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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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탈북작가 이가연 씨가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밥이 그리운 저녁'이란 시집을 출판했습니다. 태어나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온 것에 많이 떨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남한정착 3년차인 이가연 씨가 선보인 시집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가연: 떨리기도 하고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것이거든요. 첫날 시집을 받은 날은 밤새 울었어요. 너무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출판 기념회는) 9월 12일 저녁 6시에요.

황해도 시골마을 출신의 이가연 씨가 남한에서 시집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갖는 다는 소식입니다. 시집 제목은 '밥이 그리운 저녁'입니다. 책 구성을 보면 크게 북한 그 나라, 탈북, 그리움, 새 하늘이란 주제를 두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새 하늘은 자유를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산문을 실었는데요.

이가연: 저의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은 제가 한국에서 누린 자유와 북한에서 살았던 생활 그리고 한국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50편의 시로 묶어서 시집을 냈습니다. 저 혼자 용기가 있어서 낸 것은 아니고요. 주위 분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셔서 출판기념회까지 하게 됐습니다.

글재주가 있고 작가라고 해서 다 책을 출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자기가 돈을 내고 책을 인쇄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책을 내는 것에는 그에 따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 씨의 경우는 아는 지인들의 권유에서 이 일이 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이가연: 일단 제가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 책을 한 번 내보라고 권유를 해줬습니다. 책을 낼 수 있구나 생각은 했지만 망설였는데 하나하나 주위 분들이 도와주셔서 50편을 묶어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기자: 이번에 몇 권이나 인쇄가 됐습니까?

이가연: 이번에 1천권이 나오는데 이미 300권은 출판사에서 각 서점에 배포한다고 해서 드렸습니다. 그리고 책이 팔리면 그 수입금은 장애인 단체에 일부 기부하려고 합니다. 시집의 판매 수입금은 출판을 도운 단체에 다시 일정액을 기부해서 좋은 일에 쓴다는 계획입니다. 마음에 담고 있던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것이 제일 큰 욕심입니다.

이가연: 저희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북한에서는 솔직히 하고 싶은 말도 못했어요. 내 감정 표현도 못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내 감정을 드러내놓고 말한다는 것이 좋았어요. 시를 써서 표현했습니다. 내 마음은 이런 거야 하고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어려움도 시로 표현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 시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를 쓰면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이가연 씨. 항상 뭔가 괴로움이나 힘든 일을 당하면 그 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 좋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한데요.

기자: 밥이 그리운 저녁이란 시집을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이가연: 첫째는 제가 북한에서 살았잖아요. 북에는 1년이 돼도 쌀밥 한 번 배불리 못 먹는 사람이 많아요. 그 마음을 그대로 담고 싶어서 시집 제목으로 했고요. 이 땅에 밥 굶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밥 시인이 되고자 하는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밥이 그리운 저녁의 시집에 담긴 3편의 시를 여러분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소개할 시는 쌀 한 톨이란 제목의 시입니다.

이가연: 이 시는 북한의 가난을 표현한 겁니다. 쌀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북한에서의 기억을 살려 시를 썼습니다.

쌀 한 톨

나를 배부르게 하주오 쌀 한 톨 나를 쉬게 해다오
니 속에 눕고 싶고 니 속게 편히 쉬고 싶다
지옥의 소굴을 벗어나 한 시간 흐른 뒤
천국의 아름다운 길이 보인다 쌀 한 톨의 삶에 자유가 있다

두 번째 소개할 시는 아버지가 엄마에게 청혼을 할 때 주신 선물이 소재가 됐는데요. 남들은 가락지로 할 때 가난한 아버지는 빈 수저통을 주시면서 결혼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이가연: 제가 5살 때 검덕광산에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아버지가 갱 안에 들어가시다가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유산인 수저통을 보면서 아버지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시는 한국에 와서 글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 최고의 선물

우리 집은 숟가락이 없다
긴 머리를 잘라서 아버지를 사오기로 했다
가격은 비쌌다 본 적도 글로 써본 적도 없다
맹물을 끓여 마시면서 살아가는 가족들
찬 가슴을 녹인다
손가락으로 빈 자루를 채운다
살림이 커지면 첫 번째로 두고 싶은 것은 아버지다

기자: 시를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더 생각났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이가연: 네, 사실 제가 한국에 와서 별을 보면서 고향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어요. 항상 고향사람들이 일하고 들어올 때 저녁에 별을 봤었거든요. 그 기억이 나서 별을 봤는데 한국에는 차도 많고 공기가 나빠서 그런지 별이 잘 안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의 별들이 월북했나? 그런 우스개 말도 했어요. 북한 친구들이 그리워서 떠났나? 그런 생각도 했고요. 시를 쓰면서 그런 그리움들을 담아내는 것이 행복했고요. 그래서 별에 대한 시도 지금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남과 북'입니다.

이가연: 남과 북이란 시는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이 다시 북으로 가는 것을 보고 북한 사람들은 한국이 안 좋은 나라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제가 탈북자로서 한국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남과 북

한국 사람들이 고마움을 선물한다 탈북자라고...
고마운 기억들을 서랍에 가득 가득 채운다
온 하루가 외로움과 고달픔에 시달리면
나는 얼른 그 고마운 마음을 한 줌 꺼내 껴안고 잠이 든다
마음 안에 그분과 함께 있어 행복하다

자신의 이름으로 인쇄된 책을 손에 잡아든 이가연 씨 이 한 권의 시집에는 그리운 고향 마을에 대한 추억과 새로운 보금자리인 남한생활에서 경험하는 마음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녹아있습니다.

이가연: 솔직히 불안도 해요. 내 시가 부족한데 사람들이 내 시가 좋다고 해주시니까 그래요 하면서도 한 쪽으로는 부담도 생기더라고요. 내가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사람들의 믿음에 좀 더 좋은 글로 보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자신의 단독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을 출판한 탈북작가 이가연 씨의 시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