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 와서 북한과의 차이점에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노래입니다. 북한 노래에는 '수령님'이란 단어가 많은 반면 남한 노래들 중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많았습니다.북한 노래에선 "수령님"에 대한 충성을 대를이어서까지 바치자고 강요하는데 이렇게 주민들이 평생동안 불러야 될 "수령님"은 얼마나 많을까 싶습니다. 대신 남한 노래에서는 잘나고 못나도, 그리고 행복해도 불행해도 모두 "사랑"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수령님"이 지배한다면 남한은 "사랑"이 지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수령 정서만이 용납되는 사회이라면 남한은 개인 정서가 존중되는 사회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남한은 국민 정서의 보편성이 찬가로 부각되는데 북한은 국민정서를 정권이 주도하고 왜곡 세뇌 시킨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저는 북한의 감성 독재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마디로 주민의 삶은 물론 생각의 자유마저 정치적 관리가 이루어지는 독재라는 뜻입니다. 하여 북한은 국가충성은 허용 돼도 열렬한 개인사랑은 노래로 만들어질 수도, 그 어떤 공개문화의 주요 소재로 다루어질 수도 없습니다. 수령만이 위대한 인간이고 수령만이 현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신격화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결국 북한에는 수령과 충성 사이의 모범과 감동만 허용됩니다. 개인의 사랑도 충성으로 승화 시켜야지 개인적인 관계로만 지속되고 발전하는 문학이나 노래는 제도적으로 존재조차 할 수없도록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심지어는 수령충성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이른바 계급 투쟁으로 반대 개념의 증오 사상을 정권 차원에서 주입 하고 있습니다. 그 계급 투쟁의 대상은 주체의 조선을 경멸하는 이성 있는 국제 사회와 반체제세력입니다. 국제사회에는 북핵으로 위협하고, 자국내에는 3대멸족 연좌제로 다스립니다. 내부적으로는 나날이 정예화된 수령충성을 강요하고 대외적으로는 수령 제일주의를 부풀리는 북한 수령주의의 생존방식인 것입니다. 이렇듯 "수령님 국가"와 "사랑 국가"의 차이는 남북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북한은 전체 인민이 수령에게 무조건 북종해야 하는 독재 국가가가 된 반면 남한은 국민 행복을 정부가 책임져야 하고,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국민이 선거로 정부를 심판하는 민주 국가가 됐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수령 한 사람에게만 '님'자를 붙일 수 있다면 남한은 연인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버스기사도 "기사님", 초면의 사람들에게도 "고객님"이라고 부르는 "님의 세상"입니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감동받는 것 중 하나가 "수령님 우대"를 받을 때라고 합니다. 특히 서비스 업종의 직원들은 "고객이 왕이다."는 직업 정신으로 손님들에게 최고의 예의를 표현합니다. 만약 북한에서 어느 간부가 그런 특별한 환대를 받았다면 개인 우상화라는 죄명으로 그 간부는 물론 모신 사람들까지도 모두 숙청 되었을 것입니다. 하여 탈북자들은 자신도 남으로부터 먼저 인사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과 놀라움에 다시 한번 자유민주주의 우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합니다.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 영향을 주는 이유 중의 하나도 아마 이러한 남한의 대중 문화가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선지 요즘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수령님" 다시 말해서 북한의 유일한 "님"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다고 합니다. "고난의 행군" 여파와 특히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인민들은 장군님이 더는 자기들의 "님"이 될 수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북한 정권은 '위대한 장군님'을 강조하면서 '님' 덕분에 강성대국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거라고 선전 하지만, 실제 북한 주민의 생각은 다르다고 합니다. 요즘 북한 주민들은 '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즉 '남'때문에 살아간다고 다들 말합니다. 배급제가 끊기기 전만 해도 "수령님께서 어떻게든 이밥에 고깃 국을 주실 것"이라는 확고한 신뢰가 있었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믿음이 '대량 아사'로 깨지면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발걸음은 장마당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야만 했던 북한 주민은 '님'이 아닌 '남'이 얼마나 자신의 물품을 구매해 주는가에 따라 생존이 가능해졌고, 또 그것을 실제 경험으로 확신하게 됐습니다.
이런 의식 변화는 당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개인과의 유대를 더 중시하는 새로운 풍조를 만들게 했습니다. 하여 직장을 이탈해 시장으로 출근하고, 감시나 신고 대신 서로가 감싸주는 대가로 돈을 버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게 됐습니다. 신적 존재로 군림해 왔던 김 씨 일가의 '님'자에서 북한 주민들은 슬그머니 점을 찍어버린 것입니다. "님"을 버리고 차라리 "남"을 선택한 북한 인민들, "수령님"과 "장군님"은 "남"보다도 못한 "놈"으로 점 점 인식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최근 평양 주민들 속에서는 새로운 유행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현재 김 씨 일가의 독점물이 된 "님"자를 김정은이 인민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면 그러지 않아도 세계 최빈국인 북한은 얼마 못가 붕괴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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