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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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이 외로움입니다.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그리움에 힘들고 특히 단독 탈북해 남한에 간 사람은 텅 빈 집에 혼자 사는 것이 외로움을 더해준다 토로하는 데요. 이럴 때 보통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입니다. 오늘은 남한정착 탈북자의 결혼에 관해 알아봅니다.

성인남녀 당사자가 배우자를 찾으면 좋은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럴 처지가 안 되면 중매쟁이를 통해 이성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탈북자이면서 남한에 가서 ‘하나사랑 남남북녀 결혼정보회사’를 차린 김혜숙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중매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혜숙: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연령은 대체로 40대 초반부터 중반이 제일 많아요. 이유는 결혼할 시기를 놓치고 나중에 우리한테 오는 경우가 많은 것같아요.

기자: 그것이 남자의 연령인가요? 여성인가요?

김혜숙: 남자분의 나이고요. 여성은 33세부터 35세가 많죠. 초혼은 28세도 있긴 하고요.

대상은 주로 혼령기를 지나쳤거나 재혼을 원하는 남한남성과 탈북해 남한에 간 북한출신 여성입니다.

김혜숙: 탈북남성도 있고 외국분도 있긴 한데 외국분은 적어놓기만 하고요. 일단 저희는 국내 결혼정보회사라 법적으로 외국분 결혼연결은 안됩니다. 하지만 혹시 여성분이 외국분을 찾고 있는 분이 있으면 돕는 차원에서 연결을 해드리는데 주로 고객은 남한남성과 북한 여성입니다.

결혼은 보통 남녀가 좋아해서 같이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두 집안이 결합하는 복잡한 구성원의 결합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는데요. 남한남성이 북한여성을 배우자로 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김혜숙: 남한 분들은 한국여성에게 없는 청순하고 순수한 모습을 찾기 위해 북한여성을 찾습니다. 북한여성 자체가 강하고 슬기롭고 혼자 와서 정착하는 과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살림도 알뜰하게 하고 그런 면이 있습니다. 또 북한 여성들이 여기오기 까지 고생하고 결혼기를 놓쳐서 있다가 저희를 찾아오는 여러 경우가 있습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가 대략 3만 명에 육박하고 남녀 성비로 보면 여성이 열 명 중 여덟입니다. 그렇다 보니 남한에 사는 탈북여성은 같은 북한출신 남성보다는 남한남성과 결혼할 확률이 높아지는데요. 탈북여성이 원하는 배우자의 조건은 이런 겁니다.

김혜숙: 여성일 경우 자기를 잘 이끌어주고 남한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안정적으로 사는 남한남성을 원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남한여성이나 북한여성이나 신델레라 꿈이 다 있으니까 자신에게 없는 재력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자기가 원하는 이상형을 찾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남성 그리고 경제적으로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일단 만남이 성사되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볼 까요?

김혜숙: 북한여성의 경우 자기 집이 있어야한다고 설정을 해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고 젊은 사람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그런 경우도 있고 사람이 좋아야 된다 이런 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요구조건을 맞춰준다고 해도 나가서 만나고 성사되지 않는데 북한여성은 남한남성의 외모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첫눈에 반해서 한 연애결혼이 아니고 중매결혼은 일정한 조건이 맞아 결혼해 살면서 맞춰가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하면 결혼생활을 이어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김혜숙: 어떤 것을 북한여성이 제일 맘 아파하는가 하면 왜 너를 만났겠는가? 한국여성이 아니고 널 만난 이유가 뭐겠는가? 이런 식으로 취급을 하면 오래가지 못하죠. 하지만 결혼하는 순간 남한여성과 똑같이 대하면서 절대 차별이 없다 하면 진짜 잘살고 있어요.

김혜숙 씨는 모르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해서 결혼까지 성사시키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은 일로 힘들다면서도 한쌍 한쌍 결혼이 성사되는 것을 보면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네요.

김혜숙: 그냥 똑같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북한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남한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다릅니다. 남한남성은 대체로 부드럽고 온건하고 겉으로 보면 잘 맞춰나갈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마음속에는 억척스럽고 강하고 이런 것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고 북한 사람들은 나음대로 겉으로는 거칠고 그렇게 보이지만 그 마음에는 아름답고 자기만이 아닌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런 것을 알게 됐어요.

북한여성이 제일가고 싶어 하는 신혼여행지는 바닷가라고 합니다. 해외여행은 남들이 가니까 멋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바라는 것은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바닷가는 추억이 있지만 해외는 가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이번에는 남한에서 탈북자의 주례를 가장 많이 섰다고 볼 수 있는 구영서 목사의 말을 들어볼까요?

구영서: 요즘에는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엄두를 못 냅니다. 어디서 무엇부터 풀어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도와주게 된 겁니다.

잠깐 배경설명을 하자면 탈북해 혼자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는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을 원하게 되고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게 되면서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하지만 결혼신고가 안 돼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벌어졌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가 많이 줄었다는 것을 구영서 목사가 설명한 겁니다. 결혼식은 단 몇 시간 하루에 끝나는 행사인데 준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탈북자는 혼자인 경우가 많고 가족이 있다고 해도 그 수가 많지 않아 축제의 분위기가 자칫 썰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이를 보완해 주는 장치가 합동결혼식입니다.

구영서: 처음에는 예식장에서 합동결혼식을 시켰다가 그 다음 사회단체를 통해 모였다가 구청에서 했는데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하객이 없어서 교회로 가게 됐습니다. 교회는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성도들이 있잖아요. 두 번째는 하객을 맞아 치룰 준비가 돼 있잖아요. 예식장은 교회본당을 사용하고 손님접대는 식당에서 하는 거고요. 그리고 교회에서 음식을 준비해주니 좋고요.

구영서 목사가 결혼이란 예쁜 꽃을 키우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매일 물을 주면서 둘이서 키워 나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모두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란답니다.

구영서: 주례할 때 고린서전서 13장을 많이 인용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자랑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해줍니다. 그러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살면서 오래 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요? 오래 참아야죠. 진짜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같이 살아가면서 사랑이 있으면 힘들고 어려운 것도 극복하고 또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이제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결혼하는 축복된 날이잖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통일의 주체가 되어달라고 제가 부탁을 하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정착 탈북자의 결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