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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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둘이 만나 불같이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헤어지기 싫어 죽는 날까지 함께 하기로 맹세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많은 가족, 친지와 지인들 앞에서 서약을 하고 잔치를 엽니다. 바로 결혼식인데요. 오늘은 남한정착 탈북자의 결혼에 관해 알아봅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윤일남 씨는 보험설계사입니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 탈북 했지만 중국생활을 거쳐 남한에 간 것은 지난 2010년입니다. 윤 씨는 요즘 결혼식을 앞두고 생각이 많답니다.

윤일남: 다른 사람들은 자기 고향에서 하고 그러면 하객이 많고 한데 우리 탈북자들은 하객이 적잖아요. 그래서 보통 저도 친구들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가면 자기 쪽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적게 올까봐 계속 걱정하는 것을 봅니다. 저도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이 하객이 적게 올까 걱정이고 남한에 살던 사람과 결혼하면 아는 것도 많을 것이고 한데 그런 부분이 걱정되고 하더라고요.

윤 씨의 배우자도 탈북여성입니다. 그래서 두 집안 가족이 북한에 살기 때문에 결혼식에 올 하객이 얼마나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잠시 남한에서 결혼을 하기 전 남자가 여자의 집에 가서 부모에게 결혼승낙을 받는 상황을 전하는 인터넷 방송 들어봅니다.

(인터넷방송): 자세가 불편해 죽을 것 같아요 그러나 누구도 편히 앉으란 말은 하지 않아요. 자리에 앉으니 어머니가 이것저것 묻기 시작해요. 부모님은 두 분다 생존해 계시냐? 연세는, 직업은, 형제는 어떻게 되냐? 대학은 어딜 나왔고 직업은 뭔지 어머니의 갑작스런 질문 융단 폭격에 살짝 당황했지만 어젯밤 예상 질문을 뽑아 미리 대비했기에 간신히 버텨내요. 그 이후에도 우리 애는 어디서 만났냐? 어디가 좋냐? 왜 좋냐? 등등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말투나 표정은 상냥하지만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윤 씨는 방금 들은 이런 어려움은 격지 않았습니다. 서로 북한이 고향이라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어려움을 잘 아는 지라 많은 부분은 이해하고 빈손에서 출발해 만들어 나간다는 것에 마음을 합한 겁니다. 윤 씨와 예비신부가 결혼 전 한 것은 결혼사진첩을 위한 촬영입니다.

윤일남: 웨딩촬영은 일생 한 번밖에 없는 것이라 남들처럼 하고 싶어서 하는데 신경이 쓰이는 것이 표정 같은 것하고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나, 남들이 찍은 것은 멋지게 나왔는데 내가 하면 잘나올까 이런 걱정요? 야외는 못 가고 실내에서 배경을 제공해 주는 것에서만 찍었어요.

기자: 몇 장이나 찍었습니까?

윤일남: 4세트에서 찍었는데 사진은 한자세로 몇 십번씩 찍더라고요. 총 300-400장을 찍었는데 사진 나온 것은 그중에서 25장정도 고르더라고요.

기자: 예식장 예약도 됐고 사진도 촬영했고 했는데 예물을 살 때 신부와 갈등은 없었습니까?

윤일남: 편하게 했어요. 예물은 남들처럼 하면 너무 힘드니까 신부 반지, 금목걸이 하고 했고 저는 처가에서 정장하고 시계하고 했고요. 다른 것은 서로 부담 되는 것은 안하는 것으로 합의를 봐서 크게 갈등은 없었어요.

결혼식을 앞두고 사랑하는 남녀는 처음으로 심각한 충돌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둘이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감내하겠다. 이런 마음이다가 혼수용품을 놓고는 신경의 각을 세우게 되는 겁니다. 다시 인터넷 방송 잠시 들어보죠.

(인터넷방송): 결혼준비를 하는 여친은 자꾸만 뭐를 물어보는 병이라도 걸린 것 같아요. 드레스 디자인부터 심지어 청첩장 글씨체까지 어떤 것이 좋은지 의견을 말하래요. 다 거기서 거기 같은데 뭘 자꾸 물어보는지 모르겠어요. 니 맘대로 하세요 라고 하면 그딴 무성의한 대답 따위는 필요 없데요. 남자는 다시 생각을 하고는 이것이 좋은 것 같은데라고 하면 또 나무래요. 이런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고 남자보고 어쩌라는지 모르겠어요.

남한의 한 결혼정보회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남한의 예비부부는 결혼식 비용으로 24만달러를 씁니다. 2억 7천만원 정도입니다. 이중 70%가 신혼부부의 주택마련을 위한 비용이고 결혼비용 분담금은 남자가 6 여성이 4를 쓴다고 조사됐습니다. 탈북자는 정부에서 영구임대아파트를 주기 때문에 일단 주택마련을 위한 비용은 빠지겠네요. 그런데 결혼을 축하해주러 오는 하객은 얼마나 될까?

윤일남: 원래는 모바일로 하고 한 30장을 청첩장을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분들이 달라고 해서 한 50장 추가를 했어요.

기자: 신랑신부 합친 수입니까?

윤일남: 저 혼자요. 신부는 친척들하고 친구도 몇 명밖에 안 돼서 전부 모바일 청첩장으로 보내드렸어요.

윤 씨가 말하는 모바일 청첩장이란 종이로 인쇄된 안내장이 아닌 손전화기를 통해 보내는 전자자우편 형식을 말합니다. 결혼식 당일에 온 축하객들은 예식이 끝나면 그곳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자리를 뜨게 됩니다.

윤일남: 한 150명에서 많으면 200명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결혼식은 예식장에서 사진까지 다 찍으면 한 시간 안에 끌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자: 하객은 식사를 하셔야 할 텐데요

윤일남: 네, 하객은 식사 하시고 저희가 폐백 끝나고 하객들한테 식사하는 자리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식사하고 가시는 분들은 가시고 또 남은 분들은 같이 뒤풀이를 하고 그렇게 진행이 됩니다.

기자: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시나요?

윤일남: 신혼여행은 포기를 했어요. 신부가 임신 중이라 서요.

기자: 그러면 나중에 어디 가자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윤일남: 네, 원래 괌으로 가려고 했는데 ...결혼식 끝나고 제주도라도 가야 하지 않겠는가 싶고요. 외국은 결혼기념일에 가도 되니까 훗날 가기로 했습니다.

혼전임신 그러니까 결혼식 전 신부가 아이를 갖게 되면 남한표현으로 규정속도를 위반을 했다라고 놀리면서 그 말을 줄여서 속도위반이란 말을 하는데요. 지금 임신 초기여서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여행을 갈 형편이 못돼 다음 기회로 미뤘다는 예비신랑의 설명입니다.

보통 탈북자들은 바닷가나 특히 사계절 따뜻한 이국적인 섬인 제주도를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검은머리 파뿌리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아들 딸 힘닿는 데까지 숭숭 낳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윤일남: 일단 남자니까 책임감을 갖고 내년 구정쯤이면 아빠도 되고 하니까 책임감을 자기고 돈 버는 일부터 집중해야겠고 신부는 평생 같이할 사람이니까 서로 의지하면서 사랑하고 싶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정착 탈북자의 결혼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