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정착 탈북자의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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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몸에 생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만 한번 받은 정신적 충격은 마음 깊은 곳에 각인이 돼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더 깊은 고통으로 남게 됩니다. 이런 정신적 외상을 트라우마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탈북자들에 보이는 트라우마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정신과 과장과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탈북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상처 즉 트라우마를 갖는 다고 하는 데 어떤 것입니까?

이소희: 네, 트라우마라는 것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정도가 아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을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다른 사람이 경험한 것을 보거나 아니면 가족과 같은 아주 가까운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한 경우 트라우마라고 하는데요. 탈북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트라우마로는 주로 탈북 과정에서 잡힐 뻔한 경험이라든지 실제 잡혀 북송당해 감옥에서의 경험 그리고 제 3국에서 숨어 살면서 장기간 불안 공포 상태에서 지냈던 경험, 먹을 것을 못 구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위험에 빠졌던 경험 등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자: 일반인들도 걱정꺼리 하나씩은 다 있는데요. 일반적인 신경불안증세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이소희: 일반적인 신경불안증세는 가슴이 두근거린다든지 숨이 답답하다든지 잠이 안 온다든지 하는 증세가 있는데요.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이 있는 분들은 이런 일반 신경불안증세를 포함해서 깜짝깜짝 놀라면서 사건 관련 장면이나 기억들이 자꾸 떠오른다든지 아니면 반대로 사건 관련해서 세부적인 부분이 생각을 해내려 해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든지 혹은 평소 희로애락 같은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들이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든지 또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사람들을 회피한다든지 하는 증상들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을 자가 진단하면 안 되고 그런 것이 의심될 때는 진단은 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담을 해야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남한정착 탈북자들이 탈북과정 또는 북한에서 이런 정신적 충격을 받았더라고 남한생활에서 생활에 지장을 주는 이유는 뭡니까?

이소희: 보통 정착 초기에 탈북자 분들이 많이 힘들어 하시는데요. 이유는 첫 번째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착관련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남한으로 오시면서 예전만큼 트라우마 노출은 적지만 긴장이 풀리면서 그때부터 여기저기 아픈 데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전쟁터에 군인이 나갔을 때 전투가 진행되는 상태에서는 우울증에 빠질 겨를이 없거든요. 왜냐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아픔도 못 느끼고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싸울 수가 있는데요. 정작 전투가 끝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여기저기 다친 곳도 보이고 아픔도 느껴지고 잃어버린 전우에 대한 상실감도 느껴지고 우울증도 올 수 있는 것처럼 이분들이 나중에 남한에 와서 탈북과정에서 더 심했는데도 오히려 와서 더 우울증에 걸린다든지 불안증세가 나타난다든지 온 몸이 아프다든지 하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요.

세 번째로는 그전에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막상 남한에 오면 그런 막연한 희망에만 젖어 살 수 없고 녹녹치 않은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돈 문제, 대인관계 문제, 취직문제 이런 것들에 부딪치면서 생각지도 안았던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요. 사람이 희망을 품고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현실과 마주하면서 결국 불안 우울 같은 것들이 찾아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자: 다른 약과 달리 약물 치료를 받았을 때 후유증은 없나요?

이소희: 약물 치료를 받아서 후유증보다는 모든 약이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원하는 작용이 아닌 다른 작용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썼는데 우울증만 좋아져야 하는데 잠이 너무 온다든지 하면 원하는 작용은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작용을 부작용이라고 하죠. 그 부작용이 예를 들어서 원래 불면증이 있었던 우울증 환자였으면 사실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잠을 잘 잘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효과로 작용을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너무 잠이 오는데 더 졸린다고 하면 그런 부작용이 적은 약으로 바꿔야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에게 맞는 효과는 극대화시키면서 부작용은 가급적 적은 약을 찾아나가는 것이 좋은 약물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정착초기에는 정신적 불안증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남한생활이 10년이 지난 사람도 꿈을 꾸면 중국 공안에게 쫒기는 악몽을 꾼다고 하는데 이런 증세가 평생 가는 겁니까?

이소희: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라는 것이 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3분의 1정도는 장기화 돼서 만성화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도 있고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였거나 낮에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고 불안한 경우 혹은 깊은 수면을 못 취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얕은 수면을 취하면서 밤새도록 꿈이 시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이 과거에 받은 상처라든지 트라우마 경험이 다시 꿈에서 재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예방하는 방법이 수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가급적 누워있는 시간을 줄이고 낮 동안에도 집에만 있기 보다는 활동을 많이 하시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든지 고민이 있더라도 잠자리에 누워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예전에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다든지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는 데요. 그렇게 해도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기자: 북한에 있는 청취자들도 우울증이나 정신불안증이 있는 분들도 있을 텐데 약을 쓰지 않고 증세를 완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소희: 불안증세와 우울증세는 조금 다른데 불안증세의 경우는 완화 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긴장이완을 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몸에 힘을 주었다가 천천히 몸에 힘을 빼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심할 것이 불안증세가 있는 분들이 과 호흡을 해서 오히려 쓰러지는 분이 있습니다. 과 호흡은 숨이 답답함을 느끼니까 그때부터 숨이 막힐까봐 오히려 숨을 많이 쉬는 분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편안해 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졸도를 할 수 있습니다. 숨이란 것은 본인이 호흡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면 할수록

오히려 불편해집니다.

자율신경계가 지배를 해서 그런 것이죠. 우리가 손을 든다, 발을 든다, 이런 것처럼 의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숨을 쉰다, 심장이 뛴다 이런 것은 의식을 하지 않아도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아서 자동으로 돌아가야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되는데 불안하다든지 하면 숨이 답답하거나 가슴이 뛰니까 숨을 몰아쉬거나 숨을 그때부터 의식해서 과 호흡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답답해지고 나중에는 심지어 쓰러지는 상태까지 가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숨을 답답함이 느껴지면 의식적으로 쉬지 마시고 오히려 그냥 숨 자체를 의식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적인 호흡으로 돌아가는 방법인 것입니다.

우울증 관련해서는 그쪽 상황을 정확하게 몰라 처방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해보실 수 있는 방법은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믿을만한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서 지내는 것보다는 우울증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이 호소하는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정신과 과장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