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재입북 탈북자의 기자회견

남한에서 생활하다 북한으로 귀환한 탈북자 김광혁-고정남 부부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회견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8일 보도했다.
남한에서 생활하다 북한으로 귀환한 탈북자 김광혁-고정남 부부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회견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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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최근 남한에 거주하던 20대의 탈북자 부부가 북한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남쪽의 생활에 환멸을 느껴 재입북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데요.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남한에서 낳은 두 살짜리 아들까지 데리고 가 한말이 쉽게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오늘은 북한당국이 선전하는 재입북 탈북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번에 재입북한 탈북자는 김광혁(27)·고정남(29)씨 부부입니다. 이들은 탈북 후 남쪽에서 만나 결혼했습니다. 김 씨는 평양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남한사회가 한마디로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라는 요지의 증언을 했는데 그가 말할 때 옆에는 그의 아내 고정남 씨가

있었고 그 옆에는 남한에서 태어난 아들이 보모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남한에도 보도가 됐습니다. 40대의 탈북여성 노정은(가명) 씨의 말입니다.

노정은: 글쎄요. 2만 명이 넘는 탈북자가 있으니까 개개인의 생각은 틀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중국에 가는 것은 자제해야겠다. 그 사람들이 원해서 북한에 간 것은 아니잖아요. 기사가 나니까 탈북자들이 다 그래요. 그 사람이 대구에 살았잖아요. 대구에 사는 탈북자와 서울 사는 탈북자가 전화 연결이 돼서 그 사람이 남한에서 브로커 일을 했고 중국에 갔다가 북으로 갔다는 것이 알려졌어요. 지금은 기자회견을 하고 크게 떠들지만 나중에 그 사람들의

결과는 뻔 하잖아요.

재입북한 김 씨는 결핵을 심하게 앓고 있기에 치료 중이었으며 아내 고 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이 김 씨의 기자회견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김 씨의 어머니와 동생이 남한에 살고 있는데 이들을 두고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점 그리고 그는 병을 치료하고 있었고 그의 아내는 직업을 얻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는 점 이렇게 두 가지만 봐도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남한 거주 탈북자의 재 입북 사례는 모두 4건입니다. 첫 번째는 유태준(44)씨입니다. 유씨는 함흥 석탄판매소 판매지도원이었는데 1998년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탈북한 뒤 남한에 살다가 북에 있는 아내를 데려온다며 재입북 했다가 체포됐습니다. 그리고는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북한에서 재배치된 사업소를 탈출해 현재는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난 6월, 52세 된 전영철 씨의 기자회견이었고 세 번째가 6년 동안 남한에 살았던 박정숙 할머니가 북한으로 가서 기자회견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남쪽에 가족을 두고 북한으로 돌아간 20대 젊은 부부는 이번 김 씨 일가족이 처음입니다.

죽음의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간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고향 사람이 자기발로 북한으로 돌아갔으면 그것 역시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지만 어떤 음모나 공작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면 불안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최청하: 그런 불안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크게 의견을 제기 하거나 문제가 되거나 전화 문의가 오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내적으로는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치지 않을까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많은 경우 박정숙이나 김광혁이나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 사람들이 많이 환멸을 느끼고 있어요. 왜 그런 사람들이 남한에 와서 또 가는가?

오히려 어쩌면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일 때문에 불안해 하다기 보다는 북한에 간 이들의 신변안전을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최청하: 우리 사람들이 그런 것은 다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가서 기자회견을 하고 집을

받아 산다고 해도 호기심 많은 북한 사람들이 만나면 가만있겠습니까? 만나면 남한 사회에 대해 물어볼 것이고 그러면 답이 힘들 것이고 그러니까 통제를 많이 하겠죠.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북한에 새 정권이 들어선지 이제 만 1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탈북자 정책이 변화한 것일까? 단속과 압박에서 회유와 관용으로 선회한 것일까? 북한전략센터의 김광인 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김광인: 정확한 답이 있을 수는 없겠는데 종래에는 단속과 통제였는데 실효성이 없고

하니까 최근에는 한국 내 탈북자들 협박하거나 회유해서 다시 북한으로 불러들인 후

그들을 통해 탈북이 곧 복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남한에서 탈북자 정착이 어렵다 이런 것을 선전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탈북자를 막기 위해 국경연선을 강화하고 단속과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이렇게 재 입북 탈북자를 이용한 심리적 선전선동에도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광인: 계속 된다고 보긴 어렵지만 당분간 몇 건 정도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러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나 북한에 가족관계로 얽혀있는 사람들을 구별해서 자기들이 판단할 때 회유 하거나 협박하면 먹혀들 수

있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그래서 탈북 해 봐야 좋을 것이 없다 오히려 힘들다

이런 것들을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해서 당국이 하는 것보다 실제 갔다 온 사람들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북한개혁방송의 대표인 탈북자 김승철 씨는 재입북 탈북자의 기자회견은 북한 당국의

탈북자 정책이 그들의 의도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라면서 기자회견 내용이 북한내부에 끼치는 파급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김승철: 북한 당국이 탈북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데 막을 수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남한에 온 사람들이 북에 있는 가족을 탈북 시키고 또 남쪽에서 보내준 돈으로 북한에서 생활

하면서 남한 비디오 보고 드라마 보고 긍정적인 생각이 높아지니까 당국이 그것을 막아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전영철 씨 말고 두 사람은 북한이 전화를 하고 모종의 공작을

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아마 내륙 지역이나 남한 실정을 모르는 산골 사람들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남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그렇게 효과가 없을 겁니다.

김승철 대표는 북한당국이 재입북 탈북자를 내세워 사실을 왜곡되게 선전하는 것이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김승철: 남한에 갔다 온 사람들이 늘게 되면 옛날에 북한 사람들이 1980년 남한 영상물을 처음 대했을 때는 남한 사람들이 잘살고 혈색이 좋고 옷을 잘 입고 그런 것을 부러워

했었는데 이번에 탈북자들이 재 입북하면서 죽지 못해 왔다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피부도

하얗고 하니까 그런데서 긍정적인 정보들을 많이 얻을 겁니다.

한편 지난달 말 현재 남한 입국 탈북자 수는 2만4천309명으로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북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남한 내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북한 무산지역에서 중국연길 까지 탈북비용이 남한 돈으로 500만 원, 중국에서 다시 제3국으로 거쳐 남한까지 가는 비용이 200만 원으로 미화로 6천 5백 달러 정도가 있어야 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남한에 살다 재입북한 탈북자 부부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