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정착한 2만 7천여 명의 탈북자들이 정착과정에서의 어려움 중에 하나로 언어소통을 손꼽았습니다. 같은 조선말이지만 남한은 외래어를 많이 쓰고 심지어 모르는 말도 있더라는 겁니다. 오늘은 남북한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니다.
이혜인: 여기선 자두라고 하잖아요. 이것을 북한에선 추리하고 하거든요. 완전히 다른 말이잖아요. 살구는 같은데 왜 추리가 여기선 자두라고 하는지 그것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함경남도 출신의 이혜인 씨는 같은 과일을 놓고 남한에서는 추리를 자두라고 부른다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같은 사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방금 들은 것처럼 다른 경우도 있지만 아주 뜻이 다르거나 처음 듣는 생소한 말도 있습니다.
이혜인: 여기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는데 함북도 사투리는 미내 모르지? 미내 몰랐습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이 말을 미내 몰랐습니다 라고 하거든요. 또 우정 그랬어? 그러니까 여기 사람들은 전혀 못 알아들어요. 남한사람들은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러더라고요. 일부러 그랬다 이런 말인데 우정이라고 하니까 못 알아들어요.
기자: 우정은 친구 사이에 의리가 있고 정이 깊다 이런 뜻인데...
이혜인: 그 우정도 쓰고 북한에서는 일부러 그랬다는 말을 우정 그랬다 이런 말을 더 많이 쓰거든요. 함경북도에서는요.
한 예로 ‘하루 일을 끝내고 간단히 총화까지 하고나니 벌써 퇴근 시간이 지났다’ 라고 말하면 청취자 여러분은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실 겁니다. 그런데 남한에서 이렇게 말하면 머리를 갸우뚱 할 겁니다. 총화 대신 결산이란 용어를 써야 비로소 남한에선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됩니다.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한다는 뜻으로 남한에서는 결산이란 단어를 쓰기 때문입니다.
같은 용어인데 의미가 다소 다른 단어도 있습니다. 탈북여성 이가연 씨는 그래서 당황했는데요.
이가인: 제가 식당일을 했는데 사장님이 손님 받으라고 해서 저는 안고 들어오라는 말인지 알고 밖에 나가 서있었어요. 제가 받을 사람이 환자이거나 어린아이인줄 알고 나갔는데 사장님이 소리를 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의미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어요. 북한에서는 받으라고 하면 어떤 물건을 받는 그런 의미인데 한국에서는 받으라는 의미가 조금 달랐던 것인지 아니면 쓰임에 따라 달랐던 것인지 모르겠는데 그것이 가장 혼란스러웠어요.
기자: 손님 받아라 이 말을 안고 들어와라 이 말로 알아들었던 거군요?
이가인: 네, 또 식당에서 그 사장님과 있었던 일인데 화장실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위생실이라고 하거든요. 사장님이 화장실에 금방 갔다 오셨는데 또 가시는 거예요. 한국은 화장을 하러 너무 자주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화장하러 또 가요? 하고 물어보니까 사장님이 너 어느 나라에서 왔어? 이러시는 거예요. 화장실이 뭐냐고 화장하러 가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아니라는 거예요. 그때 또 새롭게 알게 됐어요.
기자: 본인이게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문화의 차이라고 보세요?
이가인: 문화의 차이도 있지만 개인적으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기자: 개인의 문제라면 뭘 말하는 겁니까?
이가인: 내가 한국에 와서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것을 만나면 깊게 알려고 하는 것보다는 대충 알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하나원에서도 화장실엘 갔을 것 아녜요. 그런 것을 생각을 못하고 사회에 나와서 경험을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살면서 시간이 지나 언어소통의 불편함이 자연스레 해결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지방언어 즉 사투리가 그렇습니다. 남한생활 10년차인 김선화 씨입니다.
김선화: 지방말 사투리는 잘 모르죠.
기자: 예를 들면 뭐가 있을까요?
김선화: 단디해라. 단디가 뭐지?
기자: 무슨 뜻이던가요?
김선화: 단디하라는 것이 남에게 속지 말고 마음을 굳건히 해라 이런 뜻인 것 같아요
또는 북한에서 자주 쓰던 말을 의식적으로 남한에 가서는 안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선화: 기본 말이죠. 일 없어요 이러는 것이요. 그런데 일 없어요 하면 한국 사람들은 나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말이 뭐냐고 하니까 괜찮다 이런다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 한국 사람들처럼 이 말을 안 쓰게 되더라고요.
단어의 뜻에 차이가 있고 의미가 다소 달라도 많은 경우 문장을 통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뿌리가 같은 조선말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기에 혼이 나는 때도 있습니다. 바로 남한에서 많이 섞어 쓰는 외래어 때문입니다.
이혜인: 제일 당황스러웠던 것이 대학교 첫날 사회복지개론을 배우는 시간에 쇼셜워커는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마인드를 잘 가져야 합니다. 이래서 전혀 못 알아들었어요. 풀어보니까 사회복지사로서 요 보호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가져야 합니다. 이 말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쇼셜워커가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마인드를 잘 가져야합니다. 무슨 외국 사람이 와서 말하는 것 같았어요. 나는 솔직히 이렇게 외래어가 많으면 내가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당장 포기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대화 중에 한두 마디씩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학력수준이 높은 집단일수록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외래어도 문제지만 유행어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집니다. 남한생활 8년차인 김다해 씨입니다.
김다해: 우리말을 줄이는 것이 맛점 하세요 이러잖아요. 맛있는 점심 하세요 이 뜻인데 중학생 아이들이 이런 말을 쓰는데 문제는 어른들이 따라 하니까 웃기는 거죠. 맛점이 뭔지 몰라서 물어보니까 알려주더라고요.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는데 처음에는 북한 사람이라는 티를 안내기 위해 숨기다 보니 말을 못 알아듣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따라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정착이 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닌 건 아니죠. 고유한 우리말을 줄여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한국 사람들은 자기가 유식한 것을 뽐내기 위해 상대편이 못 알아들으면 그런 것에서 쾌감을 느끼고 그런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친하려고 하고 소통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언어의 특성 중 하나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약속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한번 사회적 약속으로 굳어지면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건데요. 오랜 세월 다른 사회에 살던 북한주민이 남한에 가면 부딪치는 일이 바로 이 언어소통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북한의 서로 다른 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