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김정은 정권에 '자폭탄'이 된 로켓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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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김정은 3대 세습 들어첫 미사일 발사여서 외국기자들까지 초청하며 "광명성 3호" 시험발사를 요란하게 선전했는데요. 그래서 더 부끄러운 실패였습니다. 이번 실패는 후계자를 뜻하는 북한식 "광명성"의 추락이어서 3대세습의 시작이자 몰락을 상징적으로 암시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는 김정은 정권에 큰 정치적 타격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금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을 경제안정으로 돌파해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그러자면 자생능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부득불 국제외교를 통한 외부지원 확보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한국에 구걸하고 싶어도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부 출범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줄곧 평화협박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 내밀 형편도 못 됩니다.

결국 주민안정 보다 체제안정을 더 우선시하는 북한 정권으로서는 김일성 생일 100돌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2.29북미합의를 깨고 장거리 로켓발사 시험이라는 반전의 강경전략이었습니다.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호"는 지금까지 3번 실험했고, 3번 모두 실패 했습니다. 대를 이어 실패한 미사일실험인 셈인데요. 그런데 김정일과 김정은의 미사일 실패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습니다. 우선 '발걸음'이란 노래로 비정상적 3대 세습수업을 시작한 김정은 정권답게 첫 걸음부터 낭패를 본 것입니다.

사실 지금의 20대 지도자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대외적 권위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그 어느 나라도 인정할 수 없는 3대 세습, 그것도 20대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방이라는 중국조차도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초청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북한의 3대 세습도 비정상적이지만 지도자의 20대 나이도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하여 김정은 정권은 장거리 로켓시험으로 협박수단을 과시하는 한편 그 협상무기를 지렛대로 정권의 대외적 기능을 강조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주까지 겨누었던 김정은의 로켓은 철없는 불장난으로 끝난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더 큰 도전과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김정은 정권에 절실히 필요한 신격화 명분을 크게 상실시킨 점입니다. 김정일 같은 경우 아버지 김일성의 후광으로 경제난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지도자로서의 명분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실패한 정치인이어서 북한 주민들의 정서로 봤을 때도 기대와 희망이 아니라 실패와 두려움의 세습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로켓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정권 출범에 조금이라도 충격을 더하려 했고,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보다 더 현대적이고 발달한 모습을 추가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질러지는 것들을 모아 김정은 식 신격화로 둔갑시켜보려 했지만 김정일의 로켓보다 더 무참히 실패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될 김정은 정권의 실패는 권력층의 혼란입니다. 김정일 생존 시에는 그가 모든 사안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일인지배 권력자였기 때문에 사실 그동안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서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이 명백치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김정은은 다릅니다. 그는 모든 사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결심하는 주체가 아니라 열심히 경청해야 하는 피동적 위치에 있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김일성,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세상 이치에 모두 능통한 신령한 존재로 선전되지만 말입니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실험은 김정은의 위대한 지도자 역할을 해주는 핵심집단지도체제 구성원들에게 첫 불발탄을 안겨준 셈입니다. 그렇다고 그 구성원들인 장성택, 최룡해, 김경희, 오극렬과 같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형편도 못됩니다. 김정은이 자기 권력 지반과 측근세력을 확보할 때까지 그들은 김정일 식 정치를 배워주는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스승집단의 존재가 궁극적으로 북한 권력 내부에 혼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때에는 북한의 권력내부가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쫒아 다니는 단순구조였다면 지금은 김정은을 포함하여 장성택을 비롯한 핵심집단지도체제 구성원들 모두에게도 권력층의 충성과 경계심이 분산되는 복합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북한 간부들의 권력 이해관계도 분산될 것이며, 따라서 숙청의 깊이와 폭도 과거에 비해 매우 넓을 것입니다. 더구나 김정일 생존 시에는 북한 정권 안에 실패란 없었습니다. 김정일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었고, 비준만 하면 실패의 흔적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에서는 20대 지도자의 값비싼 명예와 신격화 명분을 끈질기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실패의 증거와 원인을 추궁하는 구조입니다. 하여 북한 권력층에는 과거에 없던 권력공포가 급속히 확대될 것이며, 향후 북한 정권은 대내외정책들의 매 건마다 소심하고 피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권력 내부의 환경과 질적 변화로 하여 대외적 변수의 영향력은 시장만이 아니라 북한의 정치질서에도 변화를 강요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금융제재를 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 김정일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묶인 외화 2천만 달러가 아까워 난리를 쳤던 것이 아닙니다. 그 금융제재가 가져다 준 후폭풍 때문이었습니다. 시장의 통제권을 상실한 김정일 정권이어서 달러 값이 오르고, 시장의 물가도 폭등하면서 민심도 격앙되는데 대한 불안과 고통이 더 컸던 것입니다. 그때는 김정일에 의한 정치적 안정으로 주민과 시장통제에만 전념했는데 이제부터는 정치 불안정도 함께 걱정해야 하는 김정은 정권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로켓 발사실패는 북한 권력 내부에 폭탄을 터뜨린 자폭탄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