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대학진학 이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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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 간 탈북청년들이 매년 대학진학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학자금 지원과 특별전형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대학에 입학하는데요. 오늘은 2013학년도 서울 한 대학 법학과에 합격한 이승희(가명)씨와 현재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영철(가명) 씨를 통해 탈북자의 대학진학에 대해 알아봅니다.

남한 대학 신입생 선발은 크게 수시전형과 수능시험 이란 방식을 통해 이뤄집니다. 수시는 대학에서 일정한 자격요건을 정해 놓고 서류 심사와 면접, 별도의 시험 등을 통해 합격자를 가려내는 것이고 수능은 11월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겁니다.

남한생활이 2년차가 되는 올해 스물 두 살의 이승희 씨는 최근 대학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씨는 수시를 통해 합격했는데요. 남한입국 첫해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1년을 준비해 이번에 합격한 겁니다. 대학합격 과정에 대해 들어봅니다.

이승희: 한국 학생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재외국민 전형이면 이 친구들은 시험 볼 때 국어 문제는 쉽게 내줘요. 그런데 외국에서 공부한 친구들이니까 영어는 좀 어렵게 내죠. 북한에서 온 친구들은 국어, 영어 다 쉽게 나와요. 어렵지 않게.. 그런 혜택이 있고 그리고 치대 한의대는 다 똑같이 시험을 보고 들어가야 돼요 전형이 없어요.

기자: 시험은 몇 과목을 보셨어요?

이승희: 국어, 영어, 수학을 다 봤어요. 국어는 60% 단답형이고요. 40%가 주관식으로 서술을 해야 되는 겁니다. 시 문구가 나오는 데 한 구절을 읽고 뒤에 내용을 본인이 알아서 만들어보세요 이런 식으로요. 똑같이 시 구절을 적으라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써 넣으라는 거죠. 수학은 다 풀어야 돼요. 객관식이긴 한데 풀어야 답이 나오는 거죠. 연습지를 주는 데 시험 끝나고 반납을 해야 돼요. 답이 틀려도 문제를 푼 공식을 보고 점수를 주시는 것 같아요.

기자: 북한에서도 고등학교를 다녔으니까 수준을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로 시험문제가 나오는 겁니까?

이승희: 북한에서 고등학교 6학년에 배우는 수학 수준이 한국의 중3 이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공부한 학생도 바로 수학문제를 풀기 어렵단 말이죠.

이승희: 네, 물론 미분이나 적분, 통분, 확률을 북한에서도 가르치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좀 더 배울 기회가 많잖아요? 학원도 많고 하니까 배울 기회가 있는데 북한에서는 학교에서만 공부를 하니 문제 푸는 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기자: 영어는 북한에서 했어도 힘들지 않았나요?

이승희: 따로 공부를 좀 했어요. 한 4-5개월 정도 공부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북한에서는 영국식 발음으로 공부를 해서 미국식 영어를 하려니 알아듣기 힘들었어요. 한국 와서 원어민들과 공부하면서 발음 교정도 하고 했습니다.

기자: 한국에서 대학진학을 얼마나 준비하신 겁니까?

이승희: 저는 작년에 넣었다가 떨어지고 이번에 된 겁니다. 북한에서 최우등 성적을 받은 사람이라도 한국 와서 적어도 6개월 정도는 따로 공부를 해야 새터민 전형으로 대학진학이 되겠더라고요.

기자: 면접 볼 때는 탈북자라고 해서 뭘 물어 보는 겁니까?

이승희: 면접 볼 때 자기 소개서를 봤으니까 탈북자라고 특별히 물어보는 것은 없지만 일반상식에 대해 물어보더라고요. 예를 들어 NLL이 뭔지 CEO, UN 등이 뭔지 물어보고 요즘 나오는 정치, 사회 기사에 대해서도 물어봐요. 저는 NLL 사건이나 일본 총리, 윤창중 씨에 대한 생각은 뭐냐 이렇게 간단하게 물어보더라고요.

또 다른 탈북청년 김영철 씨는 30대 초반입니다. 김 씨도 한 번은 떨어지고 두 번째 합격했는데요. 그는 대학진학 때 학교에 대한 사전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컸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김영철: 남한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서 알고 있는데 나이 먹어 와서 대학진학하려고 하니까 힘들었습니다. 저는 국정원에 있을 때 서울에는 서울대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국정원 자료 보니까 성균관대학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두 대학만 지원을 했죠. 그러는 과정에 서울에 상당 대학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지금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데 공부 중에 제일 힘든 것은 북한에서 접해보지 못한 논술 즉 작문 과목이라고 합니다.

김영철: 영어는 말할 필요도 없고 문제는 논술이에요. 논술은 북한에서 전혀 접해보지 못한 영역이라 힘든 거죠. 교수님 말씀을 이해는 하는데 한국식 표현으로 쓰려고 하면 촌스러워지는 거죠. 여기 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법을 배워서 하는데 북한 학생은 어색한 거죠. 한 가지 현상을 놓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논리적으로 쓰는 훈련이 안된 거예요.

남한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에 사는 탈북자 수가 이미 2만 명을 넘었습니다. 김 씨의 말을 들어보면 90년 대 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북과 남한행이 있었다면 이제는 더 나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탈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철: 제 친구는 한양대학에 진학을 했는데 주민등록증 나오기 전에 지원을 해서 합격했습니다. 그 친구는 이미 남한에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에서 공부를 잘했으니까 가족이 정보를 준거죠. 그 친구는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한국에 온 거예요. 그 친구는 결론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 대학 가려고 온 거예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에 사는 탈북청소년의 대학진학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