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김정은 ‘소년장수’로 조롱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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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원수칭호 중대발표 이후 북한에선 김정은을 "원수님"으로 부르도록 강요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통에 북한 주민들만의 "김정은 존칭"이 새롭게 생겨 유행한다지요. 김정은이 "소년장수", 또는 "쇠매"로 통용된다고 하니 아마 북한 주민들도 20대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 아닌 듯싶습니다. "소년장수"는 북한의 유명 만화입니다.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왜적과 싸우는 소년장수 쇠매의 성장과정을 그린 만화인데 원래는 10부작으로 예상 돼 있었지만 김일성의 지시로 50부작으로 늘릴 만큼 인기가 대단했던 만화입니다.

북한 정권이 나이 어린 김정은을 "원수님"으로 부르도록 강요하는데 반해 주민들은 그 만화제목을 본 따 아예 "소년장수", 또는 "쇠매"라고 조롱하는 것입니다. "소년장수"라고 하면 서로 알고 웃을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만화만큼이나 인기가 대단한 김정은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김정은이 벌써 몇 번째 시찰한 개선청년공원 유희 장과 문수유희장도 "김정은 놀이터"로 통용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이 공개한 부인 리설주도 주민들 사이에선 "국화"로 통하는데 그 이유가 만화 소년장수 주인공인 쇠매의 애인이 국화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을 "소년장수", 또는 "쇠매"로 부르면서 여러 은어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북한의 인기만화 "소년장수"에서는 쇠매 만큼이나 적장 호비가 유명합니다. 1회부터 마지막 50회까지 쇠매와 호비와의 싸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요. 그래선지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쇠매는 있는데 호비가 없구나." "우리 소년장수는 적장이 없는 무적장수" "호비가 없으면 소년장수가 아니지, 호비는 언제쯤 나타나려나." 등의 말들로 3대 세습을 조롱 비판한다고 합니다.

지금껏 북한 주민들은 수령에 대해 이런 야유를 노골적으로 할 수 없었습니다. 술을 먹고 실수만 해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3대 멸족 연좌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음주 운전보다 무서운 음주 발언으로 졸지에 정치범이 되고 그 일가 친척 3대가 수용소가 끌려간 사례도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악법은 유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이 절대 권력자를 상대로 이런 조롱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즉 신격화 권력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철권통치로 장기간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물리적 권력의 집중화보다 신격화라는 세뇌권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 정권은 전국에 김일성 동상들과 혁명역사 연구실들, 사적비들을 세워 북한 주민들에게 수령의 존재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하늘 속의 우상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그 효과를 더 극대화하기 위해 김일성이 죽은 이후에는 태양의 미소로 영생의 우상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김일성의 후광으로 김정일에게도 자연스럽게 신격화 조건이 준비됐고, 그 계승성의 명분으로 김일성 사망 이후에도 유일통치는 안정적으로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다릅니다. 장기집권 통치로 지도자는 물론 그 측근들까지 모두 관습적으로 고령의 나이였던 것과 달리 김정은은 20대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입니다.이는 수령의 위대함은 곧 업적의 위대함이라는 전통적 수령주의 세뇌를 뒤집고 단순히 혈통주의 세습이라는 인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강하게 심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업적으로 시작하여 위대한 수령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단지 수령의 후손이기 때문에 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봉건 왕조의 권력구조를 노출시키게 됐던 것입니다. 이런 다급한 수령주의는 김정은의 권력의 명분과 지위를 오히려 추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세습 정치의 주요 수단인 신격화 권력 근간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더는 위대한 수령이 아닌 그냥 20대 젊은이, 조상을 잘 만난 철없는 세습 자 뿐인 것입니다.

북한에서 신격화 권력이 준비되지 못한 지도자는 일인지배를 할 수 없고, 집단지도체제로 가면 북한의 권력 층에선 온갖 잡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일처럼 숙청을 하고 싶어도 그것을 주도할 김정은의 최 측근 세력화가 현재로선 준비되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지금 북한 간부들 속에서는 장성택이냐, 김정은이냐, 아니면 김경희냐, 김정은이냐? 하는 전례 없는 충성갈등과 혼란까지 겹치고 있는 형편인 것입니다. 지금은 주민들이 김정은을 그나마 '소년장수'로 불러주지만 앞으로는 더욱 노골적인 야유로 이어지다 못해 나중엔 행동으로 옮겨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