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거리교화소 ‘전기는 24시간,소금 안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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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간 탈북자들 중 상당수가 강제북송의 경험이 있고 이들 중 또 많은 수가 전거리 교화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오늘과 다음 시간에 걸쳐 북한에 살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교화소 생활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교화소는 평북 신의주 3호 교화소, 평남 증산 4호 교화소, 함북 전거리 12호 교화소, 함남 오로 22호 교화소 등이 있습니다. 교화소에 수용되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강제북송 된 주민들 ,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복제해 판매한 사람들, 필로폰과 같은 마약 밀거래자 그리고 경제사범(국가물자 탐오, 도둑질)으로 분류된 사람들입니다.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 노동교화소에서 7년을 살았던 탈북자 임정진 씨는 교화소 실태에 대한 증언을 통해 "2000년 초 시체를 실은 차가 하루 트럭 한 차 이상 나왔고 2007년 출소할 때조차 하루에 두 세 명은 죽어나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교화소 중에서 전거리 교화소는 남한에 간 탈북자들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교화소입니다. 40대 초반의 탈북여성 한청미(가명) 씨는 기자가 아는 탈북자 중 가장 근래에 출소한 사람인데요. 한 씨는 2011년까지 전거리 교화소에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한 씨를 통해 전거리 교화소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한 씨는 전거리 교화소가 왜 탈북자 사이에 자주 언급되는지 그 이유부터 설명합니다.

한청미: 다른 곳은 모르겠는데 전거리 교화소는 대개 탈북자가 수감되는 곳이었습니다. 양강도, 함경북도 등 연선에 있는 사람들이 갔다가 나와서는 또 탈북해 남한에 오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기자: 연선에 있는 분들이 많이 가니까 탈북자들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졌군요. 그런데 교화소가 마을처럼 돼있나요?

한청미: 마을은 아닙니다. 울타리가 있고 탐조등이 있고 보초를 서고요. 담장은 가시철조망을 쳐놨는데 한 2미터가 넘겠습니다.

기자: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한청미: 여자는 제가 있을 때 1천명이 넘었습니다. 원래는 전거리 교화소가 남자 교화소였어요. 그런데 강제북송 된 탈북자 수가 많다 보니까 거기에 새로 여자 교화소를 만든 겁니다. 담장하나를 두고 남자, 여자 교화소가 있어요.

기자: 교화소 안에서는 다 똑같이 취급받습니까?

한청미: 네, 똑같아요. 형기 많은 사람과 형기 적은 사람이 섞여서 같이 있고요. 특별히 다르다는 것이 외부로 일하러 나갈 때 예로 우리 반이 한 150명인데 한 50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형기가 작은 사람이 나가요.

전거리 교화소에서는 외화벌이를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청미: 작업하러 나가면 외부에서 해요. 그런데 저는 밖에서 못했어요. 2009년부터 전거리 교화소에 가발반, 눈초리반이 생겼는데 만들어 수출하는 것 같더라고요. 가발반은 울타리 안에서 일하니까 밖에 정말 못 나가봤어요. 언제 나뭇잎이 떨어지고 새잎이 나는지 보기 힘들어요.

기자: 하루에 가발을 몇 개나 만듭니까?

한청미: 하루가 아니죠. 머리칼인데 한 올씩 심는 거예요. 5-6일에 하나 만듭니다. 흰머리는 인조털인데 검은 것은 진짜 사람머리예요.

기자: 하루 몇 시간을 하는 겁니까?

한청미: 가발도 크기에 따라 다른데 큰 것은 밤에 들어와서 야간까지 해야 일주일에 하나 만들고 작은 것은 5일이면 하나씩 뜰 수 있어요. 우리는 제품이 들어오면 수출해야 하기 위해 나가는 시간이 있어요. 날짜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농사를 짓는 농산반은 아침 7시 반, 8시에 나가는 데 우리는 5시에 나가 저녁 9시에 들어와요. 들어와서도 학습하고 자는 것이 아니고 작업이 밀렸으면 들어와서 감방 안에서도 만들어요. 그래야 시간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사실 가발반에서 제일 그리운 게 잠이 예요. 하루 2시간, 4시간 자고 보통 2시간씩 잤어요. 선생들 몰래 만들어야 돼요. 규정이 감방 안에는 물건을 가져오면 안 되거든요. 날짜는 보장하라지. 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기일을 못 맞췄다고 해서 독방에 가고 그런 것은 없었어요.

기자: 그런데 왜 잠도 안자고 감방에서도 작업을 하고 그런가요?

한청미: 교화반들은 대개 한 반에 조가 있어요. 반장이 있고 밑에 조장이 있는데 한 6개 조가 있어요. 그러면 그 조에 할당을 줘요. 그리고 기한 내에 못하면 조장이 욕을 먹어요. 그러니까 조장이 다그치죠. 혹시 제품에 손상이 가거나 망가지면 큰일이 나죠.

기자: 불을 켜고 하면 다른 사람이 못자잖아요.

한청미: 아니요, 교화소는 24시간 불을 켜고 있어요. 밤에 불을 안 꺼요. 자살시도 한다. 나쁜 짓을 한다고 감방 안에는 불을 켜고 있어요.

기자: 전기사정이 안 좋다고 하면서도 불을 밝히는 곳이 감옥이네요.

한청미: 그러게요. 일반인들은 전기를 보지 못하고 죄인들은 24시간 나쁜 짓을 할까봐 불을 켜놓고 있어요.

교화소 안에서의 노동강도를 표현하자면 쓰러지기 직전까지 한다입니다. 그렇게 일을 하자면 잘 먹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한청미: 밥은 전거리 교화소가 말을 들어보면 다른 교화소보다 못 산다는 말이 있어요. 전거리 교화소는 산골이니까 지대가 높은 곳에 밭농사를 해도 곡식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개 국가에서 얼마를 보장해주고 나머지는 교화소 안에서 농사지은 것으로 자체로 보장해라 이런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교화소 안에 작년 농사가 잘 안됐다고 하면 한 끼에 감자 한 알씩 먹으면서 3일을 살았어요. 밥이라야 다 잡곡인데 한국에는 기장쌀도 넣고 보리쌀도 넣고 하지만 북한은 옥수수밥이거든요. 껍질 그대로 다 넣고 하는데 그 밥 먹고는 정말 배고프죠. 그리고 교화소 생활에서 제일 힘든 것은 무염이에요. 염기가 없는 것을 먹는 거예요. 그러다나니까 교화소 출소해서는 부종이 와요. 염이 없는 것을 먹다가 나와서 먹고 죽는 사람도 있어요.

기자: 소금이 부족한가요?

한청미: 말로는 죄인들 소금 먹이면 다리에 힘이 나서 도망친다고 해서 안주는데 너무나 소금을 안주니까 믿어버린 거죠. 도망칠까봐 안주나보다 그러죠. 소금이 금값 이예요. 집에서 면회를 오면 퐁퐁이 가루, 강냉이 가루를 변성해서 만든 것인데 그런 가루를 집에서 면회 올 때 가져오면 우선 해놓는 것이 약품하고 소금이에요. 밥을 두세 번 먹고 소금알을 입안에 넣어 염기를 먹고 그래서 보충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안돼요.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물, 공기 그리고 소금일 텐데 전거리 교화소에는 소금이 귀하다보니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기는 영양실조에 염기 부족으로 인한 정신기능상실까지 이겨내야 하는 그야말로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곳은 아닌 듯 보입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회령시 전거리 교화소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