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주체사상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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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보면 '주체사상'은 북한의 지도 사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주체사상은 한때 북한인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전쟁 후 폐허가 된 북한을 재건하는데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체사상은 개인의 권력을 독점하고 우상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 오늘날 북한에서의 주체사상은 일관성과 진실성을 상실한 허울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김 씨 일가의 실체 오늘은 빛바랜 주체사상을 살펴봅니다.

주체사상은 북한이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던 1950년대부터 제기 됐습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주체사상이 철학과 사상의 틀을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전문 뉴스 데일리 NK의 손광주 편집국장의 말입니다.

손광주

: 원래 주체사상이라는 것은 사상적 체계, 철학적 체계, 이론적 체계를 갖춘 것은 아니다. 주체라는 단어와 사상이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주체사상이라는 용어로 정식화 된 것은 1961년 제4차 당 대회 이후이다...

북한 체제를 연구해온 서대숙 전 하와이대 석좌교수는 주체사상의 시작이 어떠했던 이것이 북한의 정치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라고 평가합니다. 김일성이 북한의 지도자로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 북한 사람들에게 민족주의 의식을 심은 것은 바람직 한 것이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 주체사상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했다고 서대숙 교수는 말합니다.

먼저 북한이 주체사상을 과대평가 하는데 그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지나치게 날조해 그의 업적을 신화로 변질시켜 사람들의 불신을 산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주체사상에도 허황된 이야기들을 잔뜩 붙여놔 주체사상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서 교수는 말합니다.

한 예로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이 1930년 6월 김일성이 카륜에서 처음 제시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불과 18살이었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김일성이 감옥에서 출옥 하자마자 주체사상을 생각해 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주체사상을 '김일성 주의'라고 부르며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같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어떤 민족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철학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대숙 교수의 말입니다.

서대숙

: 김일성은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처럼 세계 어디서나 써 먹을 수 있는 사상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역사를 가진 나라가 몇이나 되겠는가?

1948년 처음 등장한 북한의 헌법에는 주체라는 말이 없지만 1972년 개정된 헌법에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한 것이 주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주체사상은 북한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북한의 정책적 이상이라는 점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지만 북한은 전 세계에 주체사상연구소를 만들어 전파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입니다.

서대숙 교수는 주체사상은 그 실천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통해 소련과 중국으로 부터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자주와 경제적 자주 그리고 국방의 자주를 주장했지만 모든 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정치적 자주를 선언했지만 세계 강대국들은 이를 인정해 주지 않았으며 경제적 자주 면에서도 북한은 개발도상국 수준인 비동맹 국가회의에 가입해 정작 북한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자본을 들여오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국방 면에서의 자주를 하려 했지만 결국 정치적 영향권에서 벗어나려했던 중국과 소련으로 부터 무기를 수입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주체사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김일성이 자신의 정치 지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주체사상에 수령 론을 접목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데일리 NK의 손광주 국장의 말입니다.

손광주

: 60년대 말에 김일성 유일사상 체계가 성립되기 시작한다. 김정일과 김영주 간의 권력투쟁 결과 누가 더 김일성을 신격화 절대화 하는가 하는 투쟁으로 비화 됐다...

특히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이념에서 종교로 바꾸어 놓았다고 서대숙 교수는 말합니다.

서대숙

: 김정일은 자기 아버지의 철학적인 정치사상으로부터 거의 종교적인 경지로 몰고 갔다...

결국 주체사상은 이때부터 본질에서 벗어난 기형적인 사상으로 둔갑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대숙

: 주체철학의 내용과 실제로 북한에서 작동하는 통치이념의 주체사상은 차이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당국이 우리당은 주체사상의 당으로서 인민대중이 주체라고 선전하지만 이것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김일성의 절대화 신격화...

1990년대 북한의 경제난으로 김일성 김정일 체계가 위기 상황을 맞으면서 주체사상의 위상은 더욱더 실추됐습니다. 이렇게 주체사상의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지자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을 이용해 대중을 동원하거나 통제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손광주 국장의 말입니다.

손광주

: 원래 주민들은 생활적인 측면에서 경제적 측면이 가장 크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당국의 '주체사상'에 대한 언급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도층도 더 이상 주체사상으로 대중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을 내심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일수도 있습니다. 김 씨 일가의 실체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