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김정일의 선물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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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통치 방법 중에 하나는 선물 공세입니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측근들에게 고가의 사치품을 선사함으로써 충성심을 유지하게 만드는 선물 통치는 김일성 정권에서도 이용됐지만 김정일 정권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호화스럽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 씨 일가의 실체. 오늘은 김정일의 선물통치를 살펴봅니다.

김일성은 자애로운 인덕정치를 한다며 그의 측근과 인민들에게 선물공세를 펼치는 정치를 펴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의 선물공세는 김일성 시대를 능가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선물을 이용한 통치는 '인민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나를 믿고 따르면 너희들에게 맛있는 사탕을 주겠다'라는 얄팍한 통치수단입니다.

남한이나 다른 자유세계, 심지어는 수령론이 유지되던 구 공산권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들었지만 북한에서는 50년이 넘게 이러한 통치 수단이 통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 일종의 충성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이다. 보통 정치학에서 채찍과 당근이란 용어를 쓰는데 권력을 행사해서 박달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심을 써서 충성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김정일은 선물을 이용해 선심을 쓰는 것이다.

김정일 밑에서 13년 동안 요리사로 활동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의 말에 따르면 김정일이 자기 측근들에게 선물하는 물건들은 북한 주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사치품이었다고 말합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을 새겨 넣은 최고급 스위스 산 시계는 보통이고 독일제 고급 승용차도 자신에게 충성을 보이는 자들에게는 아끼지 않고 척척 선사했다고 합니다. 다시 김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 가장 흔한 것이 컬러텔레비전이나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들이 있고. 장성들에게는 권총과 같은 것도 선물한다...

김정일은 또 자신의 관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집단체조에 출연했던 5,00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일제 컬러 TV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고 집단체조에 참가했던 한 탈북자는 전했습니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지금보다는 나았던 시절, 김정일은 김일성의 생일과 같은 명절에 북한 주민들에게도 선물을 주었다고 합니다.

탈북자

: 종래에 주던 선물은 참기름이나 돼지고기 몇 그람...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한송화 씨도 과거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선물을 받아보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나지만 이제는 아련한 추억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한송화

: 선물을 줄 때는 2월 16일과 4월 15일 이었는데 95년 이후 웬만한 선물 공급은 다 끊어지고 학생들에 대한 과자 1킬로 만 유지됐다...

결국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지난 1990년 이후 주민들에 대한 선물은 점점 자취를 감추었지만 김정일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측근들에 대한 선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6년 유엔 안보리는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한 김정일 정권을 벌하기 위해 대북제제 1718호와 1874호를 발효 했습니다.

이 대북제제의 요지는 북한 김정일이 자신의 측근들에게 선물하는 고가의 사치품을 봉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의 이러한 조치는 부분적인 효과만 있었다고 김광인 소장은 말합니다.

김광인

: 100% 먹혔다고 보지는 않지만 일정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북한이 서방국가들의 이목을 피해가면서 자신들이 개척해 놓은 비밀통로를 통해 선물을 계속 구하고 있다...

당시 대북수출금지 품목을 살펴보면 금, 은, 다이아몬드와 같은 귀금속과 보석을 비롯해 철갑상어알과 송로버섯 그리고 유럽산 고급 포도주 등 고가의 식료품, 그리고 호화 요트와 고가의 피아노 등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수출금지품목만 보더라도 김정일이 자기 측근들에게 주는 선물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12년은 북한지도부가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또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 그리고 김정일의 일흔 살 생일을 맞는 해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은 2012년에 주민들에게 공급할 최대의 생일선물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경제가 계속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에도 자기의 '통 큰' 지도력을 과시함으로 써 점점 사라져가는 충성심을 다시 한 번 모아보려는 시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김광인

: 북한이 오래전부터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얘기를 했었고 주체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지금 같은 경제로서는...

김정일이 주민들에게 나눠줄 선물로는 양복지와 담요 그리고 운동화, 책가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을 볼 때 북한 지도부가 이러한 선물을 북한 주민 전체에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또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이나 물자 공급이 끊어진지 오래된 북한에서 주민들은 당 보다는 장마당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있고, 주민들 사이에는 돈만 있으면 중국이나 남한에서 들어오는 좋은 물건을 사서 쓸 수 있다는 생각들이 확산되고 있어 김정일의 선물 공세가 과거만큼의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김광인 소장은 말합니다.

김광인

: 일반주민들에게는 선물이 사실상 별의미가 없다. 그러나 간부들에게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

결국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측근들에게 돌아갈 선물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산나물과 약초 그리고 송이버섯 채취에 동원되고 있어 김정일로부터 받는 선물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김 씨 일가의 실체,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