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공산주의 체제에 있다가 민주화 국가가 된 나라의 국민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오늘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5년부터 1989년 까지 44년간 소련의 위성국가로 공산주의 체제하에 있었지만 시민의 민주화 운동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 체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 중심지 시내에는 바츨라프 광장이 있습니다. 프라하 국립박물관에서 구시청사 광장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길을 신시가지라고 부르는데 이곳에는 적군을 물리쳐 체코의 국난을 극복하는데 힘쓴 영웅 바츨라프의 기마상이 있습니다. 또 이곳에는 수많은 체코 젊은이들이 소련에 대항해 자유를 외쳤고 당시 분신한 청년과 이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기자가 만난 사이먼 씨는 1985년부터 89년 체코 민주화 운동 당시 청년 지도자로 활동했습니다. 사이먼 씨의 아버지도 당시 공산주의에 체제에 반대했던 인사로 지목돼 11년 간 감옥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 바뀐 뒤 변화를 이렇게 말합니다.
사이먼: 혁명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간단히 말하면 첫째는 자유로워졌다는 것입니다. 국경이 열리고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언제든 원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됐고 이전에 접할 수 없었던 책이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는 두려운 것이었지만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혁명전 체코 사람들의 생활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그저 월급이란 것은 그달 벌어 그달 쓰는 식이었으며 모든 것을 정부에서 통제했습니다. 하지만 혁명이후에는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원하는 삶을 살게 됐습니다.
1968년 민중봉기가 한 번 있었고 그로부터 20년 후 다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민중집회가 대대적으로 펼쳐집니다. 과연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이런 대규모 집회가 어떻게 가능했고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사이먼: 공산주의 사회였던 체코는 1985년 이후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집권하면서 통제가 느슨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정부에 반항하는 행동을 해도 예전처럼 감옥에 보내거나 처벌을 하지 않았습니다. 2-3일 정도 구류소에 넣거나 훈방하는 정도가 됐습니다. 1988년 처음 시민혁명이 시작됐고 당시 3천명이 가담했습니다. 입소문으로 당시 모임은 전해졌고 오후 6시에 바츨라프 광장에 모여 집회가 시작됐습니다.
2년간 시민집회는 두 세달 건너 거의 정기적으로 열렸고 이후 대학생들이 따로 집단적으로 모이기 시작했으면 이러한 젊은 학생들의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총을 발포 하게 됐습니다. 이런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 국민이 동조해 2주 만에 공산주의 체코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젊은 학생들이 주축이 됐지만 모두가 원해서 바뀐 사회.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23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원했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 질문해 봤습니다.
사이먼: 전체 중 20%-30%에 이르는 사람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혁명 후 변화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동시에 옛날이 더 살기 편했다는 말을 합니다. 민주화가 된 이후에는 개인이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열려진 모든 가능성과 기회를 자신이 잡고 누려야만 했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힘들었던 겁니다. 변화라는 것이 일부 연령대 사람들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22살 때 혁명이 일어났고 이제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자유주의 투표를 통한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끝났구나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체코 사람들에게 어떻게 물어보는가에 따라 답변이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당신은 예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라고 묻는다면 85% 정도가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절반 정도는 만족 못한다고 답합니다. 그 이유는 자유시장 경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해야만 잘 살 수 있다는 점이 힘들어서라고 사이먼 씨는 들려줬습니다.
사이먼: 거의 대부분 사회 체제는 변하게 됐습니다.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예전과 비교해 정부의 역할이나, 경제, 언론, 교육은 과거와 비교해볼 때 서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아졌지만 완벽한 세상이 됐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련의 지배하에 있을 때나 체코슬로바키아 체제에 있을 때보다는 더 많은 기회가 왔고 열린 세상이 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 소련연방에 있다가 독립한 나라들 보다는 상황이 좋습니다. 자유에는 그것을 누릴 때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고립되고 폐쇄적인 나라일수록 변화가 왔을 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는 더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체코인 야르미르 씨입니다. 그는 김일성 대학에서 6개월간 교환학생으로 있었기에 한국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야르미르: 제 이름은 야르미르입니다. 저는 체코 사람인데요. 2003년 북한에 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야르미르 씨가 기억하는 북한의 첫인상은 이렇습니다.
야르미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도 11살 때까지 공산주의 체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북한 공항에서 본 첫 인상은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이나 세상이 회색빛이었다는 것.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건물들은 지저분했고 색깔이 하나였다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나의 어린 시절 보았던 것들을 연상하게 해줬습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부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런 불만이 다시 예전의 공산주의 사회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야르미르: 아닙니다. 다시 예전의 공산사회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과 선거 등이 언제나 국민을 위해 제대로 작용하는 이상주의는 아니라는 거죠. 현재에 생활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다시 공산주의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남북한 대학에서 모두 공부한 경험이 있어 한반도 분단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야르미르 씨. 그는 과연 남북한 통일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도 들어봅니다.
야르미르: 전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남북한과 같은 예를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남북한은 모두 자신의 나라가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두 번째는 경제수준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은 남쪽이 이용할 것이고 북한 여성은 남쪽의 잘사는 남성을 찾아 갈 겁니다. 이런 일들로 해서 북한 사람들은 화를 내겠죠. 한반도 통일이 불가능해보이기까지 한데요. 그렇다고 희망을 버릴 수는 없는 문제겠죠. 분명한 것은 통일이 돼도 하나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겁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시민혁명으로 23년 전 민주화를 이뤄낸 체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