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의 주체사상은 김일성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를 유교사상과 접목시켜 만들어낸 정치철학입니다. 주체사상이 처음 어떻게 주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들이 있지만 주체사상이 북한의 정치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통해 소련과 중국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북한 주민들의 독자성을 찾는데 한몫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김일성의 통치에서 김정일의 통치로 넘어가면서 기형적인 사상으로 변신합니다. 오늘 김 씨 일가의 실체에서 김정일의 주체사상은 어떤 것인지 살펴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주체사상은 사상적으로 주체성을 확립해 정치에서는 자주성을 견지하고 경제에서는 자립적 민족경제를 세우고 또 국방에서도 자립을 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주체사상을 사람을 중심으로 한 사상으로 모든 결정에 있어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상의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김일성과 김정일의 개인독재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수단이 주목적입니다. 특히 김정일이 김일성으로 부터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주체사상은 김정일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 류길재 교수의 말입니다.
류길재
: 김일성과 김정일의 주체사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 주체사상이 알다시피 내용이 복잡한 사상이 아니고 민족 주체적인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인간중심적인 철학이라고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정책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사상이다.
그나마 김일성이 주체사상을 주창했을 당시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고 주체성을 확립하자는 명분이 있었지만 김정일이 북한을 집권한 이후 주체사상의 명분은 사라졌다고 류길재 교수는 말합니다.
류길재
: 김일성은 실제로 국가를 통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소련과의 사회주의 동맹관계 속에서 나라를 운영했기 때문에 주체사상이라는 말과 현실적인 함의가 있다. 말하자면 강대국에게 휘둘리지 않겠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우리의 노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반해서 김정일의 시기에는 사회주의권의 거의 와해되고 변질 됐기 때문에 김정일에게 있어 주체사상은 그 의미를 상실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이 만들어 놓은 주체사상을 발전시켜 자신의 정권유지에 유용한 지도이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주체사상을 체계화 하는 것은 평양 한복판에 주체탑을 세우는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전문뉴스 데일리NK의 손광주 편집국장의 말입니다.
손광주
: 60년대 말에 김일성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되기 시작한다. 김영주와 김정일의 권력투쟁 결과 누가 더 김일성을 신격화, 절대화 하느냐하는 투쟁으로 비화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 10대원칙이다. 이것은 사실상 북한주민 전체의 실생활을 규제하는 헌법이자 법률이다. 하지만 당의 유일 사상체계 확립 10대원칙 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나름대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철학적 체계화를 해야 겠다는 것이 김정일의 생각이었다.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일반적인 순수 원리로 정립시키기 위해 주체사상을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 처럼 '김일성 주의'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김일성에 대한 충성을 보이기 위한 노력 이었을 뿐 사상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습니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만들면서 ‘이것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북한에 알맞게 적용한 것’ 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김정일 스스로도 주체사상을 '김일성 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았는지 1970년대 말부터는 '김일성 주의'라는 말을 철회하고 다시 ‘주체사상’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은 3대혁명소조운동에서 실패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체사상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 승계를 정당화 하는 데도 실패합니다. 김정일은 결국 김일성의 도움으로 권력승계를 정당화 하게 됩니다. 김일성은 1986년 ‘김일성고급당학교’ 창립 40주년 연설에서 ‘당 건설에 계승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정당화 했습니다.
이 때 부터 북한의 주체사상은 통치사상에서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개인숭배와 독재를 합리화 하기위한 장식품으로 변화돼 갑니다. 손광주 국장의 말입니다.
손광주
: 대외적으로는 북한당국이 “우리당은 주체사상의 당으로서 혁명과 건설의 주체가 인민, 대중이다”라고 선전하지만 그것은 프로파간다의 차원이고 기본내용은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 10대원칙, 그리고 영도 론에 따른 김일성의 절대화, 신격화가 기본이다.
올해는 주체사상 강령이 발표된 지 37주년이 되는 해 입니다. 북한당국은 지금도 주민들에게 주체사상과 선군사상 교양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주민들의 머릿속에서 주체사상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손광주 국장은 말합니다.
손광주
: 지금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주체사상은 허울뿐이고 당국에서나 하는 일이지 주민들이 먹고사는 일과는 관련이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부터 주체사상에 대해 관심을 버렸다고 말합니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일고 있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이 확산되면서 북한당국은 해묵은 주체사상을 다시 들고 나와 주민들을 억압하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 씨 일가의 실체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