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공급과 우대의 차별화된 북한의 신분사회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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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대 세습은 김 씨 일가만의 3대 세습이 아닙니다. 김 씨 일가에게 충성하는 몇 몇 사람들로 구성된 권력층도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하는 소수특권의 구조입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신분차별화를 위한 우대와 공급제도가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에서 신분의 등급 분류는 공급제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공급제도는 1일 공급, 3일 공급, 주 공급, 월 공급으로 나누어집니다. 1994년 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일반 주민들에게 해당되는 월 공급은 완전히 실종됐지만 중간급 간부용인 주 공급은 기관 자체로 해결하도록 하는 한편 특권층 공급제도는 오히려 더 보강됐습니다. 즉 북한의 기득권들에 해당되는 1일공급과 3일 공급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일 공급이란 가족 수에 맞게 하루 섭취필요 칼로리를 정하고 쌀, 육류, 수산물, 과일, 기름 등 식품을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그 대상들에 대한 관리는 중앙당 재정경리부 산하 1일 공급 담당부서가 매일 아침6시마다 냉동차로 리스트에 올라있는 가족들을 찾아 신선한 식품들을 공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일 공급 대상은 당 중앙 비서들과 부장들,(당조직부 부부장들) 내각 총리, 군단장 이상 군 고위급과 각 도당책임비서들, 그 외 김정일 근접 경호나 신변 및 업무 관련자들입니다.

3일 공급 제도 대상은 당 중앙 부부장들과 과장들, 내각 부총리, 각 성의 장관들입니다. 그 외 김일성과 항일연고가 있는 투사들, 대남공작부서 가족들, 남한에서 보낸 비전향장기수들도 3일공급제도 대상입니다. 1일공급과 달리 3일 공급은 해당 담당지역 내 별도 공급소를 설치하고 수, 토요일, 주 2회 배급을 줍니다.

이를 위해 전국 특산물이 나오는 각 지역마다 중앙당 재정경리부는 농촌, 목장, 어장 운영의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 정주영 前 현대그룹 회장이 보낸 소도 평북 도에 있는 중앙당 젖소목장으로 그대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소를 싣고 갔던 새 트럭의 대부분은 중국에 역수출 돼 중국 인민해방군이 쓰던 중고포차와 맞바꿨고 몇 대는 현재 평양 시 김치공장 전문트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아무리 엄청난 자연재해가 있어도 이 중앙당 재정경리부 산하 농촌들엔 흉작이 없으며 여기에서 나오는 1등급 생산품들은 국가계획위원회의 유일적 통계에서 제외됩니다. 공급우대 차원에서 북한은 1970년대 말부터 1일 공급, 3일 공급 대상자들을 상대로 중앙당 상점을 운영해왔습니다. 중앙당상점은 김정일이 당조직부에서 세습정치를 시작하며 당 간부들에 대한 격려 명분으로 신설됐습니다.

평양 시 중구역에 위치한 조선노동당 본 청사에는 1호 접수와 2호 접수로 정문이 분류돼 있습니다. 1호 접수는 조선노동당 본부 직원들만 출입하는 곳이고 2호 접수는 외부 인 들의 출입을 접수받는 창구입니다. 중앙당상점은 1호 접수를 통과하여 김정일 파티 건물인 목란 관(1차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초기 신설 당시 김정일의 당조직부 유일지도권한 차원에서 당조직부 주관으로 사회주의 동구권 상품들을 주로 판매해왔습니다.

이어 김정일 비자금 38호실 규모가 커지며 미국, 일본, 유럽 유명 상품들도 쌓이게 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이념대립을 환율에 적응하여 1달러 對 1원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앙당 신분증을 제시하면 매달 자기 월급의 절반만큼 상품을 살 수 있어, 450원의 월급을 받는 중앙당 부부장인 경우 200달러의 외국상품들을 자유롭게 살 수 있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면 일정금액만큼 추가 구입할 수 있도록 규모를 더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김정일 선물 차원에서 중앙당 외 다른 기관장들도 외국상품을 거의 무료로 구입할 수 있는 한국의 상품권 비슷한 것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국영상점, 음식점들에서 국정가격으로 우선 구매할 수 있는 "예비 표"의 원조입니다. 이를 계기로 중앙당상점의 존재가 일반에 알려졌고, 보고를 받은 김일성은 사회주의신념이 투철해야 할 간부들부터가 자본주의 상품에 세뇌되게 했다며 당장 중앙당상점을 폐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후 김정일은 외국인들을 위한 외화상점 설립이 필요하다고 김일성에게 거짓보고를 하게 됩니다. 하여 북한 최초로 외국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락원 백화점"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사실상 중앙당상점 대체용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김정일은 북한 기득권층에 외화 바꾼 돈표를 선물하는 방법으로 상품특혜를 주었으며 김일성 사후에는 다시 중앙당상점 문을 열도록 했습니다.

제가 탈북하기 전 2004년경에는 일반인들 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며 과거처럼 월급의 절반이 아니라 일정한 구매권으로 사도록 제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중앙당상점의 물가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습니다. 그 이유는 돈을 벌려는 상점이 아니라 김정일의 선심성, 그리고 중앙당 간부들의 부패와 뇌물 방지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중앙당상점은 중앙당재정경리부가 관리하며 그 산하에서도 가장 큰 외화벌이 회사와 무역 선박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듯 공급의 차별화로 신분차별화를 제도화한 북한이어서 충성계층에 대한 다양한 특혜들은 끝이 없습니다. 보건관리제도도 그 중 한 사례입니다.

북한 내각에는 보건1국과 2국이 있는데 1국은 봉화진료소와 남산정부진료소를 담당, 2국은 기타 병원들을 담당합니다. 평양 시 보통강구역 신원 동에 위치한 봉화진료소는 김정일과 친인척들, 1일 공급 대상자들이 치료받는 병원입니다. 당 중앙 부장들과 비서들, 내각총리, 각 도당책임비서들, 군단장 이상 軍고위급들과 그 가족들이 치료대상입니다. 평양 시 대동강구역 동문3동에 위치한 남산정부진료소는 한 단계 아래 급으로서 중앙당부부장들과 각 사회단체장들, 내각 각 상(장관)들, 중앙당 과장들, 김정일의 특별 신임을 받는 예술인, 스포츠맨, 학자, 교수들입니다.

봉화진료소와 달리 남산정부진료소는 본인만 치료대상이고 그 가족들은 (중앙당 부부장 가족들은 포함) 제외 되어 김만유병원과 평양의학대학 병원에 간부 치료 과를 따로 신설하고 관리 하고 있습니다. 일명 인민무력부촌이라고 하는 평양 시 서성구역 석촌 동에 장령치료를 전담하는 어은병원은 군부 장성 전용병원입니다. 교육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부 자녀들에 대한 우선권은 물론 졸업증도 신분차별의 또 다른 증서로 활용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결국 북한 일반 주민들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삶의 한계 속에서 정권의 노예로, 체제의 도구로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