물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박 씨를 통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에 대해 알아봅니다.
기자: 먼저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하지 않고 미국에서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소개를 해주시죠.
박기명: 제가 사실 남한입국 초기에는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려고 했지만 유학을 결심한 것은 학부 4학년 때였습니다. 학부 졸업하고 바로 유학 갈려고 생각도 했지만, 한국에 들어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았고, 대학에서 정식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한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아서, 한국의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으로 2년 동안 더 공부하면서 전공실력도 더 쌓고 부족한 부분도 더 채워서 가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석사기간에는 1년에 3개월 이상 일본의 국제공동그룹인 KEK가속기연구소에서 연구하면서 시야도 넓히고, 내가 연구하려는 분야의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석사과정에 진학해선 지도 교수님이 연구실에 남아 있는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가 있다고 하여 영어 시험이나 유학 준비를 못하고 맡겨진 대학원 연구와 학업에만 몰두하다가 2008년 3월 석사 졸업한 후 그때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해서 박사 유학을 왔습니다.
기자: 미국 박사 과정은 언제 원서를 내고 허가는 언제 나오나요?
박기명: 보통 11월부터 1월까지 온라인으로 지원원서를 받고 다음해 가을학기에 입학 허가서를 받게 됩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꽤 깁니다.
기자: 박사과정에 지원하기 위해 낸 서류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박기명: 영어 점수가 필요합니다. 영어시험으로는 TOEFL이 있습니다. TOEFL시험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진학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치러야 하는 시험입니다. 그리고 GRE 점수는 특수 대학원을 제외한 미국의 일반 대학원 진학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으로, 점수가 누적되므로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응시해야 합니다. 이 시험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도 보는 시험입니다. GRE에는 General과 Subject이라고 두 가지 유형의 시험이 있는데, General에는 Verbal, Quantiative, Analytic Writing 세 가지 영역이 있는데 Verbal은 단어, 문법 시험이구요, Quant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시험이구요, Analytic Writing은 작문시험입니다.
그 외에 Subject 시험은 특정과목의 전공시험인데요, 저의 경우는 전공이 물리학이어서 Subject Physics 시험을 보았습니다.
시험 준비 외에도, 자신이 미국에 가서 연구하고 싶은 분야의 유명 대학들을 조사하고, 특정교수님들의 홈페이지에 찾아들어가서 그가 최근에 발표한 논문들도 읽어보고, 자기의 연구 분야와 일치하는가 알아보고, 필요하면 직접 내가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이메일도 보내고요. 지원서류는 SOP (Statement of Purpose 라고 자기소개서 및 연구계획서와 비슷함 )영어시험점수, 학위증명서, 성적증명서, 3명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마음의 결심을 하고 시작한 유학 준비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박기명: 우선 유학을 준비하려면, 영어시험도 치러야 하고, 원서준비도 해야 하고 돈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학부 4학년 때부터 과외도 하고, 덜먹고 덜 쓰고 아껴 쓰면서 준비자금을 마련했고요. 석사과정에 들어간 후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여 아기도 생기고 가장으로 생활비도 벌어야 하므로 과외도 하고, 파트타임 학원 강사도 하고, 서울 시내 대학에서 실험물리 조교도 하면서 유학준비를 하였습니다.
기자: 준비과정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기명: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영어였습니다. 북한에서 1외국어로 러시아어를 배우고, 영어를 정규수업으로 배운 적이 없고, 자습으로 공부한 저에게는 전공서적 독해나 전공 관련 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에 지원하자면 대학에서 원하는 최소 점수를 얻었어야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기자: 현재 대학에서 박기명 씨를 받아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박기명: 보통 박사과정 지원하는 시기에는 대학의 교수님들이 유학을 오고 싶어 하는 세계 각국을 수많은(수십 수 백 통의) 학생들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무엇을 공부했고, 당신이 연구하는 어떠 어떠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등등” 사실 나중에 저의 지금의 지도 교수님이 한 얘기에 의하면, 교수님은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따냈는데, 그 연구를 수행 할 대학원생이 필요했고, 제가 SOP(자기소개서나 연구계획서 비슷한 것)에 이전에 학부 때 핵 이론 연구실에서 연구에 참여하였다는 것과 석사과정 중에는 고도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요구하는 고에너지 물리 쪽에서 일했다고 쓴 것을 읽고 그 연구를 위해서 필요한 적임자라고 생각하여서 저에게 입학허가를 주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자: 지금 공부하는 핵물리학이라면 핵폭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정확히 뭘 공부하는 겁니까?
박기명: 핵폭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입자 물리학과 가깝습니다. 제가 다루는 것은 입자를 가운데서도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공부합니다. 핵의 중성자나 양성자 이런 것이 어떻게 서로 형성되는가 그런 원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자: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응용하자면 핵발전소 관련 되는 겁니까?
박기명: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저희는 순수 과학적인 실험을 위한 것입니다. 순수 물리학이고 핵발전소는 핵공학과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학문을 하는 학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군요.
박기명: 네, 말하자면 물리학자들이 먼저 뭔가 연구해서 내놓으면 공학에서 쓰거든요.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든지 발전소를 만들든지 하거든요. 과학으로 보면 가장 첨단으로 보면 됩니다.
기자: 앞으로의 계획은?
박기명: 일단 박사기간 동안 충분히 실력을 쌓고 논문도 많이 써서 졸업한 후에는 미국에서 다른 대학이나 국립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실적을 더 쌓고 계속 학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을 얻어야죠. 그리고 때가 되면 북한 고향에 가서 연구하면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기자: 영구 직장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입니까 아니면 미국에서 입니까
박기명: 미국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희 분야가 핵물리여서 한국에서는 직장을 잡기 어렵고 거의 연구하시는 분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 미국이 될 것 같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에서 핵물리학 박사 과정에 있는 탈북자 박기명(가명) 씨를 통해 미국 박사과정 유학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미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