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 명의 아들과 네 명의 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장남은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 태어난 김정남으로 지금은 김정일의 후계구도에서 밀려나 해외를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김 씨 일가의 실체 오늘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정남은 1971년 5월 10일 김정일과 그의 동거녀였던 영화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정남의 성장기는 그의 이모 성혜랑의 아들 리일남의 수기 '김정일 로열패밀리'와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수기 '김정일의 요리사'를 통해 비교적 자세히 외부세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남의 어머니 성혜림은 김정일과 동거하기 이전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었고 또 아이까지 낳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혜림은 김일성으로 부터 정식 며느리로 인정을 받지 못했고 김정일과의 동거도 비밀로 해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김정남의 출생 역시 세상에 공개할 수 없었습니다.
김정일은 합법적인 결혼을 통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생긴 첫아들을 공개적으로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김정남이 어렸을 적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다고 합니다. 남한으로 망명한 김정일의 처조카 리일남의 수기를 보면 김정일은 아들 김정남이 서 너 살 무렵 한밤중에 우유병을 들고 소변을 직접 받을 정도로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또 김정남이 아홉 살 때 스위스로 유학을 떠나게 되자 김정일은 술을 마시며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처럼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김정일이 장남 김정남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보였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00년도 이전까지 만 해도 북한 외부에서는 김정남이 김정일의 후계가자 될 것이라는 예견이 나돌았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일이 성혜림을 버리고 둘째 정식 부인 고영희를 만나면서 김정남에 대한 애정도 변하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김 씨 일가를 연구해온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의 말입니다.
정성장
: 김정남이 태어났을 때만해도 세상의 그 어느 아버지 보다 김정일이 김정남을 좋아했지만 김정철과 김정은이 태어난 이후 김정남은...
김정남이 김정일의 장남이기는 했지만 그의 어머니 성혜림이 김정일로 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이후 김정남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일이 만수대 출신 무용수 고영희와 새로운 살림을 차리면서부터 김정남은 찬밥 신세가 되고 결국은 어린 나이에 외국을 떠돌며 생활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김정남이 외국 생활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고영희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 고영환 씨는 과거 김정일과 그의 이복동생 김평일과의 세력 다툼에서 김평일이 외국으로 떠나야 했던 것처럼 김정남도 이복동생들과의 세력 싸움에 밀려 해외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고영환
: 국내에 들어오면 일단 사람들을 자꾸 만나고 자기 사람을 심게 되는 것을 우려해서 바깥에 내보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역시 김정남이 해외에 있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어려서 부터 외국생활을 하게 된 김정남은 자유분방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술과 여자를 좋아하던 김정남은 젊은 나이 때부터 유흥업소와 도박장을 드나들며 방탕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삶이 계속되면 아버지 김정일의 눈에서 벗어날 것이 분명했기에 김정남의 측근들은 그를 다시 북한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정성장 박사의 말입니다.
정성장
: 유학하다가 저녁에 술집을 다니자 이모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해서 북한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비록 아버지의 정을 받지 못하고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김 씨 일가의 혈통을 이어받은 김정남은 황태자 못지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스위스 국제학교와 제네바종합대학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외신 언론들에 따르면 김정남은 중국어와 프랑스어는 물론 영어도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남은 또 다른 북한 지도층과 달리 해외여행을 자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본에 있는 전자상가에 나타나는가하면 마카오와 중국을 쏘다니는 모습도 외국 언론들에 의해 자주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는 위조 여권을 가지고 일행들과 함께 일본 나리타공항에 들어오려다 적발돼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로 떠오른 이후 김정남 거취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김정남은 외국 언론들의 관심을 따돌리기는 커녕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3대 세습을 반대하는 등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언론 인터뷰)
김정남이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은 김정일의 장남이기 때문에 가능하겠지만 외국 언론들과 후계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을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은 김정일 본인도 누리지 못할 자유라고 외국 언론들은 평가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외국을 떠돌며 유흥가나 도박장에서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김정남이 마카오 등지에서 대남공작을 지휘하고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등 나름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거 김정일의 숙적이었던 이복동생 김평일이 오늘날까지도 북한 땅을 밟지 못하며 외국에서 떠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일이 사망하고 이복동생 김정은이 정권을 쥐게 되면 김정남 역시 북한 땅을 밟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