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은 남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온갖 공갈과 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으로 황당합니다. 최고 존엄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 최고존엄이란 김정은을 비방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인 즉 북한에는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는 오직 김정은뿐 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김정은의 신격화 권위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삶의 권리도 포기하겠다는 망언이나 다름없습니다.
현재 북한은 남한과 외부세계로부터 지원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자존심의 기준을 주민들의 행복 권이 아니라 김정은의 "최고존엄"에 맞추기 때문에 북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것이고, 또 그런 비상식적인 도전 때문에 국제봉쇄를 자처하는 꼴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황당한 우상화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우선 북한에서는 김일성 일가의 이름을 쓸 때 한 줄에 이어 써야지 안 그러면 존함이 잘려졌다는 이유로 엄한 추궁을 받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 세 글자에도 신격화를 부여하여 띄어쓰기나 줄 바꿔 쓰기가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을 여행할 땐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을뿐더러 몰래 찍거나 갑작스레 사진을 찍는 것도 금지돼있습니다. 그 이유는 김일성 동상의 모습이 사진 속에서 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수령의 모습은 아무리 동상이라 할지라도 신체 전부가 나오게 찍어야만 하는 것이 북한의 법칙인 것입니다. 김씨 신격화 사전에는 사진장애도 용납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관광객 카메라에서 김일성 동상의 한쪽 팔이나 하반신이 잘린 것이 발견되면 바로 삭제가 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도 미처 알지 못하는 직업적 신격화 원칙도 있습니다. 북한에는 주민들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연출가가 있습니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연출가 류호손입니다. 그 분이 혁명화를 나갔었는데 그 이유가 영화 촬영 과정에 김일성 대역 배우에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북한 선전 부에서는 김일성 대역 배우에게도 신격화를 부여합니다. 분장하기 전에는 개인으로 대하다가도 일단 분장만 하면 수령님의 얼굴이고, 그래서 최고 존엄으로 우대한다는 것입니다. 류호손 혁명화 사건 이후 북한 영화촬영소에서는 수령형상 영화를 찍을 때 관련자들만 현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정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북한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김씨 일가의 사진 또한 북한 정권이 말하는 최고 존엄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 지면은 다른 용도로 절대 쓸 수 없어 따로 모아 반납해야 하는데 만약 휴지나 도배지로 쓸 경우, 또는 담배를 말아서 피는 등의 행동을 하면 처벌을 받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수매 소에서는 김 씨 일가 사진이 실린 노동신문만 분류하여 보관하도록 엄격하게 통제하는 형편입니다.
이렇듯 사진만으로도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는 북한이어서 현실 속의 신격화나 충성강요는 말 그대로 독재로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신격화의 일상 속에 포로 된 북한 주민들은 기이한 행동으로 가끔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패물 대신 김일성 초상화를 들고 나온다거나, 신격화 구호나무를 위해 여러 명의 군인들이 불을 끄다 질식돼 죽기도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기 삶의 정체성을 상실한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입니다. 인민 개개인 자신의 존엄이 최고의 존엄이고, 또 그것을 인정해주는 환경이 바로 좋은 사회인데 그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바로 북한 체제인 것입니다. 결국 김 씨 일가는 대대로 수령인데 주민들은 300만 대량아사에 이어 지금도 굶주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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