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장성택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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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지도체제로 3대 세습까지 공언할 수 있었던 북한, 그러나 역으로 그 유일지도체제 때문에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권력공백에 의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지금 북한은 김정은을 상징적 인물로 내세우고,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근거로서 김정은 정권이 새롭게 출범하지 못한 점입니다. 즉 김정은의 주도로 편성된 정권이 아니라 기존의 김정일 측근들로 구성된 구정권 연장선에서 여전히 북한이 움직여지기 때문입니다.

그 집단지도체제는 각 권력조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인정한 토대 위에서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합의 형태가 아닙니다.

김정일 권력을 대체하는 몇 사람의 결의로 일괄 처리되는 독재이익의 집단지도체제입니다. 북한은 김정일 일인지배에 길들여진 권력구조인 것만큼, 그 집단 지도체제 핵심 인물은 되도록 최소의 인물들로 구성될 것입니다.

굳이 세 명을 꼽으라면 현재로서는 김정일의 최측근들이었던 당조직부 행정담당 부부장 장성택, 당 작전부장 오극렬, 당 근로단체비서 최룡해가 가장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북한 공개 자료들을 보면 그것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노출돼 있습니다. 2012년 신년을 맞아 북한은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 동맹 공동사설에서 근로단체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는 현재 당 근로단체비서 최룡해에게 권력정면 등장의 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또한 1월 22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북한은 김정은 현지시찰 동행간부들의 명단에서 김정은에 이어 장성택의 이름을 두 번째로 올렸습니다.

이런 배치는 만약 김정일이 생존해 있었다면 노동신문은 물론, 당선전선동부 간부들까지 모두 해임됐을 대형사고입니다.

김정일 유일지도체제를 위해 친인척들을 지칭하는 "곁가지"를 늘 견제하고 일부러 배제했던 북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장성택의 권력이 노골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장성택이 실제 권력1인자로 등장할 경우 과연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요?

먼저 장성택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구축이 시도될 것입니다. 현재 장성택의 당조직부 행정담당 부부장 권한은 인민보안성, 국가보위부, 감찰조직을 관리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장성택이 처음부터 경솔하게 사회감찰 권력을 동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장성택의 최대 단점이라고 볼 수 있는 군부를 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군은 당 조직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인 김경옥의 관리에 있습니다. 총정치국 부국장 김정각, 총참모장 리용호,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은 당조직부 군사담당 김경옥 제1부부장 관리에 있습니다.

장성택이 쉽게 그들과 타협할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당유일지도체제가 만든 "곁가지" 원칙으로 하여 김정일의 측근들이 장성택과의 관계를 경시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김정일 사후 당조직부는 장성택을 더욱 견제하기 위해 유일지도체제 명목으로 김정은에게 최대한 집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당 작전부장 오극렬, 근로단체비서 최룡해가 장성택 손을 들어준다면 판세는 역전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극렬은 비록 당 작전부장이지만 군 수뇌 출신입니다. 김정일 생존 시 모든 군사 기술적 문제들을 오극렬과 함께 협의할 만큼 군사 분야에서는 절대적 지위와 탄탄한 인맥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또 북한이 이번 공동 사설에서 근로단체 기능을 강조해 나선 것도 대중혁명 명분으로 당조직부를 우회하여 최룡해 권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어차피 북한 기득권 세력은 김 씨 신격화로 연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곁가지 청산"도 김정일 처럼 완벽한 일인지배 시스템이 존재할 경우에나 가능할 일입니다. 지금의 김정은처럼 경험도, 권력도 없는 상황에서는 북한 내 권력심리가 김정일의 누이동생인 김경희와 그 남편인 장성택에게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당 조직부도 장성택과의 타협을 선택할 것이며, 김정은 자신도 남들보다는 차라리 고모와 고모부에게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책결정 과정입니다.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에는 절대 권력이 존재했기 때문에 북한 권력층들은 제의서로 모든 업무책임을 떠넘길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권력포기가 안정된 충성질서를 가능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장성택도 그 질서에 길들여진 피동형 정치인이지만 지금부터는 결심해야 하고, 주도해야 할 처지에 몰린 셈입니다. 그런데 장성택은 명분으로나, 실제 권력에 있어서 아직 유일지도 지위에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이는 실패가 인정될 경우 언제든 반발이 제기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장 씨가 아니라 김정은 권력만을 인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충성세력 등장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설사 김경희가 곁에 있고, 김정은이 지지해도, 장성택 한 명 때문에 권력계층 내 불만과 혼란을 방치할 만큼 여유로운 정권도 아닙니다.

숙청은 더욱 힘듭니다. 김정일이라는 신격화 존재가 사라진 상태에서 숙청을 감행할 경우 온갖 정치적 명분으로 반발하는 반체제 세력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김정일은 권력공백만이 아니라 북한 유일지도 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신격화 공백도 남겼습니다.

이런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장성택은 우선 개인권력보다, 집단지도권력 구성 방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포섭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엄청난 인내심으로 각자의 이견을 물어야 하고, 합의해야 하고, 결론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 권력층은 집단지도체제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반대하면 무조건 숙청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그들이어서 자그마한 갈등이나 대립도 심각하게 오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김정일의 숙청정치에서 살아남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라 그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던 노파심으로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견제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북한은 김정일 정권의 관성으로 움직여지지만 실패는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장성택이 그 관성을 초월하여 개혁정책으로 바꾸지 않는 한 북한에는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장진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