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부모가 자식교육에 쏟는 열정은 전 세계 어느 나라 부모 못지않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녀가 일류대학에 진학해 좋은 직장을 잡길 원하는데요. 오늘은 중국에서 태어나 남한으로 간 탈북자 자녀의 학자금 지원에 대해 알아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한 법에는 부모가 탈북자라도 당사자가 북한에서 태어났어야 정착지원을 받습니다. 쉽게 말해서 정착금, 학자금 지원 등은 북한 태생에게만 해당된다믐 말입니다.
2014년 기준 남한으로 간 탈북자는 2만 7천여 명입니다. 그리고 탈북자의 남녀 비율을 보면 입국 탈북자의 82%가 여성입니다. 또 많은 수의 여성 탈북자는 중국을 경유하면서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0년 정도의 생활 끝에 남한으로 가는데요. 남한으로 가면서 중국에서 낳은 자녀를 동반하거나 또는 나중에 중국에 있는 아이를 데려가 함께 산다는 겁니다. 이때 아이는 탈북자 지원을 못 받는다는 겁니다. 탈북여성 김보라(가명) 씨입니다.
김보라: 북한사람들이 거의 결혼 아닌 동거생활을 했어요. 물론 결혼식을 올리고 산 사람도 있지만 저는 결혼도 한 적이 없지만 동거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거예요. 한국에 온 2만7천 명 중에 자식을 중국에 나두고 온 사람이 많아요. 단지 와서 감추고 사는 거예요. 그중에는 저처럼 아이를 데리고 온 경우죠.
기자: 아이들이 탈북자 혜택을 못 받으니까 혼자 부양하기 힘들다는 말이죠?
김보라: 당연하죠. 중국에서 낳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시집가서 잘 사는 사람이 몇 안 된다는 거예요. 저처럼 혼자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북한여자가 낳았으면 북한 애 아닌가요?
북한여성이 중국에서 조선족이나 한족 남성과 사이에 낳은 아이는 남한으로 갔을 때 정착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부부가 탈북해 중국생활 중에 낳은 아이도 역시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남한정부의 탈북자 정착지원은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이 남한으로 갔을 때만 해당됩니다.
문제는 남한입국 탈북자의 규모가 2009년 연간 3천명에 이르면서 정점을 이룬 후 지금은 그 수가 줄어서 한해 1,500명 정도가 되는데 전체 입국 규모는 감소하는 반면 학교에 다녀야할 나이의 청소년 입국은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초등학교 이상 20세 미만의 탈북청소년의 수는 3,300명 규모입니다.
평화재단 고경빈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탈북자교육실태란 제목의 보고서에 탈북학생 증가 인원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체 탈북 학생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고 연구위원은 향후 3년 내에 중국출생과 북한출생 탈북학생 간 차별대우 문제가 학교 현장에서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경빈: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가 탈북자라도 우리 법에 따라서 탈북자의 정착을 돕는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 중학생 이하의 나이예요. 중국에서 들어올 때 대개 10세 미만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지금 중학교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3년 후면 이 아이들도 대학에 들어가야 할 텐데 막상 대학에 들어갈 때는 북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특례 입학의 혜택을 받고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특례 입학은 혜택은 물론 대학 학자금 지원도 못 받거든요. 그럴 때 그 아이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고 실제로 굉장히 불평도 많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기자: 정부의 지원 없이는 대학진학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어떤가요?
고경빈: 중국에서 상당기간 생활하다가 온 아이들 또 중도 입학한 아이들은 그런 어려움이 있죠. 말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사실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탈북여성 김보라 씨는 중국에서 낳은 아이를 데리고 남한에 간 경우입니다. 그는 아이에 대한 지원도 당연히 있어야한다고 말합니다.
김보라: 아이들은 학교가면 탈북자 자식인가 물어보면 그렇다 하지만 너도 탈북자냐고 물어보면 아니다. 친구 아이가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탈북자 자식인 것이 싫다고 엄마에게 난리친 적이 있어요.
탈북청소년 당사자는 이미 학교에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부모 입장에서는 학비가 비교적 덜 드는 고등학교까지는 어떻게 하겠지만 대학 등록금까지는 어렵기 때문에 지원을 원한다는 겁니다.
김보라: 법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 형평성과 공평성을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불합리한 점도 있다는 거죠. 개개인이 다 원한대로 법을 만들 수는 없지만 애만 놓고 봐도 애가 태국을 거쳐 고생을 하고 왔어요. 우리 아이도 태국에서 나한테 무척 많이 맞았어요. 어린애가 겪지 말아야할 것을 엄마 때문에 똑같이 겪으면서 왔단 말이예요. 엄마가 탈북자란 이유 때문에요. 탈북여성이 와서 아이를 혼자 키우고 앞으로도 혼자 키운다면 어떻게 양부모가 있는 가정과 같겠어요. 내가 특별히 혜택을 받겠다는 것은 아닌데 탈북해 중국에서 숨어살며 9년을 살다가 한국까지 자유를 찾아 왔는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험난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슬프지 않아요?
중국에서 낳은 아이와 함께 남한으로 간 박경희(가명) 씨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박 씨의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내년에는 중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박경희: 중학교 올라가서는 한 달에 50만 원 정도 생각을 하더라고요. 항상 모임에 가면 하는 말이 북한에서 아이를 데려온 부모는 교육에는 근심 걱정이 없겠다고 나도 그 말은 계속 해요.
당장은 자녀교육에 큰돈이 들어가진 않지만 다른 학부모들을 만날 때마다 걱정이 늘어갑니다. 학비와 보충교육에 들어가는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이 나오질 않기 때문이죠.
탈북청소년은 외국생활이 오래된 점을 감안해 특례입학의 혜택을 받아 비교적 쉽게 대학진학이 됩니다. 그리고 대학등록금 역시 정부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낳은 탈북자 자녀는 대학진학을 위해 남한 학생과 똑같이 경쟁을 해서 시험을 보고 입학이 결정된 후에 등록금도 자신이 해결해야합니다.
박 씨는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대학까지는 생각도 못하고 현재 학교 수업을 잘 받도록 애쓰고 있지만 언젠가 아이가 대학에 갈 나이가 되면 다른 탈북자 자녀처럼 지원을 받길 원했습니다.
박경희: 수학하고 국어 하고 있어요. 중국어를 해서 국어는 말뜻을 잘 모르거든요. 저도 한국에 와서 아직까지 어려운 것이 언어예요. 내가 못 알아듣는 것은 수첩에 적어놨다가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했는데... 나에게 주어진 삶이니까 그냥 안고 극복하고 살다보면 좋아지겠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중국에서 낳은 탈북자 자녀의 학자금 지원과 관련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