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서 1월과 2월은 학생들에겐 겨울방학 기간입니다. 많은 수의 학생이 자신 좀 뒤쳐졌다는 과목을 집중 공략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취업에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보내는데요 오늘은 남한 대학생의 겨울방학에 대해 알아봅니다.
옛 부터 내려오는 말에 ‘형설지공’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집이 무척 가난해서 기름살 돈이 없어 겨울에는 눈빛으로 책을 봤고 또 여름에는 수십 마리의 반딧불을 주머니에 담아서 그 빛으로 밤을 새워 책을 봤다는 내용입니다.
남한 대학생들의 겨울방학을 주제로 하면서 이렇게 고사성어 부터 꺼낸 것은 요즘 눈도 많이 오고 날도 살을 에는 듯 추운데 매일 학교 도서관을 찾는 탈북 대학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남한에 간 탈북 청년들은 많은 수가 대학에 진학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남한의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탈북자 최광석 씨입니다.
최광석: 방학에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 대한민국 친구들도 방학에 도서관 나와서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요. 대학 공부뿐만 아니라 취업준비도 합니다. 인턴이나 알바나 이런 것이 전부 스펙이잖아요. 취직할 때 학점, 자격증 등을 보는데 해야 이런 것을 방학에 준비해야죠.
기자: 북한과 남한의 대학생. 방학이 어떻게 틀릴까요?
최광석: 북한은 좀 다른 것이 방학이면 대학생들이 집에 와서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하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치열한 경쟁 사회잖아요. 내가 방학에 놀면 나의 경쟁자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열심히 공부할 것이잖아요. 경쟁에서 처지기 시작하면 계속 처지게 되어 있어요. 저도 앞서가려고 방학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라 가려고 나오는 겁니다. 그래도 도서관 나오면 책이라도 보고 영어 단어라도 외우고 하니까 방학에 학교에 나오는 거죠.
기자: 그럼 아침 몇부터 계속 도서관에 있는 건가요?
최광석: 방학이니까 아침 10시 정도에 나와서 저녁 10시 정도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점심, 저녁 시간 1시간씩 빼면 한 8시간 공부하는 거죠. 밥은 학교 구내식당에서 먹고요.
기자: 진짜 공부 열심히 하네요.
최광석: 여기 친구들은 여행도 다녀오고 하는데 안하면 뭔가 허전한 거 있잖아요. 집에서 놀면 뭐하나...도서관 가서 책이라도 한자 보면 좋은 거니까요. 학교에 나가야 친구도 만나고 하니까요. 토익도 준비하고 자격증도 준비하고 안하면 안 되니까...
기자: 남한에 가면 대학생들이 낭만도 없이 공부만 하는 구나, 공부하는 것이 지옥이겠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최광석: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부해서 남 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내가 뭔가를 이루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하고 뭔가 원하면 안 되는 것이니까 방학에 나와서 하는 것이죠. 이 사회는 내가 한 것만큼 얻어가는 곳이지만 북한 사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회 나가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내가 한 것만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잖아요. 내가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기업에 취업이 되고 내가 갈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남이 시켜서 또는 누군가를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더욱 값지게 설계하기 위해 방학이라는 자유 시간에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겁니다. 가끔은 친구들과 영화관에 가서 영화 관람도 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도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나 최 씨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학교 도서관입니다. 이것은 방학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동대학교에서 상담심리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탈북여성 김수향 씨는 영어학습에 모든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영어는 남한에서 필수 외국어처럼 생각되는 언어입니다. 그래서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영어 정복을 위해 김 씨는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김수향: 6주 동안 학교에 내려와서 영어 공부 하고 있습니다. 학교 영어를 잘 따라가지 못해서 따로 학교 내에서 개강 때까지 과외를 받고 있습니다. 영어 수업은 아침 9시부터 점심 12시까지 하고 1시부터 4시까지는 돈도 벌어야 하니까 학교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합니다. 그것 끝나고 또 4시 20분부터 5시 반 정도까지 영어 회화 수업합니다.
남한에 간 탈북자들만 영어공부에 애를 먹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가 외국어이니만큼 남한 학생들도 어려워 하긴 마찬가지이지만 북한 출신들보다는 남한에서 자란 친구들이 어려서부터 영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수월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대학들에서는 수업 자체를 영어로 하는 일이 많습니다. 김 씨가 다니는 한동대학도 그렇습니다.
김수향: 글로벌 학교라고 영어 수업이 많습니다. 들어야 할 수업이 영어로 하는 수업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잘 알아들어야 하고 어딜 가나 영어를 강조하니까 영어를 잘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취업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앞으로 대학생으로 여러 가지 기회가 생기는 데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영어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통 대학교 1,2학년 방학 때는 여름에 해수욕도 가고 겨울이면 스키장을 찾아 눈썰매도 타지만 3,4학년이 되면 모든 것이 졸업 후 있을 일들에 대한 준비로 머릿속에 꽉 찹니다. 이번에는 북한 출신이 아닌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차은지 씨의 말입니다. 차 씨는 2월 만 대학을 졸업합니다.
차은지: 저는 아직 제가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서 졸업식 전까지도 꾸준히 채용공고 보면서 원하는 회사에 이력서 낼 준비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 언론을 보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힘들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차은지: 주변에 취업한 사람이 반절정도 되고 취업도 힘든데 정작 본인은 더 많은 월급을 주거나 편안한 직장을 찾기 때문에 취업이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기자: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택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차은지: 한국에서 워낙 취업이 힘드니까 취업은 잠시 미루고 어학연수를 간다거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외국에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자: 워킹홀리데이 비자란 뭘 말하는 건가요?
차은지: 호주나 캐나다는 학생들이 굳이 학생비자를 받지 않아도 아르바이트나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벌면서 외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돈도 벌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어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방학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신이 마음껏 알아서 쓰는 시간입니다. 남한에 학생들은 이제 3월 첫 주가 되면 일제히 새 학기가 시작돼 다시 정규 수업을 받게 됩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 대학생들의 겨울방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