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말과 남한말은 같으면서도 다른 면이 있습니다. 양강도에서 국어 선생님이었던 탈북여성은 남한에 가서 같은 말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이는 말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남북한 언어 차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은: 우리가 북한에서 낙지라고 하는 것을 여기선 오징어 라고 하고요. 그리고 게사니를 여기서는 거위라고 부르더라고요.
남북한 사람들이 같은 생물을 놓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중 하나가 오징어, 낙지입니다. 같은 연체동물이지만 우선 생김새부터 틀립니다. 낙지는 작은 문어 모양이고 오징어는 몸통 제일 윗부분이 펼치면 삼각형 모양의 지느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낙지는 다리가 8개인 반면 오징어는 다리가 10개입니다. 북한 분들이 남한 시장에서 낙지를 사려면 낙지 주세요가 아닌 오징어 주세요 라고 해야 원하는 낙지를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사니의 경우는 남한사람들이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소통을 하려면 게사니가 아닌 거위라고 해야 하고요. 탈북민이 남한에 가서 제일 당황하는 경우는 외래어인데요
김지은: 선생님 한국은 한국사람도 잘 못 알아 듣는 외래어 사용을 하나요 했더니 그분이 “있어 보이게 말을 하느라고” 그런 외래어를 쓴다는 거예요. 저는 이해가 안돼요 하니까 웃으시더라고요.
남한에서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루면서 외국에서 찾는 관광객을 위한 영어표기가 거리에 많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자는 기억합니다. 그때 외래어 사용도 유행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급격히 늘었는데요. 이런 외래어 사용은 특히나 인텔리로 자처하는 계층에서 심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는 그러지 않나요? 당간부가 하는 말과 시장 사람들이 하는 말은 좀 틀릴 것 같은데요.
김지은: 북한에서는 말이 틀리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이 하는 쌍말이나 막말을 안쓴다는 것 뿐이지 여기서처럼 외래어를 쓰진 않는다는 말이죠.
기자: 사용하는 단어의 차이는 없단 말입니까?
김지은: 그렇죠. 쓰는 말은 다 같은 말이고 표준말이죠. 한마디로 간부나 지식있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이 막쓰는 그런 말을 안쓴다 뿐이지 쉽게 말하면 자기를 유식하게 보이기 위해서 다른 말을 쓰진 않아요. 행사나 모임에서는 쓸지 모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안쓴단 말입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말이면 원활한 소통을 위해 탈북민이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겁니다. 그리고 대화에는 언어습관도 중요합니다. 북한에서 주로 썼던 말이 다른 의미로 남한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지은: 하나원에서 습관적으로 담화를 하는 선생님이 아침에 여기서 지내는데 불편은 없는가 하고 물어보면 습관적으로 일없습니다 이렇게 답을 하게 되는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은 탈북자를 많이 상대하니까 여기서는 일없습니다 이런 말을 안쓰고 괜찮습니다 하는 거예요 이러는 거예요. 이젠 일없습니다 말을 안쓰니까 괜찮다는 말이 입에 오르게 되더라고요.
북한에서 일없습니다란 표현은 남한에서는 괜찮습니다입니다. 탈북민이 남한에서 어떤 질문에 답변으로 일없습니다 라고 하면 남한 사람의 반응은 화를 내거나 당황스럽다는 표정일겁니다. 북한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없습니다와 같은 경우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김지은: 북한식으로 물고기라고 하면 먹는 것이 아니고 집에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고기로 느껴지고 생선이라고 할때는 먹는 것으로 쓰이는 고기다 라고 들리더라고요. 북한에서는 물고기라고도 하고 생물로 주세요. 이러거든요. 물고기라도 소금에 절인 것이 있고 금방 잡아서 싱싱한 것은 생물이라고 부르거든요.
물고기와 생선. 같은 대상을 놓고 지칭하는 말이 다릅니다.
김지은: 제가 시장에 이면수를 사러 갔는데 물고기 매장에서 다른 채소도 팔고 그러더라고요. 내가 처음에 물고기 이면수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나이 많은 어르신이 못알아 듣고 저를 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물고기 라는 말은 안하고 이면수 있어요? 하니까 그 분이 이면수가 잘 팔리지 않아서 이면수가 오늘은 없어요 이러는 거예요. 그날 집으로 오는 길에 계속 차안에서 생각했어요. 내가 분명 한국말로 했는데 왜 못알아듣지 생각해보니까 여기 사람들은 물고기라는 말은 안쓰는 거예요. 생선이라고 하든가 아니면 동태 있어요? 이거 얼마예요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물고기 이면수 있어요 했더니 못 알아들은 거예요.
의미는 통하지만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틀려 벌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글로 접하면 통했겠지만 말로 하니 어색한 겁니다.
김지은: 일요일날 서울에서 저하고 같이 연수받던 선생님이 와서 같이 식당에 밥먹으로 갔는데 식당에 가면 물을 주잖아요. 그런데 찬물을 준거예요. 둘다 북한 사람이니까 여기 더운물 좀 주세요 이렇게 말했는데 세번을 말했는데 못알아듣더라고요. 다른 아줌마가 와서 뭘 찾는가 하고 물어 봐서 찬물 말고 더운물달라고 하니까 따뜻한 물이요? 이러는 거예요. 우리가 더운물 주세요 하니까 못 알아 듣더라고요.
북한에서의 교육 수준이나 직업에 따라 탈북민이 남한말을 이해 하거나 알아듣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표준말을 쓴 사람이 남한의 표준말을 듣고 뜻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니 남북한 언어의 차이는 분명 있다고 보는 거죠.
김지은: 저는 북한에서 교원이어서 사투리도 잘 안써요. 기본적으로 학생을 가르쳐야 하니까 표준어를 쓰거든요. 제가 북한에서 일반 생활에서도 사투리를 별로 안 사용했으니까 걱정없었는데 내가 한국와서 말부터 고쳐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지은 씨는 북한에서 국어 교사였기 때문에 남한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앞으로 있을 통일과 관련해서 북한의 실정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강의를 합니다. 그때 접하는 남한 아이들은 서로 다른 남북한 언어를 접하며 어색해 하고 있습니다.
김지은: 중학교에 가서 강의 할 때 여기서는 도시락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밥곽이라고 하고 밴또라고도 하거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선생님 발음이 어렵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또 여기는 화장실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위생실이라고 하거든요. 남북한 다른 말에 대해 말하니까 학생들도 호기심를 가지고 질문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국어교사였던 탈북민을 통해 남북한 언어의 차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