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합니다.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국내 여행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해외 여행도 하게 됩니다. 그때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 언어소통입니다. 그런데 같은 언어를 쓰는 북한주민이 남한에 가서도 언어 때문에 정착초기에는 많이들 힘들어 합니다. 오늘은 탈북민이 남한에서 힘들어 하는 언어소통에 대해 알아봅니다.
황영순: 북한에서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북한말로도 말을 못하는 거예요.
탈북민 황영순 씨가 말한 것처럼 물건을 어디에 쓰는지 그 용도를 안다면 이름을 몰라도 설명을 하겠는데 처음보는 물건일 때는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당황스럽죠. 그리고 엄마가 아이가 물어보는 것에 답변을 못할 때도 생깁니다.
황영순: 어린이 집에 아이들 준비물이 있어요. 롤티슈 3개, 갑티슈 3개. A4 용지 100장 이렇게 준비물이 있는 거예요.
유치원에서 아이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통지문을 보내왔는데 여러분은 뭘 가져오라고 하는지 황 씨의 말을 듣고 아셨습니까? 좀 더 들어보죠.
황영순: 준비물을 가져가야 하는데 롤티슈라고 하면 동그랗게 말아서 그렇게 부른다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집에서 롤티슈 이렇게 말하지 않고 화장실에 쓰는 것이구나 감아놓지 이름을
들어본적도 없었어요. 그냥 있는 것을 쓰기만 했지 불러본 적이 없는데 아이들 어린이 집에 보내놓고 준비물을 사와야 하는데 평상시대로 종이 말은 것 이렇게 쉽게 말하면 좋은데 롤티슈 이렇게 외래어를 쓰고…
북한식으로 하면 위생실에서 쓰는 위생종이를 남한에서는 화장지라고 합니다. 보통은 부드러운 하얀 종이가 두루말이 식으로 말려있습니다. 그래서 롤티슈라고 부릅니다. 곽티슈는 종이상자 안에 부드러운 하얀 종이가 수백장 들어있는데 보통 책상위에 놓고 쓰죠. 즉 티슈는 여기서 부드러운 종이를 말합니다.
황영순: 또 A4용지를 사려고 문구점에 가서 에이 사 용지 주세요 이러니까 한 번만 더 말해달라고 해서 또 말했더니 뭘 사려는지 보여달라고 해요. 그래서 보여줬더니…
영어를 우리말과 함께 섞어서 쓰는 경우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소린가 당황스럽습니다.
황영순: 이게 A4용지네 이러더라고요. 포가 뭐냐고 하니까 영어로 4를 포라고 한다는거예요. 아이들도 있는데 너무 챙피하고 …내가 모르는 부분이니까.
보통 복사용지 많이 쓰는 크기가 A4입니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통용이 되는 용어는 왜 그런지 이유를 몰라도 소통을 위해서는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아이들도 아는 말을 어른이 몰랐다는 생각에 탈북민들은 얼굴부터 빨게지고 순간 챙피함을 느낍니다.
황영순: 그 다음부터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할까요. 어딜 가서 내가 모르는 것을 볼때면 달라는 소리를 크게 못하는 거예요. 잘 못 말할까봐요. 처음에 왔을 때는 그런 것이 심했어요.
남한에 가면 세탁소를 많이 보게 됩니다. 옷을 빨아 다려주고 수선도 해주는 곳인데 세탁소를 드라이크리닝이라고도 합니다. 발음이 비슷해서 벌어지는 재미난 상황도 있습니다.
황영순: 드라이브 같은 경우는 친구 언니가 와서 남자를 만났는데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더래요. 그런데 드라이크리닝 가자는 소린줄 알았데요. 옷 손질 하는데 남자가 가자는 줄 생각을 했데요.
드라이브와 드라이크리닝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그런데 비슷하게 들리니까 남한 남성이 북한여성에게 드라이브 가자라고 한 말을 드라이크리닝 가자라는 말로 잘못 이해했던 겁니다.
황영순: 그래가지고 남자보고 집에 있으라고 나 혼자 갔다오겠다고 했더니 남자가 자기 얼굴을 한참 처다보더래요. 우리는 드라이브를 산책, 산보, 등산 이런 식으로 얘기 하는데 드라이브라고 하니까…난 지금도 왜 드리아브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남자는 탈북민 여성과 차를 타고 멋지게 드라이브를 즉 자동차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여성은 같이 세탁소를 가자는 것인줄 오해했으니 서로 소통이 안된 거죠. 영어는 남한에서 우리식으로 변형이 된 영어도 조선말도 아닌 새로운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소통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 하나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 예가 북한에서 색테레비 또는 색텔레비전이라고 쓰는 말입니다.
황영순: 처음에는 티브도 북한에서는 텔레비전이라고 부르는데 여기는 영어로 줄여서 티브 이렇게 부르는 거예요. 이거는 두 글자라서 영어를 줄여부르는 구나 생각했는데 어쨌든 처음에는 생소하더라고요.
이렇게 말이란 것이 새롭게 생겨나고 없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생소하게 들려도 자꾸 쓰고 익히지 않으면 소통이 어렵습니다. 같은 남한에 살아도 사는 곳에 따라 그 지역 사람들만 아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은 굳이 탈북민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경우는 아닌 듯한데요 강유 씨의 경험을 들어보죠.
강유: 회식을 하는데 나보고 음식을 맛있는 거 고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주문을 하려고 보니까 주물럭이 있는 거예요. 생선 같았는데 생선 중에도 주물럭이란 고기도 있는가 싶어서 종업원에게 주물럭이 어떤 고기냐고 하니까 아저씨 어디서 오셨어요? 이러는 거예요. 옆에 있는 친구들이 북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아, 그래서 모르는 군요. 이러는 거예요.
보통은 주물럭 하면 소고기 양념한 것을 말하고 구워 먹을 때 식당에서 주문합니다. 그런데 바닷가인 부산에서는 소고기가 아닌 물고기라고 합니다.
강유: 손을 내놓고 양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하는 겁니다. 여러가지 수산물을 넣고 양념을 넣고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해서 준다는 겁니다. 결국 손맛을 낸다는 말을 주물럭이라고 하는 겁니다. 생선이 여러가지인데 오징어, 문어 이런 것을 많이 넣고 더러는 횟감을 잘게 썰어서 파, 고추, 양념을 넣어서 했는데 맵지만 새콤한 것이 맛있더라고요.
소고기에 고사리나 숙주나물 등 나물을 푹 삶아 끓인 매운 맛이 나는 육개장도 탈북민들이 오해를 하는 대표적 음식입니다.
강유: 그리고 또 하나는 육개장입니다. 북한에서는 개장이라면 단고기입니다. 남한에 오니까 단고기 집은 없고 보양식이라고 해요. 그러면 개고기 음식을 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그런 것을 모르고 육개장 집이라고 해서 이게 북한의 단고기 집인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일반 육고기 집이더라고요. 육고기를 장국처럼 만들어 파는 것이 육개장이라서 그것도 참 이해가 안되고 그렇더라고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롤티슈와 육개장 등 탈북민이 남한에서 당황해 하는 언어소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