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사망한지 어느덧 일 년이 됐습니다. 위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일성이 사망한 때로부터 18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두 독재자가 죽었지만 지금까지도 좀처럼 변하지 않은 북한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김정은 정권이 인간정치가 아니라 미라정치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민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영생을 조작하기 위한 유훈통치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유훈 통치는 인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직 세습의 명분과 근거를 주장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살아서도 신이고 죽어서도 신이라는 의미에서 수령 신격화를 미라 신격화로 이어가는 북한의 세습역사인 것입니다. 주민들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에는 눈을 감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추상적인 절차들과 과정의 현실화를 위해 북한 정권이 지금껏 소비한 국력은 어마어마합니다.
먼저 1994년을 돌아봅시다.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김정일은 영정사진으로 "태양의 미소"라는 것을 창안하게 됩니다. 저승의 김일성이 아니라 이승에서 주민들과 함께 사는 수령의 상징적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은 죽어서도 절대로 편할 수 없는 김일성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수령,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인의 생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김정일은 인간이라면 지옥에서도 통곡해야 할 수령을 웃는 수령으로 환원시켜 미라의 군주로 둔갑시킵니다.
그때부터 인민 전체는 불행한데 수령만 웃는 전례 없는 수령 이기주의가 시작됩니다. 미라의 전시를 위해 금수산 기념 궁전을 재건하고 영생 탑, 기념비, 정치행사들에 주민들의 식량이 되어야 할 국고를 마구 탕진하게 됩니다. 결국 김정일은 인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이 자기의 평생 소원이라던 김일성보다 한 수 더 떠 주민들에게 고깃국은커녕 최소한의 배급마저 주지 못해 300만을 대량아사 시킵니다. 또한 그 책임을 외부세계로 돌리며 선군 정치를 계속한 탓에 김일성 사망 후 17년이 될 때까지도 북한을 국제고립의 미아국가로, 구걸로 체제를 연장해야 하는 동냥국가로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김정일은 북한의 세월까지도 미라정치의 일환으로 조작하게 됩니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 4월 15일을 원년으로 주체년호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사회질서와 법규들을 새롭게 제정합니다. 그때부터 세계와 동떨어져 흐르는 북한의 시간들은 주민들에게 더 큰 고통과 불행의 시간을 강요하게 됩니다. 미라가 된 고대 이집트의 왕들은 생전의 자기 재산을 무덤으로 갖고 갔습니다, 또 그것으로 그들의 탐욕도 끝나 버렸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물질주의는 세습의 미라정치에 의해 죽어서도 계속되는 현재형인 셈입니다. 김정일이 내세웠던 김일성의 유훈 통치란 이렇듯 주민 안정보다 2대세습 안정을 위한 더 큰 독재였고, 화근이었습니다. 그런 김정일에 이어 이번엔 김정은체제가 등장했습니다. 단지 김 씨 혈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20대에 벌써 권력 정점에 오른 형편없는 나라의 뻔뻔한 지도자인 셈입니다. 역시나 김정은도 선대 독재자들과 똑같이 인민의 지도자가 아니라 미라정치의 지도자일 뿐입니다. 전시해 놓은 미라의 증거물과 유훈 통치의 관념으로 북한을 또 다시 3대 째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증거가 얼마 전 북한이 실험한 장거리로켓입니다. 선대 독재자들도 이루지 못한 국제사회에 대한 엄중한 위협을 로켓으로 현실화 시킨 발전된 독재자입니다. 이번 로켓 실험으로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을 성사시켰다고 자축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 3대세습입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하게 한 것입니다. 독재자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벗어나 경고와 행동으로 다스려야 하겠다는 국제적 공감대를 제공해 준 꼴입니다. 북한체제를 지탱하게 하는 수령 신격화가 미라 신격화로 죽은 북한의 현 실정에서는 외부의 작은 압박도 엄청난 핵폭탄이 됩니다.
김정일이 생존해 있을 때 미국이 방코델타 아시아은행에 예치 돼 있던 2,500 만 달러를 봉쇄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김정일은 체제붕괴까지 들먹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했는데요, 그 이유는 2,500만달러가 문제가 아니라 그 금융제재 파급력이 북한시장 전반으로 영향을 미쳐 환율폭등을 불러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배급능력을 상실한 북한 정권은 시장의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되었습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장거리로켓 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금융제재 하나만 건드려도 북한 시장이 요동치며 환율이 오르고, 그만큼 민심도 격앙됩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북한 주민들의 심리입니다. 이제부터 그들이 화가 나면 자기들의 수령 나이를 계산해본다는 것입니다. 늙은이의 노망은 참을 수 있지만 어린애의 불량한 행패는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정상적 사람의 심리입니다.
김정일의 실패와 김정은의 실패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에는 하늘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권력층은 기나긴 평화에 너무도 잘 길들여져 있습니다. 권력 혼란에는 거의 무방비나 다름없습니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법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김일성 시대의 정권 안정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속담에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민생정치를 외면하고 미라정치를 신봉하는 한 죽은 자를 따라가는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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